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llustrator 서희 Jun 09. 2021

작업노트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거든...







우리는 각자의 단어를 모아 주제 그리기를 한다.

첫 주제 그리기는 19년쯤,

덕분에 그림을 많이 그렸다.


각자의 일상과 마음에서 나온 단어들의

낯선 조합은 꽤 멋지다.


21년, 올해부터는 좀 더 큰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우리, 작업노트도 써요."







나는 그동안

작업노트를 공개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내 그림에 대한 작업노트를 쓰자면

구구절절한 사생활과

사적인 감정, 생각들이 가득해서

굳이 타인들이 이걸 봐야 하나,

아마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개인작업은 말 그대로 개인작업이어서

내 사적인 정보 값들의 나열과도 같은데,

굳이 여러 텍스트를 붙였다가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텍스트가 부연설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의도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목적으로 둔다면

반드시 그 끝은 일부 오해 또는 같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결과뿐이니까!)


어쨌든 이런 것들을 건너 이름 모를 누군가가

역시 이름 모를 창작자의 세상을 궁금해한다는 것.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은 내가 궁금할까? 나의 글과 그림을 보고 '왜'라는 이유가 궁금할까?

창작자라는 정체성은 있어도

내가 '작가'라는 정체성에는 좀 무뎠던 것 같은데

그럴 만도 하다. 뭐 내가 별 게 있어야지.

사실 주제 파악을 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종종 외부에서

만나는 분들이 질문을 주셨다.

'작가님 그림은 궁금해요.' '무슨 뜻이에요?'

'이야기가 있어요?' '주제가 공통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진짜 너무 감사해서 크게 절하고 싶었는데!


아니.. 이 개인적인 것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아무래도,


내가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들,

이 네모 평면의 것을 통한 감정과 생각들은

그 어떤 가이드도 없이 당신들의 것인 게 좋았다.


나의 작업과 나의 세계관,

나라는 사람을 제안하기보다는

내 작업은 수많은 것들을 투영할 수 있는

창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럼 나는 어떤 말도 더 얹지 않는 게 맞다.


-라고 생각하다가,

이제는 나도 내 작업을 설명하고 싶어진 거다!

그만 숨어있고 좀 나오고 싶어진 거다(?) 쪼끔.


그리고 혹시 공감하나요?

우리 비슷한가요? 하고 말 걸고 싶다.

비슷하지 않아도 괜찮지 뭐.


그럼 당신은 어때요?

하고 물어볼 때 대답해 주시면 좋겠다.

내 그림을 봐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꾸준히 쌓아왔던 것들을

조금은 보여주고 싶다!


낯선 배색과 오브제들의

조합으로만 오 이게 뭐예요..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사실 이러쿵저러쿵 이렇고 저래요. 하고.


좀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만..ㅎㅎ







5월의 주제는 <좋아하는 마음, 숲, 산책, 균형>


좋아하는 마음은 순심의 단어

숲은 택수 사장님의 단어

산책은 수잔 님의 단어.

균형은 나의 단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