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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루 Dec 12. 2021

오늘도 어느새 잠이 들었다.

망할 나의 수면 패턴.

새벽 4  눈이 떠졌다. 어제의 외출복 그대로, 눈에는 렌즈도   잠이 들어있다. 답답한 니트가 목덜미까지 올라와있어서 숨이 막힌다.

다시 또 시작이다. 몇 시에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씻고 잠이 들었는지 욕실 앞에 아이들의 옷무덤이 눈에 들어온다.



3년 전쯤 아무 때나 잠들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는 일하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워낙에 많이 받아 그랬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쉬면서 아무 때나 잠드는 일은 사라졌다. 최근 (이번 주) 다시 시작됐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갑자기 잠이 드는 것이다. 글 쓰는 오늘이 금요일이니 이번 주 내내 그랬다. 덕분에 글 쓸 시간조차 없었고, 매일 글을 쓰고 싶었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흘렀다.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힘든 두 가지를 꼽으라면 약 부작용과 수면 패턴이다. 오늘은 그중 수면 패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본다.


정신과 원장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 전에 잠들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초반에는 강박적으로 그걸 지키려고 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무슨 일이 있어도 열 시 전에 잠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고, 잘 지키지 못했지만, 이번 주에 갑자기 잠드는 덕분에 얼떨결에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하고는 아침여섯시에 조깅을 나가기 때문에 억지로  일찍 잠이 들려고 했다. 조깅   즈음 건강해질  알았던 몸은  이상 과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었다. 그로 인한 조깅 금지령!! 운동을 쉬니 더더욱 일찍 잠이 오지 않았고, 살도 쪘다. 무기력증이 심해지면서 직장생활만으로도 힘이 들다 보니 자꾸만   찾게 되고 간식량이 늘면서 살까지 찌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어떻게든 일찍 자야만 한다는 생각이  무렵,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원장님께 얘기하자 취침 약을 처방해 주기 시작했다. TV에서 보면 잠을   자면 수면제를 처방해주던데, 내가 처음 취침 약으로 처방받은 약은 환인 클로나제팜  0.5mg이었다. 검색해보니  약은 발작이나 공황장애에 처방을 해주는 약이었다. 전에 리보트릴을 먹었을  계속 졸렸던 것처럼  약도 졸린 부작용이 있는 약인가 보다 생각하고 먹었는데, 내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취침 약을 먹어도 졸리기는커녕 새벽  시가량 잠드는 날들이 허다했다. 결국 수면 패턴은 잡히지 않았고 무기력증으로 인한 각성제를 처방받으면서 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다음 상담  가서 취침 약이 전혀 효력이 없고 수면 패턴은 엉망이라고 했더니 무기력증 수치가 어느 정도 잡혔으니 각성제를 약한 걸로 바꾸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 줬다. 새로 처방받은 쿠에타핀정 정신분열병과 양극성 장애에 효능을 보이는 약이라고 검색해서   있었다.  두약을 먹으면 스르륵 잠이 오냐고? 나는 아니었다. 약만으로는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몸의 피로가 다시  쌓여가고 있었다.


 같은 번아웃 상태에서는 신체적 휴식이 중요한데 거기에  역할을 하는  수면이라고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다니는 정신과 원장님의 조언이.)

10시 이전에 잠이든 다음날 컨디션은 사실 좋다. 몸이 무겁지도 않고 기분도 가볍다. 이번 주는 내내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난 지금도 머리가 매우 맑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매우 교과서적인 하루인데 매일 나도 모르게 잠들고 싶지는 않다.(취침 약은 모 통 9시에 복용하는데 이번 주에는 너무 일찍 자서 하루도 복용을 못했고 복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또 컨디션이 좋으니 이건 참… 뭐라 하기가 어렵다. 사실 정답은 있다. 퇴근하자마자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을 부지런히 챙긴 다음 스르륵 잠이 들면 된다. 하지만 퇴근하면 그게 쉽지 않다. 하루 종일 엄마가 없던 아이들은 옆에서 쉴 새 없이 재잘재잘 떠든다. 저녁을 먹어야 하고, 잠시 소파에 앉아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잠이 든다. 그렇게 내 의지와 관계없이 하루가 마무리되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의 옷무덤을 보면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고 있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아이들이 짠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내 우울증 치료에 자꾸 조급함을 내비치는 건 이 아이들 때문이 가장 크다. 진짜 좋은 엄마가 어떤 건지 정답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 정도는 되고 싶은데 우울증을 핑계로 자꾸만 내 생각과 어긋나게 되어버린다. 다행히 아이들은 밝고 명랑하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고마워서 우울증 치료를 하고는 한 번도 아이들과 큰소리로 다투거나 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글을 쓰다 보니 이렇게 스르륵 잠드는 것도 마냥 나쁘지는 않구나 싶다. 컨디션만 좋으면 새벽에 이렇게 글 도쓰고 이후에 내 할 일들을 하며 아침에 아이들과 좀 더 부비적 대면되겠구나 싶으니 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망할 수면 패턴이라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일찍 잠드는 수면 패턴으로 바꾸는 게 확실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만, 퇴근하자마자 씻고 집안일을 슈퍼우먼처럼 후다닥 해치워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테니…)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이렇게 나를 치유해주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시간도 주어지니, 확실히 내 우울증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오늘도 하나 잊지 않아야겠다. 일찍 잠드는 수면 패턴으로 바꾸는 것!!

교과서적이지만 3개월 동안 약을 먹어가며 내 컨디션을 살펴본 결과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니 노력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는 너무도 무거운 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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