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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Oct 21. 2022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낸 치유의 힘, 오즈의 의류수거함

우리들이 이 세상에 뿌리내려 숲을 이룰 수 있도록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동명의 베스트 셀러를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도서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제 3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책은 작가의 안정감있는 문장과 창작력,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등을 평가받은 작품이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스거함>은 이러한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노래와 실감나는 무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밤의 모습을 그린다. 완성도를 챙기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인 이 작품엔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  

이곳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외로움을 갖고 있다. 도로시는 우리를 밤의 무대로 초대하는 이 극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중학생때 죽도록 공부했지만 결국 외고에 떨어져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경쟁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녀는 경쟁이 없는 곳인 호주로 떠나기 위해 밤마다 의류수거함에서 훔친 옷을 팔아 돈을 모은다.  



어느날 도로시의 눈에 들어온 의류수거함 안의 상장들과 일기장. 분명 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195. 완벽함을 원하는 아버지의 구속을 벗어나기 위해 자살까지 계획한다. 그리고 과거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맨 꼭대기 층에서 홀로 '숲'이라는 밥집을 운영하는 마마.


도로시는 홀로 밤에 의류수거함을 털이를 하다가 한 할머니와 마주친다. 추위에 떨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훔친 옷들 중 하나를 할머니께 입혀드린다. 그리고 (노)숙자씨에게 목도리를 하나 선물한다. 그렇게 둘은 친해져 친구가 된다.  


의류수거함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한 소년을 찾아낸 도로시는 끈질긴 설득으로 195를 만나고, 그와 함께 밤의 의류수거함을 털면서 삶의 이유를 되찾아준다.


마마는 과거 잘나가는 자동차 딜러였지만, 아들은 자신을 놓는 선택을 하고 만다. 그녀는 세상의 아이들이 이 땅에 뿌리내려 숲을 이루길, 빛을 내길 바라고 있다. 아들이 자시느이 삶을 못다한 이후로 다시는 이 일을 반복하지 않고자, 세상의 아이들이 건강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따뜻한 밥상을 내어준다. 마마가 이 식당, 숲을 만든 이유다.  



숲은 마마의 밥집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세상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잎을 하나둘 씩 피우는 역할이 되기도 했다.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으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질 수 있도록 그녀는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마마는 어느날 앙상한 나뭇가지의 화분을 가져온다. 마마의 밥집에는 도로시와 195, 숙자와 마녀가 자주 들러 정성이 담긴 밥을 먹고 갔고, 그들은 함께의 즐거움을 알아갔고 삶의 생기를 얻어갔다. 시간이 지나며 화분에 잎이 하나 둘씩 자라기 시작했다. 소외되었던 개인들은 함께하며 서로를 다독이며 공감하고 치유하던 것처럼. 메말라있던 나무는 점점 우거져 무성한 잎을 지닌 한 나무가 되었다.


  


성장 뮤지컬  

도로시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제 힘으로 직접 도와주고 나니 알 수 없는 기분 좋은 감정이 본인을 꽉 채운 것이다. "내가 세상에 있어야 할 존재같고 나를 막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고, 자존감을 느끼게 되었다.


경쟁없는 호주로 떠나고자 했던 도로시는 사람들과 함께 밤의 거리를 걸으며 진정 즐거운 일을 찾았다. 바로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 그러하여 본인이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된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된다.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공부를 다시하고 그렇게 떠나고 싶어했던 경쟁의 판으로 다시 들어간다. 하지만 이제 전과는 다르다.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공부이므로 조금 더 신나는 도전이 될 것이다.  



마약을 하고 죽음을 계획하는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던 195는, 친구와 좋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삶이 달라진다.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고 있다.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이젠 자신을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그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에는 사랑과 존중 덕분이었다. 애정어린 마음과 따뜻한 마음, 그것이 굳어버렸던 195의 마음을 녹이고 삶의 이유를 찾게 만들어 주었다.


  

배우들의 촘촘한 연기로 완성된 탄탄한 뮤지컬 



책에서는 느낄 수 없던 시각적인 효과들과 선율들이 스토리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어주었다. 모두가 함께 합창을 하며 목소리가 어우리질 때, 함께 해오며 더없이 행복해진 그들의 모습에 벅차오르기도 했다. 공연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었고 스토리와 음악이 함께 있어 느낄 수 있는 울림이었다.

 

소극장에서의 이 가까운 거리는 무대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쉽게 초대하고, 배우의 감정선이 와닿아 높은 몰입도와 가까운 소통을 하게 한다. 살아있는 생생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다.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훈훙한 연기덕에 마음이 띠뜻해지고 감정을 섬세히 건드리는 작품이었다. 극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풍요러워졌고, 도로시와 195가 끝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통해 함께하는 것의 힘과 감동을 느끼며, 마음 가득히 치유를 받고 가보았으면 좋겠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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