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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소영 Mar 14. 2021

참 기이한 세상

계속 그것이 궁금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데 - 시작은 2008년 금융위기였지만 팬데믹 이후 '미친듯이' - 어째 망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소시적 배운 경제 이론에 따르면: MV = PY, 즉, 돈을 풀면 인프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단, 생산량이 일정하다는 가정아래.) 


물론 물가가 올랐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 댄 것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 쯤 우리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아래 신음하고 있어야 맞는 것이다. 


최근 그 의문이 풀렸다. 위의 등식, MV=PY(사실 이건 항등식이다. 언제나 참이 될 수 밖에 없다.) 에서 다시 답을 찾았다. 우선, 팬데믹의 영향으로 돈을 잘 쓸 수 없으니 V(돈의 유통속도)가 줄었겠다. 그러나 줄어든 속도만 갖고 다 설명되진 않는다. 더 중요한 이유는 Y에 있다.(여기서부터는 나의 주장이다.)


신고전주의 자본주의 경제(Milton Friedman이 이 이론을 설파한 60년대)에선 Y(재화와 용역, goods and services)는 단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는다.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오프 라인에서 갑자기 생산이 폭발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금융자본주의의 시대로 접어들며 좀 달라졌다. Y에 실물경제와 유리된 금융상품의 비중이 늘어 나면서 M의 증가(미국의 달러 공급)를 Y가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금융위기를 불러 2008년 파국을 맞았으나, 그 해결책으로 더욱 M을 늘려댔다. 


이 와중에 들어닥친 팬데믹은 M(money supply)의 폭발적 증대를 전지구적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M의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의 흡수는 이제 한계가 있다. regulation들이 생겼고, 주식시장도 기업의 재무재표와 전혀 무관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 Fed의 개입과 같이 정치적인 간섭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엄청나게 풀린 M이 갈 곳을 찾고 있을 때, 눈 앞에 바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 --- 이는 사이버 세상! 촌스러운가? 그럼, 요새 아이들 말대로 'Metaverse'들! 여기엔 국경도, regulatory agency도, 정치적인 개입도 없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Blockchain 개발자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수 년전 버블은 붕괴했지만 그들의 이상은 붕괴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로써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깔고 새로운 화폐와 새로운 디지털 상품들을 한 여름날의 폭우처럼 내쏟고 있다. 


작년 블록체인의 한 종류인 Defi(Decentralized Finance)의 Market Cap이 15조였다. 올해 이십대는 너나 할 것 없이 NFT(Non Fungible Token)을 외치고 있다. 얼마 전 주류 언론에도 등장했듯이, 일론 머스크의 여인이 20분만에 65억을 벌었다는 작품도 NFT 였다. NFT에는 특히 누구나 자신의 예술작업을 올려 일획천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여, 마치 서부로 노다지를 캐러 하는 행렬처럼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마차에 오르고 있다.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사고 파는 데에 많은 친구들이 열중한다.


대충 만든 것 같은 디지털 작업이 '재밋다', '쿨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엄청난 가치를 지닌 상품성을 획득하며 나를 갑부로 만들어 준다면 마다할 젊은이가 누가 있겠는가? trading을 통해서 갑부가 될 수 있다. 말도 안되게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투자가 아닌 투기다. 왜냐하면 이 디지털 상품의 효용은 순전히 주관적이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그 실현 외에는, 지금 가장 핫 한 작가인 Beeple이 내뱉듯, 'Crap'(쓰레기)인 것이다. (지난 주 그의 작품이 800억 가까이에서 낙찰 되었다. 쓰레기치곤 괜찮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상품(digital good), 혹은 'crap'이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을 지금 끌어 당기고 있다. 21세기의 Xanado이다.  NFT의 경제는 purely speculative한 economy이자, meme을 통해 만들어 지는 집단 심리와 개인적인 배금주의의 묘한 결합이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이한 economy가 확장일로에 있을 것이란 사실(실은 나의 예측)이다.  돈을 헬리콥터로 뿌리는 것 말고는 표를 얻을 방법이 없는 정치인들이 경제의 fundamental을 수정할 이유가 없고, 또 20대에 한 번 돈 맛을 본 젊은 친구들(혹은 그들의 친구들)은  이 경제를 떠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실물 경제에서는 job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작금의 기술발달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정부가 주는 용돈이나 알바로 연명하며, 밤마다 금광을 캐러 메타버스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새로운 '약속의 땅'은 앞으로도 끊임 없이 열릴 것이고, 수면 부족의 젊은 세대를 유혹하는 "신화의 나라Mythopia" 메타버스가 결국 현실을 잡아 먹어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화의 네레티브는 놀랍게도 단순하다. 그냥, <돈>이다.


노파심일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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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Jin Kyung, 정재승, 외 20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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