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차를 바꿨다는 결말
1.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2021)
2.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 가후쿠 유스케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깊은 상실 속에 살아감. 2년 뒤 그는 히로시마에서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게 되고, 극단 규정 때문에 자신의 빨간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지 못하고 어린 여성 미사키에게 운전을 맡기게 됨. 가후쿠와 미사키는 서로에게 각자의 상처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그 상처를 극복하기로 해줌.
3.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
4. 일단 기본적으로 하루키의 스타일이 너무 많이 보이는 영화였음. 섹스부터 시작해, 불륜, 대사 톤, 마지막 결말까지.
5. 약 3시간의 긴 러닝타임의 영화인데, 단순히 러닝타임이 길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꽤 지루함. 그것은 개인적으로 무의미한 대사들이 많이 나오고, 독백톤의 이런 대사들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임.
6. 주인공과 그의 아내가 내뱉는 대사들은 대체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 느낌이 그리 흥미롭거나 좋은 효과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음.
7. 영화에서 단 한번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는 가후쿠의 장면임. 영화는 이 가후쿠의 이미지를 아내의 불륜을 보았으나 그럼에도 순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주지만, 공감이 잘 안됨. 솔직히 작가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하루키의 실제 경험이거나 작가의 왜곡된 기억 내지 변형된 이미지라는 생각만 듬.
8. 어쨌든 영화는 우리 상처를 잘 극복해 봅시다, 라는 꽤나 단순하고 지리멸렬한 주제를 내보이며 끝을 맺는데, 문제는 이것이 아니라 한국사람인 척 마트에서 장을 보는 운전사 미사키의 보여주는 것임.
9. 이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관객의 몫으로 남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쓸데없고 비효율적인 결말을 좋아하지 않음. 대체로 이런 결말은 무책임함 속에서 나오기 때문.
10. 제목이 마이 카라고 해서 자동차를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인줄 알았는데, 차에 관한 정보는 영화에서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음. 그리고 주인공 성격상 사브 브랜드의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도 웃기고, 문 두짝 자동차를 사서 다닌다는 것도 웃기고, 아무튼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설정한 거 같은 그런 차임. 드라이브라고 해서 딱히 여행을 즐겨하는 거 같지도 않고.
11. 그나마 흥미로웠던 설정은 연극 배우들이 각자의 언어를 하면서 대사를 맞춘다는 점. 기본적으로 일어,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수어까지 다양한 언어들이 있지만 이걸로 연극을 진행한다는 점이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흥미로웠던 설정이었음.
12. 불륜녀는 그냥 아무런 이유없는 불륜녀일 뿐, 그것에 아름다움을 심어놓고 미화시킨다는 것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음. 현실이라면 민사소송부터 들어가고 이혼절차를 밟는 게 맞겠지. 이런 생각부터 이미 구닥다리 90년대 감성이라는 거.
13.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2022),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