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희 Apr 05. 2023

다시 3년 만에, 맘마미아

"여러분의 함성소리가 너무 그리웠어요!"


맘마미아가 돌아왔다.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아바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아름다운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1박2일간의 결혼식 이야기다. 2019년에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었던 이 뮤지컬은 모든 사태가 잠잠해지고 다시 3년 만에 돌아왔다.  




춤과 사랑, 음악과 젊음이 가득한 뮤지컬  

극이 시작한 직후 아름다운 그리스 해변가를 보여주는 듯 넘실대는 물결이 무대의 커튼 위를 일렁였고, 다채로운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공연장을 채웠다. 오케스트라의 생동감 넘치는 음악과 충무아트센터의 풍성한 사운드, 우리가 알고 있는 아바의 노래들은 작품이 시작되기 전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맘마미아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다. '도나'의 우정과 사랑, '소피'의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엄마와 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도나와 친구들이 노래하며 춤출 때, 함께 아무 걱정 없이 놀았던 또 가장 아름다웠을 때 찬란했던 그 시절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또한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우정이 돋보였다. 


도라는 힘들고 난처한 상황에 닥치자, 침대에 숨어버렸다. 그때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고 도라가 좋아했던 노래를 불러준다. 이렇게 친구들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용기를 북돋아 줬기에 도라는 다시 눈물을 닦고 일어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이기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친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친구들의 공감 어린 말과 노래는 도라를 결국 웃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  



아빠가 없이 엄마와 딸로 자란, 각자가 세상의 전부였던 도나와 소피. 도나는 소피가 결혼식을 하는 날, 딸의 결혼 준비를 돕는다. 어릴 적 학교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던 모습이 선한데, 언제 커서 결혼을 하러 가는지. 모래알을 움켜쥐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것처럼, 딸과 함께 했던 시간은 계속 빠져나간다. 


아빠가 자신의 정체성이자, 아빠가 있어야만 완벽한 자신이 될 것이라 믿었던 소피. 그녀는 아빠를 찾기 위해 세 명의 아빠를 모두 결혼식에 초대하지만 소피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깨닫게 된다. 아빠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키워주고 자신과 함께 일평생을 살았던 엄마 도라가 곧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였음을. 


소피는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식에 입장하는 대신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결혼보다 자신이 누군인지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소피 곁에는 그녀의 일을 존중해 주고 응원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었다. 


가족과 연인, 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이야기였다. 모두가 겪어봤고 겪을 이야기, 또 공감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되어 관람할 수 있었다.    




누구든 댄싱퀸 



맘마미아엔 간판같은 노래가 있다. 바로 댄싱퀸. 흥겨운 멜로디와 신나는 춤사위, 젊음이 가득한 가사까지. 이 음악을 듣고, 또 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자유로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열일곱 살의 댄싱퀸이라고 하는 이 노래를 젊은 소피가 아닌 도나와 친구들이 불렀다는 점 또한 신선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모두가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나이가 어떻든 자유롭게 춤추고 즐기는 댄싱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안에 흥을 분출하게 하는 노래여서 관객석에서의 들썩임은 덤이다.  



 

예술이 주는 힘 


뮤지컬의 가장 장점은 사람이 노래와 춤과 연기로 작품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재능과 끼가 모여, 흥겨움을 만들어낸다. 작품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도나와 친구들이 반짝이 의상을 입고 나와 한차례 축제를 벌인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야광봉도 일렁였다. 마치 콘서트장에 와있는 듯, 행복했다.


예술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예술에서만 받을 수 있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받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서 우리 관객에게까지 느껴졌다. 뭔갈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절실한 사람들에게서만 나오는 그 뜨거운 에너지 말이다.  




3년 만에 돌아온 맘마미아, 배우도 관객도 울었다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공연이었다. 첫공이라는 의미 깊은 공연 후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이어졌다. 코로나의 여파가 예술계를 얼마나 뒤흔든 걸까.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무대에 대한 그리움, 관객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많았다고 배우들이 입을 맞춰 말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 설 수 없고 또 관객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또한 관객들은 그들을 보고 감동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2023년에서야 어떠한 가림막도 없이 배우와 관객이 서로를 바라보는 정상적인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여러분의 함성소리가 너무 그리웠어요!" 얼마나 무대에 서고 싶었을지 그들의 말에서 또 공연에서 와닿았다. 뮤지컬과 무대예술을 사랑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관객이 자신이 받은 감동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성소리 박수소리 또 표정으로 나오는 표현까지. 어떤 배우는 맘마미아라는 작품이 관객들의 표정이 너무 잘 보여서 좋아한다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주인공 도나 역할을 맡은 '신영숙' 배우가 울었다. 이 무대에 서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그간 관객과 배우, 그리고 모든 스탭들이 서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얼마나 응어리진 게 많았을지 안타까웠다. 이제는 다시 일상이 회복되었으니 그들에게 그간 너무 고생 많았다고, 또 오늘 공연은 최고였다고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내질렀다. 


마스크를 벗고 아낌없는 함성을 보내고, 사람들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이고, 무대에선 배우가 연기하고 관객석엔 관객들이 꽉 차있었다. 이날이 어떤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믿으면 이뤄진다 


소피 역할의 '김환희' 배우는 2019년도의 오디션에 불합격했다가 이번 23년도 맘마미아에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리고 마지막 넘버인 I have a dream을 한 소절 불렀다. 믿으면 정말 이뤄진다. 진정으로 바라면 현실이 된다. 바라던 게 진짜 현실이 된 그 모습에 세상의 기적들을 또 내 안의 소망들을 믿고 싶어졌다.


맘마미아를 통해 꿈을 믿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맘마미아는 공연계의 전환점이자 일상을 찬란하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 뇨끼를 먹으며 하루를 더 살아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