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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14. 2024

무비랜드 라디오 개국. 극장 개업을 앞두고...

무비랜드 라디오 EP0


2024년 새해를 맞아 무비랜드 라디오를 개국했다. 무비랜드는 모베러웍스가 만들고 있는 성수동의 작은 극장. 2022년부터 극장을 만들겠다고 여기 저기 떠벌이고 다녔으니 꼬박 2년이 걸렸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은 모티비에 담아두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2월 개업을 향해 가보기로 한다. 극장 제작기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라디오를 하게된 것은 좀더 느린 호흡으로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라디오로 나눈 이야기를 발췌해 텍스트로도 기록하려고 한다.



소호: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도 4년 차가 됐어요. 요즘 왜 모베러웍스가 영화관 하냐는 이야기 많이 듣죠. 왜 영화관입니까?


모춘: 여러가지 욕망들의 집합체가 아닌가. 저도 오늘 이걸 왜 했지 되짚어 보면서 초창기 모티비를 봤는데요. 8화 보니까 우리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꿈이 있었더라고요. 집에서 유리창에 포스트잇 붙여놓고 로드맵을 그려보던 씬이 있었는데 그때 그런 얘기 해요. 3년 차에 100평짜리 로드샵을 만들겠다. 논리적이진 않지만 공간에 대한 막연한 열망이 있었어요. 


소호: 유튜브라는 건 사실 사라질 수 있잖아요. 실제로 어느날 갑자기 채널이 폭파되기도 하고. 뭔가 물리적으로 진짜 우리의 것을 소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모춘: 사실 모베러웍스를 시작할 때는 진짜 가벼운 마음. 온라인 쇼핑몰 만들고 티셔츠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팔아야지 하는 수준이었어요. 타이밍이 잘 맞물려서 휩쓸리듯 여기까지 왔는데. 2년 전 쯤이었나 자연스럽게 '다음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당시에 제품도 많이 만들어 보고 팝업 행사도 해보면서 '다음은 샵인가? 샵이 맞을까?' 그런 물음표가 뜨더라고요.


소호: 모베러웍스가 항상 우리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메시지를 판다. 우리는 이야기 추종자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다. 이야기다.' 그런 얘기들을 했는데 우리가 공간을 만든다면 단지 '샵'은 아닐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모춘이 영화관 얘기를 꺼냈을 때 저는 무릎을 탁 쳤어요. 영화라는 게 이야기의 총체고, 영화관은 이야기 상점인 거 잖아요. 


모춘: 극장이라는 아이디어를 듣고 멤버들이 가슴 뛰어 하는 것이 보였어요. 당시에 훈택이가 우리 팀의 비전을 모르겠다는 일침을 날렸는데요. 극장 이야기를 듣고 눈이 반짝이더라고요. 그때 저는 리더로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베러웍스를 처음 만든 건 소호랑 모춘이지만 이제 멤버들이 생기고 단지 둘만의 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지점을 통과했다. 


소호: 자연스럽게 둘에서 팀으로 확장되어 왔던 것 같고, 팀 전체가 같이 그릴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단지 일 얘기 뿐만 아니라 더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극장이라는 그릇이 이런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될 수 있겠구나 했던 거죠. 



소호: 원래는 이름이 <모베러웍스 픽쳐스> 였어요. 어떻게 <무비랜드>가 됐는지.


모춘: 일단 너무 길어. 로고 만들기 너무 어려워 실무적으로.


소호: 안 풀렸어. 모베러웍스라는 이름에 있는 웍스, '일'이라는 틀에 갇히게 되고. 모베러웍스라는 바운더리안에서만 극장을 만들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요.


모춘: 그냥 원할머니 보쌈처럼 들으면 뭔지 알 것 같은 이름. 쉽고 가볍고. 세련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요. 저는 살면서 마음에 남는 공간들이 몇군데 있는데 그런 곳들을 떠올리면 굉장히 빈틈 없이 빌드업된 멋진 곳들이 아니에요. 지금은 망한 샵들이 대부분인데요. 왜 그런 공간들이 마음 속에 남아있냐고 하면 그곳의 사장 아저씨나 아줌마의...


소호: 사람 냄새?


모춘: 네, 기세. 에너지 같은 것 있잖아요. PT 잘하는 법, 고백 잘하는 법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말을 청산유수로 해서 잘하는 게 좋은 건가 하면 그럴 수 있지만 저는 달라요. 말 더듬고 손에 땀 나도 마음이 잘 전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호: 진심.


모춘: 그런 부분에서 <모베러웍스 픽쳐스>가 진실하지 못하냐 그건 아니지만 이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목소리랑은 조금 달랐던 것 같고 그런 관점에서 <무비랜드>가 조금 더 마음에 와닿았죠.


소호: 그래서 우리가 공간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고 도서관 얘기 많이 했잖아요. 도서관이 주는 아스라한 무드. 손때 묻은 느낌. 실제로 수작업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 수작업, 빈티지. 우리는 왜 이런 것들에 끌릴까요?


모춘: 취향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꽤 오랜 기간 디자인 작업을 했잖아요. 작업의 완성도가 점점 상향평준화되는 것 같아요. 기술도 능력치도 다 올라가요. 근데 옛날 선배들 작업 보면 되게 열심히 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삐뚤빼뚤한. 저는 이런 걸 보면 그 작업자의 슬픔과 기쁨이 느껴져요. 이 선을 긋기 위해서 참았던 손떨림같은 것. 저는 그게 예술의 영역이자 상업 미술의 아름다움 같아요. 그런 정서를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어요.


소호: 라디오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우리 공간에 오면 이런 수작업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어딘가에 라디오 사연 쓰는 노트같은 것 두고 거기에 써주신 것들 읽어드리면서 같이 얘기한다거나. 그런 것들 해보고 싶어요.



모춘: 그래서 무비랜드는 어떤 영화를 트는지?


소호: 고민 너무 많았고, 다른 영화관들처럼 신작을 틀지 않죠. 오래된 영화를 트는데 그럼 어떻게 큐레이션 할 것인지가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극장주의 취향으로 틀 것인지 아니면 특정 장르의 영화를 틀 것인지. 보통 작은 극장들은 독립 예술 영화를 트는 곳이 많잖아요. 그렇게 영화로 포커스를 맞추면 저희가 영 전문성이 없더라고요. 


모춘: 극장 만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영화 되게 좋아하나보다 하는데..


소호: 저희는 시작점이 '영화'라기 보다 '이야기'였어요. 사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엄청 영화광은 아니어서. 단지 영화를 매개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죠. 그래서 영화를 먼저 선정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사람'을 먼저 찾아본다는 것이 무비랜드의 가장 큰 운영방침입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고유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것이 궁금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영화를 고르고, 그것이 왜 그 사람의 인생 영화인지나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모춘: 라디오를 하게된 것도 그 사람과 더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고 싶어서. 


소호: 영화는 사실 구실같은 거죠. 무턱대고 너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야기가 있냐고 물어보면 막막한데, '어떤 영화 좋아해?'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춘: 모티비의 <현실 조언> 시리즈랑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해요. 브랜드 운영하면서 겪는 고충들에 대한 조언을 업계 선배님들로부터 얻는 시리즈잖아요. 조언받는 걸 구실 삼아 그 분의 인생 힌트같은 것들 얻고 살아온 이야기들 듣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으니까 실제로 모셔서 얘기도 해볼 수 있고. 보이는 라디오라던가. 극장을 하는 이유 중에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도 큰 거 같아요. 


소호: 이런 기획조차 바뀌더라도 그때그때 재밌을 거 같은 일들 해보고 싶어요.


모춘: 매년 돌아오는 시즌들이 있잖아요 크리스마스나 여름방학이나. 누구에게나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크리스마스같은 게 있을텐데. 그런 순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 여름에 공포 영화 특집으로 밤새 호러 영화만 본다거나. 


소호: 그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잘 모아보고 싶어요. 이야기 조각 모음처럼. 잘 아카이빙 하고 싶다. 어떤 결과나 성취보다 그때그때 벌이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고 의미있으면 좋겠어요. 



소호: 그래서. 개업을 맞아 첫번째로 영화를 고를 사람을 모셨죠. 모베러웍스의 프론트맨.. 


모춘: 바로 제가 대표 선수로... 


소호: 극장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당사자를 모셔보네요. 사실 저희가 처음에 '극장주'라는 거에 되게 꽂혔잖아요. 명함에 극장주 파면 근사하겠다며.


모춘: 그 허영심에 여기까지... 극장주로서 4편의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너무 고민이 많았어요. 1년 동안 계속 번복하면서. 


소호: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 4편이 모춘이라는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모춘의 빛과 그림자랄까. 


모춘: 하나씩 얘기를 해보자면 먼저 <대부>. 트릴로지죠 3부작. 그리고 두번째는 <백 투 더 퓨처>. 이것도 공교롭게 트릴로지네요. 세번째는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중력 안에 있는 것 같은데요. 너무 아름다운 영화죠. 마지막으로는 무협 영화 가져왔습니다. 모두가 뜯어 말리는 <대취협>. 


소호: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


모춘: 치우치고 싶지 않았어요. 장르적으로 애니메이션도 있고 액션도 있고 무협도 있고. 서양 영화 동양 영화 가리지 않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고를 때 자유로울 수 있게 선택지를 열어놓고 싶었습니다. 분위기도 어두운 영화 경쾌한 영화 섞고 싶었고요. 우리 극장이 극단에 있는 것들을 같이 틀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성을 해봤습니다.


소호: 제가 모춘을 보면 이 사람은 양면적이거든요. 엄청 밝을 때도 있는데 어두울 때는 한없이 어두운. <대부>의 무거움과 <백 투 더 퓨처>의 경쾌함이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대취협>이라는 영화가 재미 없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 멤버들의 반응도 처참했고.. 그런데 그 영화 자체가 재미 없어도 모춘이 이 영화에서 어떤 작업적인 영향을 받았는지는 재미있어요. 궁금하고. 저는 무비랜드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어요. 영화를 설득시킨다기 보다는 그 사람 얘기를 해주는 거죠. 


모춘: 좋아하는 영화는 계속해서 돌려보는 편인데, 이번에 <대부>를 고르면서는 조직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더라고요. 원래 이 영화를 보면 한 개인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무너지고 변해가는가, 이런 것들이 가슴을 저리게 했는데. 조직 관리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누구한테 추천하고 싶은가 하면 새롭게 팀장에 부임하신 분들. 제가 팀장일 때 에피소드들도 생각나고. 


소호: 앞으로 그런 이야기들 두서 없고 비전문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라디오는 애플, 스포티파이, 팟빵, 모티비 유튜브 채널에서 들을 수 있어요. 그럼 다음 에피소드에서 만나요! 



Moderator: Soho, MoChoon

Producer: Jiwoo Kwon

Engineer: Hoontaek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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