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달성한다는 것은 마치 활을 쏘는 것과 같다. 각자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힘껏 화살을 날린다.
사실 리더가 되기 전 팀원이었던 나는, 굳이 항상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미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고, 결과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 높은 목표, 더 멀리에 있는 과녁을 목표로 삼았다. 어짜피 너무 멀어서 못맞추더라도 가까이 있는 과녁을 맞추려 한 사람보다는 멀리에 있는 과녁을 노린 내 화살이 더 멀리 가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나보다. 그저 내 순서를 기다리며 더 날카롭게, 더 강하게 멀리 나갈 수 있는 나만의 화살촉을 깎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처음 팀의 리더로 임명되었을 때, 나는 리더라는 책임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나는 문샷(Moonshot) 마인드와 진취적인 행동력으로 쌓은 성과덕에 회사에서 인정받는 팀원이자 꾸준히 신뢰받는 팀원이라고 느껴왔다. 그래서 나의 업무적 성향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영향력을 더 넓히라는 의미로 한 팀의 리더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임무를 다하려 했다. 사실 팀의 리더라기 보다는, 팀의 멘토가 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여전히 과거의 관점을 고수하고 있었다. “너무 높은 목표를 꼭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배울 것이 많아. 내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게.”라는 마음가짐으로 팀 리딩을 진행했던 것이다.
어느 날 몇 일간 밤새 준비했던 큰 프로젝트의 결과 발표가 있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목표가 높았던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지만, 결과는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표로 했던 기대에 못미쳤다 뿐이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는 나온 프로젝트라 생각했다. 그렇게 '그래도 우리가 높은 목표를 잡고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최고의 능력치로 이 기간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냈어.' 라는 생각을 하고있던 찰나, 나의 뿌듯하고도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깊은 실망감과 아쉬움에 휩싸인 팀원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들에겐 그저 시간은 시간대로 쓴 실패한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팀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막연한 긍정의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를생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프로젝트를 이끌던 나는 팀원들이 나와 같은 '실패해도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들도 나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그 속에서 성장하는 경험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결과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고, 나의 긍정적인 태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실패라는 경험을 이미 겪어버린 팀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위로와 긍정의 메시지가 아니라 문제 해결과 성공을 위한 진정한 피드백이었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함께 고민하여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경험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냉정하게 나는, 뿌듯함이고 성장이고 뭐고, 이미 팀의 리더로서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다. 리더는 결과를 포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책임을 나누고, 부족한 점을 직면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더 높은 리더가 '왜 실패했어?'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팀의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팀원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실패와 부족함을 솔직히 받아들이며 그들과 함께 부족함을 공유하며 꾸준한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 점차 먼 곳의 과녁을 차례차례 맞춰가는 성공의 여정을 함께 계속해야 성장하는 팀을 유지시킬 수 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의 성장과, 성취하는 과정에서의 팀의 자부심 양쪽을 모두 생각할 줄 아는 팀장이 되자. 그러려면 잘 깎은 화살촉으로 최대한 멀리에 있는 과녁 하나만 맞추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책임질 기준이 명확히 없다면 리더로서의 내 책임도, 팔로워로서의 팀원들의 책임도 흐지부지되지 마련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잘 포장하고 싶은 유혹을 경계하고, 팀원들과의 신뢰와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명확한 과녁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