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먹었거든...
우리는 각자의 단어를 모아 주제 그리기를 한다.
첫 주제 그리기는 19년쯤,
덕분에 그림을 많이 그렸다.
각자의 일상과 마음에서 나온 단어들의
낯선 조합은 꽤 멋지다.
21년, 올해부터는 좀 더 큰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우리, 작업노트도 써요."
나는 그동안
작업노트를 공개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내 그림에 대한 작업노트를 쓰자면
구구절절한 사생활과
사적인 감정, 생각들이 가득해서
굳이 타인들이 이걸 봐야 하나,
아마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개인작업은 말 그대로 개인작업이어서
내 사적인 정보 값들의 나열과도 같은데,
굳이 여러 텍스트를 붙였다가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텍스트가 부연설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의도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목적으로 둔다면
반드시 그 끝은 일부 오해 또는 같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결과뿐이니까!)
어쨌든 이런 것들을 건너 이름 모를 누군가가
역시 이름 모를 창작자의 세상을 궁금해한다는 것.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은 내가 궁금할까? 나의 글과 그림을 보고 '왜'라는 이유가 궁금할까?
창작자라는 정체성은 있어도
내가 '작가'라는 정체성에는 좀 무뎠던 것 같은데
그럴 만도 하다. 뭐 내가 별 게 있어야지.
사실 주제 파악을 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종종 외부에서
만나는 분들이 질문을 주셨다.
'작가님 그림은 궁금해요.' '무슨 뜻이에요?'
'이야기가 있어요?' '주제가 공통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진짜 너무 감사해서 크게 절하고 싶었는데!
아니.. 이 개인적인 것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아무래도,
내가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들,
이 네모 평면의 것을 통한 감정과 생각들은
그 어떤 가이드도 없이 당신들의 것인 게 좋았다.
나의 작업과 나의 세계관,
나라는 사람을 제안하기보다는
내 작업은 수많은 것들을 투영할 수 있는
창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럼 나는 어떤 말도 더 얹지 않는 게 맞다.
-라고 생각하다가,
이제는 나도 내 작업을 설명하고 싶어진 거다!
그만 숨어있고 좀 나오고 싶어진 거다(?) 쪼끔.
그리고 혹시 공감하나요?
우리 비슷한가요? 하고 말 걸고 싶다.
비슷하지 않아도 괜찮지 뭐.
그럼 당신은 어때요?
하고 물어볼 때 대답해 주시면 좋겠다.
내 그림을 봐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꾸준히 쌓아왔던 것들을
조금은 보여주고 싶다!
낯선 배색과 오브제들의
조합으로만 오 이게 뭐예요..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사실 이러쿵저러쿵 이렇고 저래요. 하고.
좀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만..ㅎㅎ
5월의 주제는 <좋아하는 마음, 숲, 산책, 균형>
좋아하는 마음은 순심의 단어
숲은 택수 사장님의 단어
산책은 수잔 님의 단어.
균형은 나의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