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이별의 기술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의 <안전 이별>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가?
연애가 순탄히 진행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관계의 끝맺음은 늘 어렵다.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개인마다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관계를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오랫동안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순간의 감정으로 이별을 고하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애에 정답은 없지만 해답이 있을 순 있다. 여기 본질을 짚어냄으로써 관계를 지속해야 할지 끊어내야 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안전 이별>은 연애에 있어 관계의 끝맺음을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관계에 충실하거나, 정리하거나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애매한 마음의 기준으로 판단을 했었다면, 이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연인들이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다룬다.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변하겠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헤어질 만큼 밉진 않아!" 같이 연인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생생히 다뤘다. 미뤄두었던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애매하게 고민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한다.
연인 간의 다툼은 모두 차이에서 시작된다. 상대방과 본인과의 간극이 크거나, 차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다. 그 차이를 줄여보려 연인들은 줄곧 이러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런 점은 서운했어. 이런 점은 고쳐줘.' '내가 변할게. 내가 잘할게' 같은 말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면 함께 있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 그런 경우 우리는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연인이 변하는 걸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안전 이별>에서는 인간의 본질로부터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손톱만큼 진화했을까 싶은 영장류에 불과하다." 인간이란 본디 어딘가 고장이 나있는 존재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평생에 걸쳐 행동에 영향을 주고, 이 때문에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극도로 둔감해지고, 개인의 경험들이 현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현실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변화는 불가능에 가깝고, 변하라는 말은 사치이며 모욕이다.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말은 오만함의 극치라 볼 수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인데, 과거의 나는 어땠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긍정적으로 발전하게끔 이끌어주는 애인의 충고를 어찌하여 받아들이지 못할까?
알랭 드 보통은 이에 대해 진짜 어른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제대로 된 어른이란 나를 생각해서 건네는 조언에 발끈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한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인간은 모두 아픈 존재이고 본인 역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은 변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자들이야말로 변화가 시급한 존재다.
상대방이 변하길 바랄 때는 존중하며 성숙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상대가 좀 더 특별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상대가 더 다정해지거나, 왜 다정하지 못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길. 자신의 매력을 더 깊이 알길. 항상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공유하며 서로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사랑이란 연인이 서로에 대한 지지와 공감, 동등함을 바탕으로 서로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
<안전 이별>, 14p
충분히 좋은 관계는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용기를 준다. "너가 변했으면 좋겠어"라는 말은 매정한 말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당신을 아낀다는 증거다.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변화를 위해 당신이 하는 노력을 모욕이라 받아들이는 사람과 함께할 때, 이제 내 삶에 큰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이별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 보통 사람들은 이별에 대해 사랑의 실패,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별은 사랑의 완성이 될 수도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헤어지는 경우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이뤄나간 성취감 속에서 헤어지면 사랑의 완성이 되는 것이다.
연애를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좀 더 건강하고 인격적인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배움에 기반한 연애는 연인 관계의 핵심을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여긴다. 연인들은 서로에게 배울만한 점이 있을 때 서로에게 끌린다. 그리고 내가 갖지 못한 점을 갖고 있을 때 사랑에 빠진다. 우린 사랑이 시작되면서 그 품 안에서 성장하기를 원한다.
연애의 목적은 자신감, 다정함, 손재주 등 사람의 자질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즉, 연애할 때는 동반자로 함께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는 핵심이다. "우리의 관계는 대체 뭘까?" 연인 간에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하는 질문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투며 쓴소리를 듣더라도, 연인은 함께 배워 나간다. 그러다 서로에게서 더 이상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이별은 마치 소설을 끝맺는 것과 같다고 한다. 소재가 떨어져서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더 큰 성장을 위해 부모의 품을 떠나 집을 떠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내쫓기거나 도망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 밟는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떠나는 것은 사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귀결이 될 수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마음의 부담과 두려움을 좀 내려놓고 나를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흔히 사랑에 빠지면 객관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격렬한 감정 때문인데, <안전 이별>은 그 객관성을 유지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또 더 깊이 있게 내면을 들여다보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사랑이란 챕터를 잘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어느 상황에서 이별을 결심해야 할지 말해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더 잘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오해하고 있던 연인의 행동, 그리고 당신의 어른스럽지 못했던 행동 등을 가감 없이 짚으며 사랑의 본질을 알려준다. 또한 이별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를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여, 건강한 연애를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나아가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
<안전 이별>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이 통찰한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계에 대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여 성장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