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자, 우리 2

7년 만의 만남

by 이열매

그녀와 나는 7년 만에 그녀의 집 근처 공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캔맥주를 샀다. 멀리서 그녀 얼굴이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살이 조금 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사온 맥주 한 캔을 그녀에게 건넸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앉아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많이 보고 싶었어." 내 말을 듣고 그녀가 웃었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세무사 공무원이 되어있었다.


나는 7년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그녀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우리가 왜 헤어졌어야 했는지를, 내가 얼마나 미안했었는지를, 헤어지고 나서 나에게 왜 전화를 했었는지를...

그녀는 헤어지고 3개월 만에 다른 여자를 만난 게 열 받아서 전화했다고 대답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때 다 잊었다고 대답한 게 한이 맺혀서 7년 동안 너를 잊지 못했어."라고 그녀에게 말했고,

"헤어지고 나서 4~5년 뒤쯤엔 연락이 올 줄 알았어. 그리고 왜 그런 걸 담고 살아... 다 지난 일인데."라고 그녀는 대답하며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을 건넨 뒤 우리는 헤어졌다. 그녀와 같이 있었던 그 2시간이 내가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는지,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그 여운이 참 오래갔던 것 같다. 나는 헤어지고 난 뒤 그녀에게 "언제든 연락 줘. 기다릴게."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부터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녀와 만난 뒤 몇 주 뒤에 추석이 다가왔다. 다시 한번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다음 달에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에겐 답장이 없었다. 그 만남이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그녀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있었다. 한 달 후 나는 영화 노트북이 재개봉해서 혼자 영화를 보다가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한 생각들이 차올라서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그때 하지 못한 말이 있어서 연락했어. 이 연락을 끝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게. 네가 추억으로 남겨두자고 그게 좋을 거라고 했는데, 네 말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지만 내가 아직 널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너 말대로 추억으로 남겨둘게. 하지만 세가지만 말하고 싶어. 나는 너무나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나에게 7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 짧은 시간이었지. 하지만 너에겐 그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 널 좋아한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어. 하지만 나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또다시 너랑 헤어졌을 거야. 그때의 나는 가진 것도 없으면서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에게 상처밖에 줄 수 없었거든.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이렇게 혼자 기대하며 연락했으니까 이제는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너 덕분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잘 지내."


이 연락에 그녀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지만, 나는 7년 동안 묵혀놨던 그녀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어느 정도 씻어낸 것 같았다.






생활이 안정되고, 돈도 꽤 잘 벌고 잘 살고 있을 때 그녀를 찾으려 했는데 7년이란 시간은 그녀에겐 너무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내며 그녀가 옆에 있어줬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그런 짐을 주고 싶지도 않다.


그녀에게 연락한 것을 계기로 나는 막연하게 그녀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젠 누굴 만나도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씁쓸한 것은 그 사람이 그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낸 후 그녀와 겹치는 한 지인에게 그녀가 내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다시 그녀에게 연락이 온다면 참 좋겠지만, 연락이 오지 않더라도 이번만큼은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썩 나쁘진 않았지?

잘 지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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