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음에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대표적이다.
몸이 좀 아팠을 때는 흔하게 일어나는 아침이 그리웠다.
그저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고 움직이는 것, 그런 일상의 순간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창 밖으로 본 풍경에서는 너무나 일상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바쁘게 뛰어가거나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하거나 혹은 정류장에서 버스가 왜이리 안오냐며 내는 짜증 조차도 부럽게 느껴졌다.
지금 나의 문제가 그냥 버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병원에 앉아 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던걸까?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장면들이 가득차올랐다.
그중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 하나가 아이와의 약속을 미루고 추억을 쌓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감사한 일상이 다시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아이와의 약속을 미루지 않는 것이었다.
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내일 혹은 주말로 미루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놓쳐버린 시간동안 함께 만들어갈 추억이 사라짐을 알지 못했다.
당연한 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숨쉬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렇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를 허루투 쓸수는 없었다.
아이와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최대한 더 하기로 했다.
피곤한 하루의 끝에 아이가 밤마실을 나가보자고 했다. 평소라면 역시나 늦었다고 미뤘을 일들
기꺼이 밖으로 나가 차가워진 밤공기를 함께 느꼈다.
터널같은 골목길을 걷는데 아이가 갑자기 춤추기 시작했다.
역시 평소라면 어서 가자고 재촉했겠지만 한 발 나서서 같이 춤추기 시작했다.
아이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같이 춤추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그렇게 재밌었을까
웃음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동함으로 얻게된 소중한 추억이다.
매일 일어나며 눈 뜰 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 이렇게 주어진 하루를 또 감사하게 잘 써야겠다 다짐한다.
당연한 날들이 없으니 우리는 또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