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은 이전 연애의 그 사람이 아니다

by 이열매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다. 겁이 났나 보다.


중요한 자리에 가거나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면 격식에 맞는 옷을 차려입고 나를 단장하는 것처럼, 사랑을 시작할 때는 늘 마음을 단장하기로 해놓고 이번엔 그러하지 못했다.

사람이 모두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이 사람이 나에게 준 것인 양 지레 겁을 먹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나를 기다리게 하지도, 나를 불안하게 하지도 않았다. 연애 초반 번지르르한 말로 나를 속이지도 않았고, 내가 천천히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혹여나 또 맘고생하게 될까 불안해하며 머뭇거리는 내가 이해가지 않았을 텐데 나에게 시간을 주며 나를 이해하려고 해 주었다.

그는 물놀이하기 좋은 적당한 파도처럼 나를 들뜨게 하지도, 폭풍우 속의 거센 파도처럼 나를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아주 잔잔한 물결처럼 나를 평온하게 해 주며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고 있었다.


순간 시집 제목인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을 항상 연애 모토로 삼아왔던 내가 이미 떠나버린 사람이 준 상처에 겁을 먹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워졌다.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던 내가 만나는 다음 사람에게는 그 상처가 옮겨가지 않도록, 타인에게 받았던 상처를 다음 사람에게 내가 주는 어리석은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그렇게 사랑할 것이다.



*류시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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