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sk up : 마스크를 쓰다
마스크 대란을 뚫고 하나 둘 소중하게 모아두었던 마스크들이 이제는 옷장 가득 차고 넘친다. 이제는 마스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스크를 쓰면서 관심대상에서 멀어진 아이가 있다. 바로 립스틱이다. 예전의 나는 립스틱 콜렉터였다.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발라보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하나씩 사두었다. 메이크업에서 남들은 눈에 힘을 주는데 외까풀인 나는 눈보다는 입술에 포인트를 주었다. 밋밋한 얼굴에 대한 보상심리랄까. 립스틱 색상은 점점 더 과감해지고 도드라졌다.
"저기, 김 선생님~" "네??" "아, 죄송해요. 착각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학교 복도를 오가며 나는 가끔 타인이 되는 경험을 한다. 자신이 생각한 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 나면 상대방도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처음 몇 번은 솔직히 불쾌했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비슷한데 왜 착각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착각의 대상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나 체격이 더 클 때 그 당혹감은 더했다. 어이없게도 내가 외모 부심이 있었던 건가. 나 참 웃기는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스크로 나 자신을 가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내가 하는 행동, 말 한마디에 일일이 신경 쓰거나 지켜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을 치장하고 점검한다. 좋은 이미지.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 함부로 대하면 안 될 사람. 옷을 통해, 화장을 통해 나는 그런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마스크는 나의 과시 욕구를 보기 좋게 차단시켰다. 솔직히 화장 자체가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외출을 자제하니 새 옷을 입을 일도 없어지고 맨투맨과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자연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포장지를 벗겨내니 감춰왔던 내 나이와 세월이 보인다. 이래서 나를 김 선생님으로, 박 선생님으로 생각했구나.. 마스크를 쓰고서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오픈했던 그들과 동등해졌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은 또다시 나의 몫.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는 누구보다 두려움이 큰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본연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하고 자신감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온전히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를 다시 벗게 되는 날 그런 나와 마주하기 위해 오늘부터 연습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