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2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by 이열매

나는 수업 중에 행정실에 끌려가 무릎 꿇려진 채로 선생님들에게 "미친 X"이라며 욕을 먹었고, 교감선생님이 말없이 고개 숙인 채 눈물만 흘리고 있던 나를 조용히 불렀다.


왜 그랬니?

너무도 작았던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서러움에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 대답했다.

ㅡ 그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아는데.. 어떻게 보내요..

교감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순간 나를 욕하던 선생님들도 모두 숙연해졌다. 시간이 멈춘 듯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만이 그 누구도 할 말이 없음을 대신해줬다.


바뀔 수 없는 현실에 모두 입을 다문 듯했다.


그 아이는 그 학교로 전학 보내졌고, 학교에 홀로 남겨진 난 '공문서 훼손'이라는 죄목으로 교내봉사 징계를 받게 되었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는 일 년 정도를 더 만났다. 그 아이는 왕복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야간 자율학습이 끝날 시간에 맞춰 매일 나를 데리러 와줬다. 교문 앞에서 우리를 본 선생님들은 아직도 만나고 있냐며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셨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학교로 들어와 1층이었던 우리 반 교실 창가에서 나랑 몰래 쪽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날이면 그 아이도 도서관에 와서 내가 사준 문제집을 풀곤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1년 정도 후 자퇴를 하게 되고 정 반대의 생활을 하던 우리는 헤어지게 됐다. 나는 고등학교 2, 3학년 내내 미친 듯이 공부했다.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예쁜 추억이던 그 아이와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 나는 성공해야 했다. 내가 성공하면 그 아이는 그저 우리가 함께 만든 가정에 있어주기만 해도 행복하리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동안 우리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았고 몇 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땐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으며, 나와 그 아이의 사이엔 가까워질 수 없는 모든 이유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추억을 그저 추억으로 두었다면 그 아이는 내 기억 속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찬란했을 것이다.


나의 미련은 아름답던 추억마저 더럽혀지게 했고, 그 아이는 그렇게 내 기억에서 잊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