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1
k맘은 나의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교적이지 못한 나에게 k맘이 먼저 다가와줘서 친분을 쌓게 되었다.
나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편 k맘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편
나는 듣기를 좋아하고 k맘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서로 다른 듯했지만
둘 다 커피를 사랑하고
둘 다 나이가 같았고
둘 다 전공이 같았으며
그때까지만 해도 둘 다 쌓인 게 많은 전업주부였다.
한 달에 2~3번은 커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최근까지 7년 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도 크면서 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k맘도 나에게 자극을 받아서 일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직장맘의 고충도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점점 k맘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내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내가 아이들을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는 건가~
나를 위해 공부하는 게 이기적인 걸까~
정말 내가 문제인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K맘과 나와의 관계를...
K맘과 나는 서로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보다는, 뭔가 배움이 필요로 할 때보다는
하소연이 필요할 때
억울함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할 때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연락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한 달에 1번 정도 K맘은 한 달에 2-3번을 연락을 한 듯하다.
뭔가 시원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뭔가 텁텁한 느낌이 맴돌았던 것은
이런 만남이 지속적이어서 그랬던 걸까?
나의 컨디션이 안 좋았던 어느 날
K맘이 집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불렀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약속 장소로 나갔던 것은
나의 이직 문제로 남편과 싸우고 난 뒤라 솔직히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이상하게 나와 K맘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제삼자인 또 다른 내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우리 둘 사이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하염없이 본인의 이야기만 하는 K맘과
연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해 주는 나
나의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지적과 조언을 해주는 K맘과 상처받는 나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그냥 좀 마음이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었는데 더 상처만 받는 것 같네"라고...
K맘의 표정이 변한 것처럼
아마 나의 표정과 얼굴색도 변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둘은 씁쓸함을 뒤로한 채 헤어졌다.
난 이직을 했다.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3개월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먼 거리 두기가 되었다.
'우리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그냥 간단히 안부 묻고 인사는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