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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주니 Nov 02. 2022

[Prologue]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38세에 자기소개란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면 두렵기도, 떨리기도 하면서 내심 궁금한 그것, 바로 자기소개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나를 소개하는 공간과 횟수는 점점 줄어든다. INFJ인 내가, 어느 날 내 발로 찾아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한 그날 이후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떠벌리지 않아도 될 직장 정보를 제외하고 나에 대해 얘기할 것이 놀라울 정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ㅇㅇㅇ의 ㅇㅇㅇ입니다.

 너무나 예상 가능하고 전형적인 자기소개의 첫 문장 아닐까. 소속과 그리고 이름이다. 의무교육 아래에서는 학년과 반이 나의 소속이었고, 20살 이후로는 학교와 전공, 20대 후반을 넘어 소위 말하는 조직이라는 곳에 몸을 담기 시작한 순간 회사와 팀이 나의 수식어를, 고리타분하지만 나의 전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자리했다. 그리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유별나게 왜?

 자아를 찾기에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고 생각했다. 두 번의 해만 바뀌면 인생에 유혹이 없다는 불혹인데, 뭐 하나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관심이 있는지 말이다. 진득하게 해 본 취미 하나 없고, 취미도 그러하니 뭐 하나 진득하게 배워본 것도 없다. 내 인생 최고조로 열정 터지던 취준생 시절에 그렇게 의욕 넘치고 탐색하기 좋아하던 그 간의 나는 어디로 가고 개인의 취향을 잃고 타인의 취향을 읽어내는 일에만 심취해버린, 그러니까 그것이 내 것인 줄로만 알았던 나를 발견했다. 별 것도 아닌 자기소개에서! 그것도 왜 하필 40을 목전에 앞둔 지금이냐 말이다!



그래서 해야만 하니?

월급쟁이 직장인에게, 임신과 육아, 병가 말고는 특별하게 주어질 수 없는 90일의 공백이 주어진 이후 온통 관심사는 '나'였다. 취업에 빗대어 보면, 지원하는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은 무엇이며, 그래서 나는 그 틀에 어떻게 구겨져 들어갈 수 있을지 복붙하던 자기소개서 대신에, 그래서 나의 비전은 무엇이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궁금해서 미치기 직전이었다. 간결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단 번에 알 수 있는 책 첫 장의 작가 소개와 같은 자기소개를 완성하고 싶어졌다. 이것으로 '돈을 벌어야지, 유튜버나 작가가 되어야겠다.' 이런 심산은 내게 없다.



그럼 왜 하려는 건데?

그렇게 시작된 나를 찾는 여행의 첫 발은 심리상담이었다. 상담 기간 동안 내게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이 있다.


"소현님, 어린이는 몇 살까지인 것 같아요?"


"글쎄요, 한 열 살쯤 될까요?"


"방정환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 시절에 평균 수명이 45세 정도 됐는데) 어린이를 15세까지로 정의하셨대요. 지금의 기대수명으로 치환해보면 100세 시대라고들 얘기하니까, 못해도 45세까지는 어린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러니 아직도 나를 모르고, 왜 이제야 나를 찾으려 할까라며 자책하지 말아요. 소현님은 아직 어린이예요. 모를 수 있고 찾아도 되어요."


나처럼 늦은 나이에도 사춘기나 자아성찰의 시기가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지 공감과 위로를 얻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나도 주고 싶다. 그러려면 결국 이 여행을 시작해야만 했고 출발지 결정해야 했는데, 영상보다는 글이 훨씬 좋았다. 여정을 통해 공감과 위로가 되며, 내게는 목적지를 찾아나가는 가치 있는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90일간 집중했던 것은 새로운 상황에 지속적으로 나를 노출시켜 초보자의 상태로 두는 일이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순간부터 이 일은 도전이 되었다. 자는 시간 1/3, 직장에서의 시간 1/3, 나머지 1/3을 활용해야만 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첫 티켓과 출발지는 이곳, 브런치다. 퇴근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작성하는 이 글이 좋은 출발이 되길 빌며 일단 고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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