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희 May 06. 2023

나만의 원픽을 찾을 수 있는, 원픽 페스티벌

낭만과 자유의 페스티벌




선선한 바람 그리고 따사로운 햇볕이 비치던 어느 주말, 연세대의 노천극장에서 원픽페스티벌이 열렸다. 

자신의 원픽을 만날 수 있는 또는 자신의 원픽을 찾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다.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노천극장은 학교 안이라는 특성 덕분인지 젊음과 낭만이 가득 느껴졌다. 원형극장으로 관객들이 서로 볼 수 있는 구조여서 관객들의 리액션을 볼 수 있어 공연 내내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티스트와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픽페스티벌의 신기했던 특징은 1열이 매번 가수의 팬들로 자리가 교체된다는 점이었다. 맨 앞 자리에 자리잡은 팬들은 아티스트의 눈이 가장 잘 닿을 곳에서 슬로건과 응원문구를 준비했고 아티스트의 모든 행동마다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줬다. 


특히 남성 팬이 많이 있던 공연엔 아티스트의 모든 질문마다 목청껏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이들의 순수한 응원은 공연의 또 다른 재미가 되었다.   



내 마음의 원픽, 최유리 


마치 선선한 늦봄 해직녘에 읽는 책 같은 사람이다. 


적당한 온도에 적당한 감성으로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우리 마음을 선선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재생목록에 음악이 추가되었고 다시 보고 싶은 아티스트였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곡에 완전히 몰입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과 그녀의 음색을 함께 보고 듣고 있으면 어느샌가 그 음악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노래에 푹 빠진듯한 표정, 몽환적인 또 어딘가 서글퍼도 보이면서 마음 한편이 시원해지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최유리의 노래는 사랑에 대한 노랫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단어와 문장들이 아름다워서 노랫말을 듣고만 있어도 위로받고 공감받고 치유되는 기분이다. 


특히 '숲'이라는 곡은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숲은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진행되는 편안한 분위기의 포크음악이다.     


https://youtu.be/7ihLv8_Vd-4



다나카 


뮤직 페스티벌에 개그맨 다나카(김경욱)가 등장한 것 자체가 파격이어서 궁금증과 호기심이 들었다. 

개그맨 김경욱은 4년간 다나카를 연기하고 세계관을 착실히 쌓아왔다. 이 긴 시간이 지나서 이제서야 다나카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콘서트도 여는 등 빛을 보게 된다. 아마 지금이 그에게 황금기가 아닐까. 


코미디언은 자신이 어떻게 망가지든, 자신의 온몸을 내던져 웃음을 주는 대단한 사람이다. 노천극장에서 뜨거운 햇살에 조금 지쳐갈 찰나 다나카가 이곳을 웃음 가득하게 만들어주었다. 물 마시는 모습만 보아도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지니, 그는 이에 화답하듯이 무대 위에서 생수 4병을 원샷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는 관객과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 안으로 들어오며, 노천극장의 계단 위까지 걸어 올라와 관객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보았다. 마치 레드 카펫에서 인사를 하듯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손을 부딪히며 눈으로 직접 교류하고 소통했다. 관객들은 객석 위까지 올라와준 다나카에게 열광했고, 더욱 열렬히 호응하고 응원했다. 


아마 이런 뜨거운 반응에 가장 갈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금은 뭉클해졌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그 긴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던 부분들이 이제야 인정받고 빛을 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연예인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되길 바랐다. 


자이언티 공연을 보다가 비가 한두 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이나 우비를 챙기지 못한 나와 일행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야외무대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일행의 청자켓을 함께 쓰며 노천극장에서 서둘러 나왔다. 비록 모든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진 못했지만 그 자체도 낭만이었다. 

음악부터 갑작스러운 빗줄기까지 4월의 좋은 추억이 되었다. 



좋은 음악을 듣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무엇보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관객들과의 티키타카 유대감이 돋보여서,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즐겁고 “이게 페스티벌이지!”라 느꼈던 공연이었다. 


페스티벌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픽 페스티벌에서 나의 숨겨져있던 흥을 되찾고 나의 원픽을 알아갔음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불완전한 신체는 진정으로 불완전한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