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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May 15. 2020

박아나의 일상뉴스

집나간 제가 다시 돌아왔어요

 삼 개월 만에 돌아왔다. 방학 끝나고 학교 첫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서먹하게 인사하는 느낌이다.

방학 때 뭐했니? 어디 다녀왔어? 야, 넌 한 번도 연락을 안 하냐? 낯섦은 잠깐이다. 변한 것 같은 학교도, 친구들도 그 자리 그대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변한 것은 없다. 삼 개월 전 나는 재개한 유튜브에 집중할 시간이 더 필요해서 글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숨 쉴 틈이 필요했다. 그래도 2년을 쉬지 않고 글을 썼는데, 뭔가 기록이 깨지는 것 같아 망설여지긴 했다. 이왕 쉬기로 한 거 딱 한 달만, 잠시만 글을 잊어버리자 했다. 그렇게 삼 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들락날락했지만, 한 달이 지나고, 또 다음 한 달이 지나니, 잊혔다. 내가 구독하는 글들도 읽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보내주는 글들도 그냥 무시했다. 나는 글에 관심도, 글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불안했다. 나의 불안의 이유는 한 가지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지금의 상황도 그렇다. 그 때문에 어려워진 경제 사정도 걱정이다. 방향 잃은 나의 일들도 그렇다. 자존감이 바닥이다. 눈물이 난다. 지금 너만 힘든 거 아니야...라고 말하면 할 말 없다. 알고 있으니까. 다만 나의 불안은 좀 더 오래전에 시작됐고, 모두가 힘든 시기라 이제는 내색할 수도 없어 더 가라앉는 것뿐이다.


 위로가 필요했지만, 위로를 구할 곳이 없었다. 다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마음을 나누기는 쉽겠는가. 위로도 셀프로 해야 하는 시대. 어쩌면 위로는 자기가 자신에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바란다는 것은 애초에 글렀었을까. 그냥 위로라는 착한 연극을 했었는지도.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위로가 필요하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위로가 필요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이 없던 시절, 글이라도 써야지, 그러니까 뭐라도 하자는 차원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글이라도 써야지라는 말은 뭣도 모르고 내뱉은 무책임한 말이었다. 글은 쉽지 않았다. 마흔 넘은 내 인생에 쓸 이야기가 이렇게 없을까 한심한 날들도 많았다. 숙제처럼 억지로 써낸 글도 있었다. 글이 무겁고 버거웠다. 그래도 한참 글 쓰기에 몰두했던 시절에는 기운이 났다. 그때 쓴 글들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도 아니었지만 희망이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해 준다. 때로는 내가 몰랐던 점도 깨닫게 만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질감도 든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그리고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글은 위로가 된다. 


 글을 쓰지 않는 3개월의 시간은 나를 위로하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글을 쓰지 않는 대신, 조금의 쉴 틈을 주고 싶었는데, 그 틈은 위로로 채워지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더 힘들어졌다. 더 지쳐갔다.

오늘 아침 비와 함께 작약이 피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작약처럼 활짝 피고 싶은 나를 기대하며 나도 다시 시작한다

 아침의 빗소리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흡수한다. 이 세상은 빗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기분 탓일까. 경쾌하다. 그렇게 경쾌하게 내게 위로의 말을 꺼낸다.


*** 제 글을 읽어 주셨던 분들,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삼 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음 주부터 글을 다시 올릴 계획입니다. 조금은 다른 스타일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갑자기 생각나는 말,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일상을 빨리 되찾기를 바라며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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