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소개를 받아서 만나게 됐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서로 첫 연애이자 첫사랑이었던 그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또렷한 그날, 3번째 만남만에 2011년 6월 6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대학교를 다니며 1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기적이었고, 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그녀를 만난 지 6개월 만에 군대로 떠나버렸다. 그런 나를 기다려주겠노라 약속하며 그녀는 울먹이며 나를 보내주었다. 입대 후에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주는 여자친구에게 나도 매일 답장을 쓰며 그 어떠한 연인들보다도 우리는 잘 지냈었다. 힘든 군 생활도 그녀 덕에 행복하게 보냈던 것 같다.
매일 편지를 주고받고, 하루에 4시간씩 통화를 하며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어느덧 졸업반이 되어 있었고, 나는 군대에서 2교대 근무를 하며 힘든 훈련도 받느라 많이 지쳐있었다. 매일 같이 쓰던 편지도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역할 때쯤, 그녀와 전역 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나는 전역 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1년 동안 레슨을 받으러 다니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 나이에 내가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레슨을 받으러 다니겠다고 하니 싫었던 모양이다. 그녀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나의 전역 날까지 나를 기다리며 함께해 주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전역날. 그녀와 사당역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들뜬 마음으로 카페로 향해 갔다. 그 어느 날보다 기뻐야 했던 그날, 나는 그녀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당시 여자친구는 집이 잘 살았었고, 나는 집에 여유가 없었다. 미래에 비전이 없어서였을까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전부터 나와 헤어지라고 여자친구에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했다. 너무나 사랑했던 그녀였지만 그 앞에서 그런 말을 듣고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나는 알겠다는 한마디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나왔다. 그렇게 제대로 된 이별의 이유조차 묻지 못한 채 우리는 차갑게 헤어지게 됐다.
거의 모든 첫사랑이 그렇듯, 그녀를 쉽게 잊을 수는 없었다. 그리운 마음에 그녀에게 연락을 몇 차례 해보았지만 그녀와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나는 세 번째 연락을 끝으로 그녀를 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헤어진 지 3개월 후쯤 다가오는 연말에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자친구가 옆에 있었기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은 난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도 말을 아껴야 했다.
"나 방금 너 본 것 같아서 전화했어. 혹시... 이제 나 잊었어?"
"... 응. 난 정말로 다 잊었어, 그러니 잘 지내."
통화를 끊고 아무렇지 않게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지만 그 날 데이트 중에 전화가 왔던 것이, 그렇게 대답해버린 것이 아직까지도 한이 맺힐 줄은 몰랐다. 결국 난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한 채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는 얼마 가지 못하고 헤어지게 됐다.
그렇게 나는 그 후로 지금까지 7년 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다. 그녀와 만날 때 주고받았던 편지와 물건들까지도 하나도 버리지 못했고, 아직도 그녀와의 추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를 언젠간 다시 찾고 싶어서 더욱더 열심히 살았다.
나는 입대 전부터 피아노 레슨을 해주신 레슨 선생님이자 나의 은사님의 회사인 광고 기획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일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6개월 동안 일을 배우며 무급으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오자마자 메르스가 터져 직원들이 다 나가게 되었고,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자 내가 은행빚을 내가며 몇천만 원을 끌어와 어려워진 회사 재정을 메우게 되었다. 전보다 어려워진 상황 탓에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그녀의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나의 소중한 인연인 은사님의 회사였기에 언젠간 내가 이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회사를 일으킨 후 꼭 그녀를 찾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더 어려워져서 나는 또 빚을 내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팀장님이 배신하고 나가서 은사님과 나만 회사에 남게 되었다. 나 살기 바빠지자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도 생각이 안 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에서 일주일에 80시간 정도를 일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5년 만에 회사도 안정기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이유인 그녀를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졌던 7년 전 9월. 그 계절이 생각나서 9월에 연락해야겠다고 다짐한 후 나는 운동하며 살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9월이 되었다.
7년 동안 잊지 못했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뻤던 얼굴과 목소리까지도 아직 내 기억 속에 선명했던 그녀는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녀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떨렸는지 나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당황하며 업무 중이라 1시간 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끊었다.
1시간 후 다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나에게 무슨 일로 전화했냐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난 통화로만 듣는 그녀의 목소리보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더 보고 싶었다.
"만나서 밥이나 한번 먹자." 내가 말했다.
그녀는 아무 일 없이 내가 연락했을 리 없다며 만나기 싫다고 했다. 이상할만했었다. 내가 그녀를 못 잊었다는 것도 그녀는 알리 없었고, 내가 7년 만에 연락한 것도 이상했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실은 나는 우리가 왜 헤어져야 했는지, 왜 나에게 이별의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는지를 7년 동안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땐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 나의 미래만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어."
솔직하게 말해서였을까 그녀는 잠시 동안의 침묵 후 대화를 이어나갔다.
"너 참 이기적이었지. 나는 널 사랑했지만, 너는 널 사랑하는 것 같았어."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가 더 보고 싶어 졌다. 나는 다시 한번 만나자고 말을 했다.
"지금도 넌 이기적이네."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이 그녀를 부담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네...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너 지금 어디야? 만나자."라고 그녀가 말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