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나치게 벅찬 날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마음이 꽉 채워졌던 오늘, 지나치게 벅찬 날은 오히려 아무것도 꺼내어 볼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마음이든 머리든 무엇인가 콕 남았던 날은 쪼르르 집에 달려와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를 쏟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벅찬 마음을 다시 꺼내어보고 기록하는 것이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
그 감정이 어디로 도망가기 전에 꽁꽁 싸매어두고 싶었던 간절함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처음 알았다.
또 다른 벅참과 먹먹함은 꺼내어 보지 못하고 멀리 한 켠으로 미루어 두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어쩌면 이 감정들이 이곳에서 마지막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기에, 꺼내어 볼수록 그 시간이 빨리 다가올까 싶어 미뤄두고 있는 줄도 모른다.
모두가 ‘덕분에‘라고 이야기했던 오늘.
오늘이 내게는 그런 날이다.
1년 동안 협력 수업을 해왔다. 교실에서 서로의 수업을 나누고 함께 하던 것을 좋아하던 나와 은미샘이 만들어간 시간이다.
교실에서 놀던 우리가 마을을 누볐고, 마을을 벗어나 더 넓은 우리 고장으로 향하게 했었다.
공간이 확대된 것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던 그 시간들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협력 수업을 하며 한 교실에 두 교사가 섰다. 눈이 더 많아지니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더 채워주어야 하는지가 아닌 모든 아이들의 성장을 차근차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족함 보다 더 잘하는 것을 발견해 주고 그것을 뽐낼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것들이 이 수업의 매력이지 않았을까?
그 시간을 통해 나도, 은미샘도 성장했을 것이다.
1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12월의 주제는 기억이었다.
지난 시간을 추억해 보며, 매월 함께했던 수업, 학교 활동을 떠올려봤다.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나눴다.
2학년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연계하여 달력, 규칙 찾기 등 교육과정을 담은 한 달간의 프로젝트 활동이었다.
그렇게 나눈 우리들의 결과물이 멋진 달력으로 탄생하였고, 그 마무리를 교장 교감 선생님을 모시고 ‘출판 기념회’라는 자리로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화면에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낭독한다.
타조도, 봄이도, 사랑이도, 힘찬이도… 모두 큰 목소리로 더듬더듬 글을 읽어 내려간다. 눈부신 발전이다.
그 아이들을 기다려주며 누구 하나 재촉하거나 서두르는 아이들이 없다. 역시 이 아이들도 성장했다.
도전할 줄 알게 되었고, 기다려 주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합일 것이다.
발표회가 끝날 무렵, 교장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작품에 감탄하시며 모든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주셨다.
그리고 이 모든 수업을 이끌어준 두 선생님 덕분이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해 주셨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꼭 안아주셨다. 우리보다 더 붉어진 교감 선생님의 눈시울에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야만 했다.
교실을 정리하며 힘찬이가 혼잣말로 “이게 모두 다 선생님 덕분이지.” 한다. 그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 덕분에 할 수 있었고, 모든 것 믿고 응원해 주시는 교장, 교감 선생님 그리고 동료들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덕분에’라고 말하고 있다.
덕분에 가 이렇게 멋진 말이었구나.
덕분에, 덕분에…
덕분에 정말 행복한 교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