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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Feb 22. 2021

바다에 네가 내가 우리가 보인다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바다 바람이 차져서 실내로 들어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카페 내부는 붐비지 않았다.     

온수를 커피에 더 넣어달라고 했다.

이 카페의 커피는 신맛이 강해 고소함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텅 비어 있는 한적함이 고요함이 좋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꼬여있고 더 이상 풀리지 않는 것들은 가위로 잘랐다.

단순해졌다.     


‘  그래 뭐든 단순한 게 좋은 거고, 진실이지

   복잡하면 거짓이고 기만이야.  

   내가 그 정도밖에 사람이 아닌 걸 어쩌겠어?

   받아들여.  내가 그런 사람이란걸

   여기 온 보람이 있네.  가끔 혼자 와야겠어. ‘     



커다란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고 계속 바다만 바라봤다.

바다는 언제 와도 좋다.

머리가 복잡할 때 뻥 뚫려 있는 바다를 보면

숨통이 트여서, 작고 솔직한 내가 되서 좋다.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는

커다란 바다가 좋다.     

게다가 맑고 인적이 드문 바다라면 더 좋지.     


지혜 있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바다를 한 참 보면 지혜로워 질까?

나는 지혜롭고 싶어 계속 바다만 봤다.     


커다란 통창 밖으로 사람들이 보인다.

오빠와 모래놀이를 하는 어린 여자 아이

모래성을 쌓고 있는 남매와 형제

비누 방울 놀이를 하는 손녀와 할아버지

인생 사진을 찍고 있는 청춘들     


돗자리를 깔고 보온병에서 차를 따라 마시는 젊은 부부

그들에게서 어리고 가난했던 우리가 보인다.    


한 참 돈을 모아야 할 때

아끼고 살아야 할 때

편히 바다를 보고 싶어도

비싼 커피 값도 부담스럽고,

바닷가 앞 리조트 숙박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


가난한 우리는

그늘막, 커다란 돗자리, 보온병, 김밥, 맛집의 음식을 사 와서

바다 앞에서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며 있었다.    

 

남편에게는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고

바닷바람을 쐬고 싶다고

숙소에 들어가기 싫다고 말했지만

어린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편안함보다 그의 자존심이

한 달을 버텨내야 할 생활비가 더 소중했다.     


그래도 파란 바다가

물색이 다른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다시 다가올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다.     


‘  이제는 살만하네.

   내가 마시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마실 수 있으니  ‘     


통창이 있는 실내에 있어

춥지 않게 바다를 볼 수 있어

오래 생각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  돈이 있으면 이게 좋네.  

   만약 밖에서 바다 바람을 쐬고 있었다면

   추워서 오직 몸 만 데울 생각을 하느라

   너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다시 부지런히 돈을 벌고 모아야겠어.  

   내가  네가 우리가

   따듯하게 오랫동안 바다를 편히 볼 수 있도록  

   원하는 만큼 충분히 바다를 볼 수 있도록  ‘     


더 이상 추위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마시기 위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해변으로 반대쪽 방향의 바다로 걸어갔다.

한 참 걸어가다 되돌아오며

내 발자국을 봤다.  

   

‘  일자가 아니라 팔자로 걷는구나.  ’     


깨끗한 모래사장에 내 발자국만 남았다.  

   

‘  잘 걷자.  돌아오는 길에 내가 걸은 길이 그대로 보이네.  

   다시 올게 바다야.  

   다음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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