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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혹성 Aug 12. 2022

소통도 마음먹기 나름

당신과 나

코로나로 한동안 여행은 꿈도 못 꾸다가 올여름이 가기 전에 가까운 곳으로 1박 2일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에서 느꼈다. 정말로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남편과도 소통이 되네'라는 사실을......

적어도 연애할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성향에 분명 끌렸으리라 생각한다. 남편은 N극 나는 S극!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 같이 평정심을 유지했던 사람, 요리를 맛있게 잘하는 사람, 하나에서 열까지 다 나에게 맞추어 주었던 이 사람은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연애 시절 나는 언제 확 타오를지 모르는 불 같았다면 그에 반해  남편은 속이 깊어서 큰 출렁임이 없는 바다 같이 보였다.  언제든지 나의 불을 잠재워 주면서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진심으로 현실이었다. 내가 감당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운 시댁과 육아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혼란과 힘듦과 원망과 후회의 시간이 늘어만 갔다. 뭐든지 함께  의논하고 소통하면서 어떤 어려움도 잘 해결해 나갈 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결혼생활은 꿈인가 싶었다. 남편에 대한 신뢰감과  활짝 열려 있었던 나의 마음의 문은 서서히 닫혀 가고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N극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점점 S극을 줄이고 N극을 향하면서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겠어!'를 다짐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언젠 가는 더 이상 서로가 보이지 않은 거리까지 멀어질 날이 올 거라고......


가족여행 가서 남편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속으로 '그동안 내가 쌓아온 이 사람에 대한 서운함은 접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줘야지, 나는 이 시간을 즐길 거야'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랬더니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서로 이야기 주고받기가 수월했고 나의 말에 맞장구 쳐주면서 공감해주는 남편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물론 잘난 척! 아는 척! 하면서 뭔가를 바로잡아 주려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 강도가 옅게 느껴지면서 '이 사람도 변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정말 나만 일방적으로 힘들었던 것일까?

나는 남편의 본모습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남편에게서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면서 서운해하고 속상해했던 것은 아닐까?

나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서 남편에게 솔직하게 표현한 적이 얼마나 있는가?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이심전심'이라고 말 안 해도 알아줄 거라는 마음이 컸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이 들면서 남편의 남성호르몬의 변화로 소통의 능력이 조금은 업! 된 것은 아닐까?

여러 질문 중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그래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소통이 안 되는 남편' 그래서 '이야기하기 싫은 남편'이라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편견 아닌 편견이

'좋은 마음먹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음먹기' 이 변화가 앞으로도 쭉 더 크게 이어질 수 있기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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