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

뒤늦게 찾아온 후회

by 이열매

4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그녀에 대한 이야기.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스물네 살.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대학교 때 아는 형의 추천으로 스펙도 쌓을 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구청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같은 학교 대학교 2학년이었던 그녀. 예쁜 얼굴에 대화가 잘 통했던 그녀와 매주 3~4회 봉사활동에서 만나게 되면서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학교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녀가 과제 때문에 경주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나는 핑계를 만들어 그녀를 따라 경주에 가게 되었다.


그녀와 같이 기차에 올라 경주에 도착한 나는 하루 종일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이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어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녀가 기차에서 잠들자 자는 모습도 찍어주고 장난을 치며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일을 하며 학교 다니느라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와 같은 학교였기 때문에 매일같이 만나며 별문제 없이 행복한 연애를 했다. 하지만 연애한 지 1년 후, 나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취업계를 내고 판교로 올라와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그녀와 내가 살던 곳은 대구였고, 1년 만에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며 9개월 정도를 더 만났다. 나는 일이 바빠지면서 점점 그녀에게 소홀해졌지만, 매주 여자친구가 올라와주거나 내가 대구에 내려가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3교대, 4 교대의 고된 회사 업무는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그녀와 매일같이 보다가 자주 보지 못하게 된 것 또한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결혼 이야기도 오고 가는 사이였다. 하지만 나는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욕심과 목표가 생기게 되었고, 학사 편입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녀에게 시험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고 편입 준비와 학사 과정을 마치는 동안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은 연애를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다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집에 여유가 없어 딸을 빨리 시집보내고 어린 막내를 케어 하고 싶어 하셨던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기다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셨고, 여자친구 또한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결심했다. 나는 그녀와의 이별을 위해 3일 정도 시간을 내서 대구로 내려갔다. 첫 연애는 아니었지만 첫사랑이라고 느껴졌던 그녀. 그녀와의 2년 연애를 끝내기 위해 내려가는 4시간 동안 나는 애석하게도 별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무덤덤했던 것 같다.


대구에 도착한 나는 바로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힘들었던 그녀는 나에게 지금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무던했던 나에 비해 여자친구는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먼저 찾아뵀다. 너무 죄송하게도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나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다음날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헤어지기로 이야기하고 3주 만에 만난 그녀는 많이 야위어있었다. 안 그래도 마르고 몸이 약했던 그녀인데, 우리의 이별이 그녀를 참으로 많이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데 내가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가 기다려달라고 그녀에게 더 강하게 말했어야 했던 것일까, 그랬다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아도 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니 나는 더욱더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참 좋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경제관념도 너무 좋았고 한때 그녀와의 미래까지 꿈꿨지만, 그녀를 계속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마지막 데이트를 했다. 카페에 갔다가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닐기도 했다. 그러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녀가 또 운 것 같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마음 정리를 했던 탓일까 그녀가 운 걸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그날따라 그녀 앞에서 담배도 자연스럽게 피우게 됐다.


데이트를 마치고 그녀와 마지막으로 포옹을 한번 한 뒤 예매해놨던 버스를 취소하고 하루 일찍 판교로 올라왔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하게 헤어졌다.


그 뒤로 나는 그녀가 생각나지 않았다. 일이 바빴기 때문에 그녀를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편입시험이 끝나고 내가 그녀와 헤어진 지 5개월쯤 지났을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그녀와 헤어지던 시간을 돌이켜보게 되면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녀와의 이별에 있어 나는 참 어렸던 것 같다. 이기적이었던 나로 인해 그녀와 이별을 하면서도 그렇게 아파하던 그녀를 모른 채 했다.


4년 전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절대 그녀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부모님께 떼를 써서라도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결혼을 했을 텐데...

그녀에게 못해준 것이 많아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 뒤로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녀와 자꾸 비교가 되었고, 그녀가 생각이나 다른 사람에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별 후 더욱더 나의 이상형이 되었다.




4년 전 그녀와 헤어지던 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은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용기가 없어 연락도 하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후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잘 지내요,

나는 조금 더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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