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긴 가는 여행
가만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
슬슬 다시 또 누가 부른다.
“이리 와”
“갈 때 되었잖아?”
여기저기서 나를 부른다.
그래 또 떠날 때가 되었어.
2020년 복직을 하며 세웠던 계획대로라면
24년 1월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9월 , 10월 … 하반기가 시작되었지만
치앙마이의 ‘ㅊ ’조차도 검색을 해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주저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내가 주저한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 아이와 둘이 하는 시간이 두려운 건가? 아니다.
이미 아이와 둘이 하는 여행에 도가 튼 나인걸.
아이가 30개월 무렵 제주 한 달 살기를 시작으로
36개월에는 유럽을 캐리어와 유모차를 끌고
아침이면 보온도시락통에 아이 먹을 도시락을 챙기며
유럽 여행을 했던 나다.
그 완벽한 팀워크 이후 아프리카, 남미에도 갈 것 같았으나 코로나가 잠시 나의 이 기운을 멈칫하게 하였고
그 아쉬운 마음을 아이가 60개월 무렵에는
다시 배에 차를 싣고 제주도로 떠났었다.
한라산에서 썰매를 끄는 엄마는 나뿐이었지만
그 장면은 지금도
아이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이야기 해보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간이다
작년 겨울은 신랑과 함께 보홀, 세부를 갔다가
겁없이 아이와 둘이 마닐라를 거쳐 일본으로 향했다.
아이와 나는 호흡이 꽤 잘 맞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한 가지씩 하면
감정상 할 일 없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터라
둘이서만 하는 여행이 두렵진 않다.
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의 큰 아들 ‘신랑’이다.
매일 붙어 지내는 것이라면 방학 한 달쯤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오히려 ‘감사’ 일 수 도 있겠지만
올 해는 평일에 반은 떨어져 지내니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또 집을 비운다니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쉽사리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을 하겠다는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 집에서 지낼 수 있을 때라도 맛있는 밥 해놓고 저녁에 기다리고 이야기하며 시간 보내줘야지…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평화롭긴 한데
생각해 보면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아이와 콕 박혀
책 읽고 뒹굴 거려도 따뜻은 할 것 같다.
이제 내 여행의 이유가 흔들리고
그냥 안 가도 괜찮은 쪽으로 흐른다.
그때, 신랑이 한 마디 한다.
“ 겨울에 갈 곳은 정했어?”
“응?”
구구절절 그를 향한 나의 애틋한 마음을 듣더니
웃는다.
그리고 가란다. 걱정말 고 가란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
난데없는 현모양처 기운이 자꾸 맴돌지만
이미 내 손가락은 키보드 자판을 누르고 있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고민했던 마음이 언제였는지 뒤도 돌아볼 시간 없이
이미 많은 자료를 내뿜은 페이지에 여기저기 클릭을 하기 바쁘다.
자, 이제 표를 끊고 숙소를 정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오늘은 많이 알아봤으니
내일은 예매를 해야겠구나.
일단,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