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첫 데이트는 단성사에서

by 옥상 소설가


“ 어머님, 영아 담임선생입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

“ 네, 선생님 어쩐 일이신지?

“ 영아가 갑자기 상고를 진학한다고 해서요. 무슨 일인지?

영아에게 물어도 울기만 하고 대답이 없어요.

영아는 1학년 때부터 교대나 사대로 계속 진로를 적어왔어요.

올해 1학기 상담 때도 그랬고, 그런데 갑자기 상고로 진학하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


“ 아, 네, 선생님. 영아는 상고로 진학을 할 거예요.

영아 아빠랑 의논했는데 영아 성적이 좋으니 서울 여상에 들어가서 은행쪽으로 취업을 시키자구요.

오빠는 장남이라 대학에 보내야 하지만 영아 밑으로 여동생들은 여상으로 보내서 취업을 시킬 겁니다. “

“ 어머님, 저희 때야 여자 아이들은 대학 진학을 안 하고 상고로 많이 진학을 했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일단 영아 성적이 우수하고, 본인도 간절히 대학 진학을 원해요.

만약 형편이 어려우시면 인문계로 진학했다가 국립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는 방법도 있어요.

영아 성적이 너무 좋아서 아까워요. 아이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어머님,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

“ 아니에요. 선생님, 이미 영아 아빠랑 상고 진학 후 취업시키기로 말은 다 끝내 놓은 상태예요.

영아 성적으로 서울여상 가능하죠? “

“ 네, 어머님. 영아 성적이면 서울 여상은 합격할 거예요. ”

“ 네, 서울 여상졸업하고 은행 들어가면 됐어요. 영아 바로 밑에 동생도 상고에 보낼 거예요.

그래서 더 영아를 대학에 보낼 수도 없어요. 다 보내고 한 아이만 안 보낼 수도 없잖아요.

딸이 셋이라 누구는 보내고, 누구는 안 보낼 수도 없어요. 장남이야 당연히 대학은 나와야 하는 거고. “

“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

큰 언니의 고등학교 진학은 결국 상고 진학으로 갈무리됐다.

언니의 조력자 담임선생님도 엄마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언니는 순순히 받아들였고 미련은 이제 없었다.

더 이상 싸워봤자 의미없는 싸움이고,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언니는 군말하지 않고 엄마에게 주산과 부기, 타자 학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 현아야, 이리 나와. 언니 따라 새마을금고에 가자. ”

“ 언니, 거길 내가 왜 가? ”

“ 이리 와, 일단 가보면 알아. ” 언니는 내 손을 잡고 문방구 앞 새마을금고로 갔다.

“ 어머나, 꼬마 손님들이 오셨네. 무슨 일이에요? “

“ 언니, 우리 동생 통장 만들러 왔어요. ”

“ 그래, 꼬마 아가씨 이름은 뭐예요? ”

“ 민현아 에요. ”

“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는 동안 이거 먹고 있어요. ” 마을금고 언니는 우리에게 과일 맛 사탕을 주었다.


“ 자 그럼 얼마를 저금할까? ”

“ 언니 천 원만 넣어주세요. ” 언니는 주머니에서 천 원을 꺼내 은행 언니에게 주었다.

“ 민현아 손님, 통장 발급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새마을금고를 자주 이용해주세요. “


마을금고 언니는 초록색 직사각형 모양의 통장을 내게 주었다.

내가 통장을 받자 앉아있던 다른 언니들도 아저씨도

“ 꼬마 손님 축하해요. 앞으로 자주 방문해주세요. ” 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통장을 보는 것이 신기했다.

항상 엄마나 아빠 이름으로 된 통장만 봐 왔는데, 내 이름이 새겨진 내 것을 갖는 것은 처음이었다.


“ 현아야. 언니가 매일 백 원씩 줄 테니까 금고에 가서 언니들한테

네 통장이랑 백 원을 내밀고 저금해달라고 해.

언니가 매일 데려다주면 좋은데 학원 가느라 바쁘니까 너 혼자 가고

대신 한 달 동안 매일 잘 가면 마지막 날에 언니가 천 원 줄게. “

“ 진짜? 진짜 매일 백 원씩 줄 거야? ”

“ 응, 그리고 저녁마다 언니한테 통장 보여줘야 해. 알았지? ”

“ 응, 알았어. ”


나는 그렇게 아침마다 언니가 티브이 옆에 놓은 백 원을 가지고 매일 새마을금고로 출근했다.

어떤 날은 백 원. 깐도리를 먹지 않고 참은 날은 백오십 원

손님이 오시거나 심부름 값을 받으면 천 원이나 몇 천 원. 설이나 명절이면 오천 원이나 만원씩도 저금했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갖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매일 숫자가 늘어나고, 종이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내 돈이 늘어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은 달에 한 번, 은행에서 공짜로 돈을 더 주었는데 언니는 그것을 이자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자는 복리이자이며

이자는 저금할 때는 좋은 것이지만 빌릴 때는 무서운 것이라고 가급적 저금만 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은행 언니와 아저씨들 지점장 아줌마와도 친해져서 은행에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니들은 사탕이며 음료수를 자주 주었고 동전을 가지고 저금하러 오는 나를 기특하게 여겼다.

그렇게 언니는 어린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 현아야, 조금 더 있으면 아빠가 올 거야.

네가 만약 공부를 잘하고 우리 집 형편이 풀리면 엄마나 아빠가 너는 대학에 보내 줄 거야.

그러니까 공부 잘해야 해.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만약 엄마 아빠가 너도 대학을 안 보내 준다고 하면 내가 너는 꼭 대학에 보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공부해.

언니가 보내주고 싶어도 네가 공부를 못하거나, 공부를 안 해서 대학에 떨어지면 보내 줄 수가 없어. 알았지?

여자도 대학까지 졸업하는 게 좋아. 그래야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

언니가 지금은 어려서 돈이 없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해서

돈 모으면 나는 꼭 대학교에 들어갈 거야.

너도 대학에 들어가야 해. 주아도 그렇고, 나만 믿고 공부해. “

‘ 언니는 왜 자기도 가지 못하는 대학에 나랑 주아 언니는 가야 한다고 말할까?

왜 자기가 돈을 벌면 대학에 보내 준다고 할까? ‘


큰 언니는 주아 언니에게는 가끔 쌀쌀맞으면서도 나에게는 한 없이 다정하고 항상 나를 챙긴다.

영아 언니는 엄마도 아닌데 엄마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 왜 언니는 나를 딸처럼 아끼고 사랑할까? ’




“ 현아야, 손 내밀어, 응 그렇게. 안 아파? 아프면 말해. 언니가살살 밀어줄게. “

“ 안 아파, 괜찮아. ”

“ 발, 왼 발부터 내밀어. 그렇지. 이제 오른발. 이제 일어서 봐. 종아리가 새 까맣네.

까마귀가 물어가도 모르겠다. 다리 벌리고, 그래 그렇게 “

“ 창피하게 어딜 밀어? 내가 밀게. ”

“ 네가 밀긴 어떻게 밀어. 똑바로 다리 벌리고 서. ”

“ 아아아~~~ 아파, 살살 밀어. ”

“ 이제 많이 컸네. 뒤돌아 앉아. 아유~~ 이때 나오는 것 좀 봐.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하겠다.

너 등 안 간지러웠어? 아가씨가 이게 뭐야? 친구들이 보면 더럽다고 너랑 안 놀겠다. “

“ 언니 나 때 다 밀면 나갈 때 우유 사줘. 딸기 우유. ”

“ 우유 먹고 싶어? ”

“ 응, 초코 말고, 딸기로 사줘. 오늘은 초코 안 먹고 딸기로 먹고 싶어. ”

“ 그래 알았어, 머리 감을 때 안 울면 딸기 우유 사줄게. 눈 맵다고 울면 안 돼. 알았지? “

“ 응, 알았어. ”


쪼그려 앉아있던 언니는 나를 번쩍 안아 자기의 허벅지와 몸통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대야에 내 머리카락을 담가 감기기 시작했다.

머리에 피가 쏠려 기분이 몽롱하지만 언니 냄새가 더 좋다.

뜨거운 물에 머리카락이 담기고 기분 좋은 샴푸 냄새가 난다.

온몸이 솜사탕이 입 안에서 녹 듯 녹아버린다.

눈을 꼭 감고 샴푸가 끝나길 기다리다, 눈이 매워져 두 손을 공중에 버둥거리다 언니의 젖가슴을 꽉 잡았다.

“ 아~ 현아야. 언니 가슴이야. 엄마 젖이 아니고. 얘가 왜 이래? 아유 간지러. 놔. ”

그래도 놓지 않고 언니 젖을 움켜잡았다. 언니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웃음을 터트린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몸을 비틀면서도 언니는 나를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나를 놓치면 목욕탕 바닥에 내 머리를 찧게 되니까, 언니는 내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

불안하거나 무서울 때 내가 엄마 젖을 빨거나 만지는 것을 아는 언니는 자신의 가슴을 내민다.

막내 동생이 우는 것이 보기 싫어 중학생 언니는 복숭아 같이 작고 부드러운 가슴을 내어준다.



매일 늦은 귀가,주말엔 도서관, 큰 언니는 오빠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현아야, 우리 나갈까? 머리가 아프다. 좀 걸어야겠어. ”

“ 언니, 그럼 우리 공원 가자. 그네 타러 가고 싶어. ”

“ 그래, 가자.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오면 되지. ”

언니와 손을 잡고 언덕 맨 위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내가 타고 있는 그네를 언니가 하늘 위로 실컷 밀어줬다.

“ 언니, 엄마가 미워? 아직도 미워? ”

“ 응, 엄마가 미워. ”

“ 그래, 그럴 것 같아. 나 같아도 엄마가 미울 것 같아.

그래도 엄마 많이 미워하지는 마. 우리 엄마니까. 조금만 미워해. ”

“ 알았어.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에 나중엔 엄마를 미워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올 거야.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야. “

“ 그런 날? 그게 어떤 날인데? ”

“ 내가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가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날. 이제 가자. 저녁 먹어야지. ”

“ 언니, 가는 길에 나 깐돌이 하나만 사 줘. ”

“ 알았어, 가자. ”


언니랑 같이 언덕을 내려오는 데 오빠 친구 현식이 오빠를 만났다.

큰 오빠랑 같이 합기도에 다니는 현식이 오빠

나만 보면 맨날 슈퍼로 데리고 가서 먹고 싶은 거 세 개만 고르라고 말하는 오빠

내가 세 개를 고르는 동안 큰 언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오빠

내가 뜸을 들이고 대답을 안 하면 하나 더 고르라고 하는 오빠

큰언니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물어보던 오빠

내가 언니의 귀가 시간을 알려주자, 오천원짜리 롯데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해 준 오빠

“ 현아야, 영아야, 어디 가는 길이야? ”

“ 어~ 오빠, 오빠는 어디 가는 길이에요? ” 언니가 반가워하며 말했다.

“ 응, 도장에 가서 몸 좀 풀고 왔어. 너희들은? ”

“ 현아가 그네 타고 싶다고 해서 공원에 그네 타러 왔어요. ”

“ 일찍 내려가지. 시간이 너무 늦었다. 여긴 외져서 여자애들끼리 늦게 다니면 안 돼. 내가 데려다 줄 게. “

“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

“ 현아야, 오빠가 목말 태워줄까? ”

“ 응, 좋아. 태워줘. ”

“ 현아야~ ” 언니가 나를 그만 가자고 내게 눈짓을 했다.

현식이 오빠가 냉큼 나를 안더니 자기 목 위로 나를 앉혔다.

나는 큰 오빠나 오빠 친구들이 목말을 태워 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언니들이나 엄마는 주로 업거나 안아줬는데 오빠들은 항상 목말을 태워줬다.

목말을 타고 내려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더 넓고 시원하게 보여서 세상이 새로워 보인다.

“ 오빠, 언니가 나 슈퍼 가서 깐도리도 사 준다고 했는데. ”

“ 그래? 현아 깐도리 먹을래? 그래 가자. ” 오빠가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 악~ ” 고꾸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 오빠, 나 깐도리 말고 부라보콘 먹으면 안 돼? ”

“ 그래, 현아 먹고 싶은 거 먹어. 영아야 너는? ”

“ 아니에요,저는 됐어요. ”

“ 오빠 나 B29 도 먹고 싶은 데. ”

“ 알았어, 현아 먹고 싶은 거 다 집어. ”

“ 와~ ”

“ 현아야, 하나만 잡아. 딱 하나만. ” 언니가 째려보자 더는 잡을 수가 없었다.

“ 오빠, 현아 아이스크림 먹으면 흘릴 테니까 내가 업고 갈게요. 이제 언덕도 다 내려왔고, 얼른 들어가세요. “

“ 아니야, 괜찮아.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

“ 아니에요. 괜찮아요. ”


“ 영아야, 혹시 너 이번 주말에 시간 되면 나랑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

“ 네? 아니에요, 저 주말에 바빠요. ”

“ 어? 뭐? 영화 보러 가자고? 오빠 나도 데려가. 언니, 우리 영화 보러 가자. 나 보러 가고 싶어. “

“ 아니에요,저 주말에도 학원가야 하고 준비할 거 많아요. “

“ 그래? 가끔 바람도 쐬고 하면 좋을 텐데. 같이 가는 거 어때? 현아 데리고 ”

“ 아니에요, 저 시간 안 돼요. ”

“ 언니, 가자. 가자. 나 가고 싶어. 진짜 가고 싶어. ”

“ 현아가 이렇게 가자고 하는 데 가자. 현아야, 너 뭐 보고 싶어? “

“ 나 죠스 보고 싶은데. 언니, 그거 보러 가면 안 돼? 제발, 제발, 응? “

“ 그래, 그럼 내가 죠스로 세장 예매해 놓는다. 알았지? 단성사에서 조조로 끊어 놓을 테니까 가는 거다.

미리 예매해 놓으면 환불 못 해. 꼭 지켜. “

“ 아니에요. 저 못 가요. 저, 시간 안돼요. 오빠, 오빠 저 못가요. 정말 못가요.

아휴~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 살아. ”


현식 오빠가 언니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뒤 돌아 가버렸다. 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니가 오빠 뒤로 소리를 질렀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오빠는 달려가 버렸다.

언니는 내가 미운지 나를 두고 먼저 가 버렸다.

나는 몰랐다. 그게 현식 오빠의 데이트 신청인지.

나는 그저 부라보콘과 B29와 죠스에 정신이 팔려 대답을 해버린 건데 그게 언니를 곤란하게 할지는 몰랐다.

‘ 어~ 근데 작은 언니가 알면 난리 나겠는데,

작은 언니가 현식이 오빠 잘 생겼다고 좋아한다고 했는데.

현식이 오빠랑 큰 언니랑 영화 보러 간다고 말해야 하나? ‘ 고민을 하다 대문을 열었다.


“ 어디 갔다 와? 뭐 먹어? 그거 누가 사 줬어?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들어오는 나를 작은 언니가 째려보며 물어본다. 내 두 눈이 요동친다.

나와 큰 언니가 공원에서 돌아오던 저녁, 작은 언니는 뭔가 이상한낌새를 눈치챘다.

큰 언니의 당황해하며 들어오는 모습, 내가 깐도리가 아닌 부라보콘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

부라보콘을 먹고 들어오는 날은 내가 현식 오빠와 슈퍼에 같이 갔다는 사인이다.


‘ 셋이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소리인데. ’


큰 언니는 말이 없을 것이고, 작은 언니가 나를 통해야만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너 어디 갔다 왔어? ”

“ 응, 놀이터 ”

“ 언니랑? 언니랑 둘이서 갔다 왔어? ”

“ 응, 왜? ”

“ 너 현식 오빠 만났지? ”

“ 어, 만났는데. 왜? ”

“ 만나서 무슨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길래 언니 표정이 저래? ”

“ 큰 언니 표정이 어떤데? ”

“ 너 지금 나한테 수수께끼 내냐? 네가 계속 언니 옆에 있어 놓고, 빨리 말해라. ”

“ 어? 글쎄 나도 잘 모르는데. 내가 아이스크림 고를 동안 둘이서 한참 동안 얘기하는 거 같던데. ”

“ 무슨 얘기? 무슨 얘길 해? ”

“ 그게 무슨 얘기였더라. 둘이서 소곤소곤하던데. 큰 언니한테 직접 물어봐. 그게 정확하잖아. ”

“ 야,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


작은 언니 자존심에 절대 큰 언니나 현식 오빠한테직접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일단 현식 오빠가 자기한테 고백하게 만든 뒤 오빠를 차더라도 말이다.

저녁을 먹는 내내 작은 언니는 큰 언니를 치밀하게 살폈다.

큰 언니는 그것도 모르고 소시지를 계속 내 숟가락에 얹어주었다.

밤새 작은 언니는 잠자리를 뒤척였다.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밤새 고민해야 했을 테니.

덕분에 나도 선잠을 자서 아침 일찍 잠이 깨버렸다.

아침에 밥을 먹고 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언니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너, 알고 있지? 언니랑 현식 오빠 사이 일, 오빠가 언니한테 고백이라도 했어? “

“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오빠가 뭐라고 하니까 언니가 싫다고 됐다고 하던데.

오빠는 계속 어디 가자고 하는 것 같던데. 아니, 뭐 하자고 했나? “

“ 아휴~ 이게 진짜, 너 진짜 이러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니? 나 같은 언니가 어디 있어? 이게 진짜 은혜를 원수로 갚네. “

“ 그런가? 언니가 은혜를 나한테 베풀었나? ”

“ 됐다. 됐어. 앓느니 죽지. ”

“ 뭐. 그러시던가. ”

“ 중아야, 중아야 나와라. ”

“ 어! 현식이 오빠다. 오빠~ ”

“ 현식아, 좀만 기다려. 나 화장실 좀 갔다 오게. 여기 마루에 앉아있어. ”

“ 현아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어린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어떡해? 더 자야지. “

“ 어, 오빠. 누가 자꾸 밤에 잠을 못 자고 자꾸만 들썩거려서 잠을 못 잤어.

고민이 있는지. 걱정이 되는지. 밤새 그러더라고. “

“ 어? 누가? 영아가 잠을 못 잤어? 밤새 영아가 잠을 못 잤어? ”


오빠가 눈이 동그래져서 큰 언니가 걱정되는지 묻는다.


“ 아니, 영아 언니는 다락방에서 밤새 공부했을 걸. 그러고 보니 주아 언니네. 주아 언니가 밤에 잠을 못 잤네.

언니? 왜 못 잤어? 뭐 걱정되는 일 있나 봐.

언니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기라도 하나 봐. 그렇지? “

“ 주아, 오랜만이네. 다 컸구나. 주아, 짝사랑도 하고, 누가 네 속을 그렇게 태우니?

남자가 보는 눈이 없네. 이렇게 깜찍한 여성의 속을 태우다니. “

“ 오빠가 우리 작은 언니를 모르네. 같이 살아봐야 아는 데. 주아 언니는 깜찍한 게 아니고, 끔찍한 건데.

주아 언니는 친구들이랑 놀 때 얼마나 나를 따돌리고 노는 데, 맨날 나 속상하게 하고

울리고 노는게 재미있나 봐. 하하하하, “


작은 언니가 눈을 치뜨고 쏘아본다. 눈에서 섬광이 번뜩거린다.


“ 그래? 주아가 그랬다고? 주아야 진짜야? 너 진짜 현아 따돌리고 속상하게 하니? ”

“ 어머, 오빠 무슨 소리예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요? 현아가 오늘 이불에 오줌을 싸서 엄마한테 맞았거든요.

그래서 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호호호~ 6살이 아직도 오줌을 싸네. “

“ 무슨 소리야? 무슨 내가 오줌을 싸? ”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억울해서 언니를 노려본다.

“ 하하하하 아니구나. 오늘 싼 게 아니고, 어제 쌌구나.

아니 그저께도 쌌으니까 연달아 이틀째인데. 얼마나 많이 자주도 싸는지. ”

“ 진짜야? 현아, 오줌 쌌어? 오늘 소금 얻으러 다녀야겠다. ”

“ 오빠 왔어요? ” 큰 언니가 책가방을 매고 마루에서 신발을 신는다.

“ 어, 영아 학교 가니? ” 오빠가 얼굴이 붉어지며 큰언니를 쳐다본다.

“ 그럼 저, 먼저 갈게요. ”

“ 그래, 잘 다녀와. 밤에 너무 늦지 말고 ”


오빠의 시선은 큰 언니를 향하고, 작은 언니 눈길은 현식 오빠를 따라가고

나는 작은 언니의 씩씩 거리는 얼굴을 따라간다. 역시나 짝사랑은 비극이다.

“ 현식아, 가자. ”

“ 현아야, 주아야, 다음에 또 보자. ” 큰오빠와 현식 오빠도 학교로 출발했다.

“ 참, 안타까운 짝사랑이구나. 역시나 짝사랑은 가슴이 아파.

나는 그런 거 하지 말아야지. 아휴~ 너무 불쌍하다. “

“ 너, 그 입 다물어라. 그러나 죽는다. ”

“ 누가? 누가 누구를 짝사랑해? ” 엄마가 마루에 있던 아침 상을 치우며 물어본다.

“ 어 그게, 있지. 작은 언니가 현식 오빠를. ” 작은 언니가 내 입을 틀어막는다.

“ 오백 원, 오백 원 주께. ”

“ 싫어, 천 원. ”

“ 이 쪼그만 게 간도 크게. 알았어. 천 원. ”

“ 주아가 현식이를 왜? 뭐? 주아, 너 설마 현식이 좋아하냐? “

“ 아니야, 주아 언니가 아니고 현식이 오빠가 누굴 짝사랑한데. ”

“ 그게 누구래? ”

“ 글세, 그게 누굴까? ”


“ 현식이가 괜찮지.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하고 성격도 남자답고 집도 잘살고, 아주 괜찮지.

우리 중아보다 한참은 빠지지만 어디 가서 빠질 애는 아니지. “

“ 현식 오빠네 부자야? ”

“ 그럼 현식이네가 이 동네 알짜 부자지. 세를 준 집이 몇 챈데. 거기다 현식이 밑으로 다 여동생이니.

그 재산이 다 어디로 가겠냐? 다 현식이한테 가지.

왜? 주아 너 현식이한테 관심 있냐? 그럼 좀 잘해 보든가.

너도 영아처럼 좋은 상고 들어갔다 은행에 취직하면 현식이한테 큰 소리 치면서 시집갈 수 있지?

현식 엄마도 시장에서 마주치면 영아 소리를 얼마나 자주 하는데, 우리 영아가 탐이 나긴 할 테지.

영아가 며느리 감으로 딱 이라고 사돈 맺자고, 속도 깊고, 야무지고, 똘똘하고, 인물도 날 닮아 얼마나 좋아.

하긴 뭐. 내 새끼 중에 어디 하나 빠지는 놈이 있나?

딱 우리 중아만 서울대 붙으면 내가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 “

“ 엄마, 왜 현식 오빠가 영아 언니한테 쳐져? 언니가 처지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

“ 아니 저 가시내가,지 언니 편을 들어야지. 어휴~ 저렇게 샘이 많아서야.

그래, 샘이 많아야 잘 산다고 하긴 하더라. 계속 샘내고 살아라. 샘내고 살아.“

“ 엄마, 진짜 영아 언니 현식 오빠한테 시집보낼 거야? ”

“ 아니, 말이 그렇단 소리야.

내가 뭐 억지로 보내냐? 현식 엄마가 영아를 딱 며느리 감으로 찍었다 이거지. “

엄마는 상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작은 언니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큰 언니가 돌아왔다. 피곤한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다.


“ 언니, 힘들어? ”

“ 응, 그러네. 피곤하다. ”

“ 언니, 이번 주 토요일에 현식 오빠랑 영화 보러 갈 거야? ”

“ 글쎄, 난 안 가고 싶은 데. ”

“ 왜? 왜 안 가고 싶어? 언니는 현식 오빠 싫어? ”

“ 아니, 싫고 좋고 가 어딨어? 바쁘니까 그렇지. ”

“ 언니는 현식 오빠가 좋지 않아? ”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

“ 아니, 궁금해서. 나는 현식 오빠 좋은 데 맨날 나 보면 목말 태워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

“ 현식 오빠가 다정한 면이 있지. ”

“ 응, 언니 나중에 언니 졸업하고, 현식 오빠도 군대 갔다 오고 취직하고 그러면 현식 오빠랑 결혼하면 안 돼? “

“ 뭐? 결혼? 내가 지금 몇 살인데. 내가 지금 중 3이야. 현식 오빠는 고 2구

둘이 결혼하려고 해도 한 10년은 더 있어야 해. “


“ 어? 뭐? 언니도 그럼 오빠랑 결혼을 할 마음이 있는 거네? ”

“ 아니, 그게 아니고, 말이 그렇단 소리야. 네가 현식 오빠가 마음에 드나 보네.

차라리 네가 더 커서 오빠한테 시집가는 건 어때? “

“ 아니야. 나는 좋아하는 남자 따로 있어. 현식 오빠는 내 스타일 아니야. ”

“ 뭐? 너 있다고? 좋아하는 남자? ” 언니가 까르르 웃으며 허리가 휘도록 웃었다.


갑자기 다락방 문이 싹 열렸다. 아뿔싸작은 언니가 들었다.

작은 언니가 취조하듯이 큰 언니에게 묻기 시작하고 큰 언니가 당황해서 말한다.

“ 다 들었어. 이번 주 토요일에 현식 오빠랑 언니랑 둘이서 영화 보러 간다 이거지?

내가 오빠랑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

“ 아니야, 현식 오빠랑 현아랑 나 셋이서 보러 가는 거야. ”

“ 그게 그거지. 얘는 들러리고. 언니, 현식 오빠 좋아해? 그런 거였어? ”

“ 아니, 공원 갔다 오는 길에 영화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나온 거야.

나는 안 봐도 되니까. 너 보고 싶으면 네가 가도 돼. 어차피 현아 때문에 가는 거야? “

“ 정말? 정말 그래도 돼? 내가 언니 대신 나가도 괜찮아? “

“ 그래, 난 바쁘기도 하고 주말에 좀 쉴래. 현아야, 작은 언니랑 갔다 와. 알았지? “


내 맘도 모르고 큰 언니가 자기 맘대로 작은 언니를 우리에게 붙인다.


‘ 아이~ 싫은데, 안 되는 데, 작은 언니랑 가기 싫은 데. ’


“ 알았어. 근데 큰 언니, 현식 오빠한테 미리 말해놔야 하는 거 아니야?

오빠, 큰언니, 나 셋이서 보러 가기로 한 건데 언니가 못 간다고 하면 오빠도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잖아.

예매한다고 했으니까 미리 말해서 예매를 하지 말던가. 아님 취소하든가 해야 하지 않을까? ”

“ 그런가? 말을 미리 해야 하나? ”

“ 아? 아니, 아니지. 말할 필요 없지. 어차피 언니가 아니고 현아 영화 보여주러 가는 거잖아.

언니가 나가든 내가 나가든 무슨 상관이야? 오빠가 언니 때문에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내일 현식 아줌마네서 계란 받아 오라고 했으니까 내가 가서 오빠나 아줌마한테 말해 놓을게. “

“ 내일이 계란 받아오는 날인가? 매 번 현아가 갔잖아? ”

“ 아니야, 내가 갔다 오께. 오르막이라 현아 힘들어. 들고 오다 넘어지면 깨질 수도 있고 ”

아무래도 이상했다. 절대 주아 언니가 내 대신 심부름을 갈 리가 없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언니는 다음 날 계란을 받아왔다.


“ 언니, 현식 오빠한테 말했어? ”

“ 어? 무슨 말? “

” 토요일에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거. 큰 언니 못 가고, 언니가 대신 나가기로 했다고 얘기했어? ”

“ 어, 말했어. 오빠도 알았다고 내가 가도 상관없다고 했어. ”


‘ 현식 오빠가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 ‘


작은 언니는 엄마 허락을 받고 미용실에 가서 핑클 파마를 했다.

수요일 이른 하교 후 친구들이랑 버스를 타고 명동의류에 가서 꽃무늬 원피스까지 사 왔다. 분명 뭔가 있다.

“ 엄마,나 오빠 합기도장 갔다 오게. ”

“ 왜? “

“ 오빠가 끝날 때쯤 오라고 했어. 슈퍼에서 과자 사준다고. ”

“ 알았어. 조심해서 갔다 와. ”


나는 큰오빠와 현식이 오빠가 있는 합기도 장으로 갔다.

창문에 숨어서 오빠들을 보다.

현식 오빠랑 눈이 마주치자 내가 어서 나오라고, 큰 오빠 모르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 오빠, 우리 토요일에 죠스 보러 가는 거야? ”

“ 응, 표도 예매해놨는데. 왜? ”

“ 오빠, 우리 큰 오빠는 모르고 있지? ”

“ 응, 말 안 했어. ”

“ 그래, 큰 오빠는 언니들이 남자들이랑 다니는 거 싫어해.

맨 날 통금시간에 늦으면 언니들한테 화 내. 엄마도 알면 난리 날 거야. ”

“ 알았어. ”

“ 우리 셋이서 조용히 보고 돈가스 먹고 오자. ”

“ 그래, 현아 얼른 집으로 가라. 깜깜하다. ”


현식 오빠는 모르고 있었다. 주아 언니가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 죠스는 보고 싶고, 작은 언니는 떼 놓고 가야하고, 너 죽고 나 죽고를 해야 하나?

아니다, 그건 내 밥그릇을 깨는 행동이다. 죠스도 보고 돈가스도 먹어야 한다. 그래 이 방법밖에 없다. ‘


" 오빠, 중아 오빠 “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 오빠, 나 할 말이 있는 데.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비밀인데. 작은 언니한테 말하면 안되. ”

“ 뭔데? ”

“ 내가 큰 언니 졸라서 현식 오빠랑 나랑 큰 언니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큰 언니가 바쁘다고 하니까 작은 언니가 자기가 대신 나가겠다고 했어.

현식 오빠한테도 작은 언니가 큰 언니 대신 나간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작은 언니가 현식 오빠한테 말을 안 한 것 같아.

이거 진짜 비밀인데 작은 언니가 현식 오빠 좋아하나봐. 현식 오빠는 큰 언니 좋아하는데.

내일 조조 영화로 죠스 보기로 했는데 어떡해? 아마 취소도 안 될걸? “

“ 그래?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걱정 말고 얼른 가서 자. “


큰 오빠는 오빠 친구들이든 동네 형들이든 어떤 남자라도 언니들에게 다가가는 걸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가서 연애를 하는 것은 자유라도

절대 학생 때 이성교제는 안된다고 했다.

정작 자기는 향미 언니를 좋아하고 쫓아다니면서도 여동생들에게 남자들이 접근하는것은차단했다.

아마 장남인 자신이 아빠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제 저절로 일은 해결될 것이다.


토요일 아침

작은 언니는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밤에만 감던 머리를 감고, 원피스와 청바지를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옷장을 헤집었다.

큰 언니는 이미 도서관에 갔고, 나는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한 뒤 옷을 입으며

작은 언니를 구경하고 있다. 작은 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신이 나있다.

앞으로의 일을 모르고 기대에 들 떠 있는 언니를 보니 조금 안 쓰럽긴 하다.

8시가 넘자 작은 언니가 시계를 보더니


“ 엄마, 나 현아 데리고 영화 보러 갔다올게. ”

“ 네가 웬일이냐? 동생을 다 챙기고? 철이 들었네. 그래, 돈은 있어? ” 엄마가 작은 언니가 기특한지 물었다.

“ 응, 주면 고맙지. ” 작은 언니가 돈을 받으려던 찰나 큰 오빠가 그 돈을 가로챘다.

“ 아니야, 엄마, 그 돈 주실 필요 없어요. 내가 현아 데리고 갔다 올게. “

“ 어? 오빠가? 왜? 오빠, 요새 바쁘잖아. 공부도 해야 하고.

현아는 나랑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내가 갔다 올게. “

“ 아니야, 머리도 식힐 겸 내가 다녀올게. 시내 큰 서점에서 책도 사와야 하고 엄마, 내가 가도 되죠? “

“ 그래? 그럼, 현아야 네가 결정해라. 오빠랑 갈지, 주아 언니랑 갈지.

우리 막둥이가 아주 복이 터졌네. 언니랑 오빠가 서로 데려가겠다구 하니 말이야. ”


언니가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나에게 보낸다.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 나는 큰 오빠랑 다녀올게. 주아 언니는 큰 언니 따라 도서관 가서 공부나 해.

나는 큰 오빠랑 영화 보고 돈가스 먹을래. “

“ 그래, 아휴 기특해라. 우리 장남 막내 동생 챙기는 것 좀 봐.

누군지 우리 아들이랑 결혼할 여자는 아주 복이 터졌지.

현아야 가서 오빠 말 잘 듣고 영화 재미있게 보고 와. 중아, 너도 바람도 좀 쐬고.

돈은 더 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 “


작은 언니는 분한 지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큰 오빠 손을 잡고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전철 표를 이미 세장이나 산 현식 오빠가 개찰구에서 나를 보고 표를 흔들다 얼굴이 사색이 된다.

큰 오빠와 내가 현식 오빠를 보면서 씨익 웃는다.


“ 어? 중아야,네가 여기 왜 오냐? ”

“ 현식 오빠, 우리 셋이 영화보러 가야겠어. 우리 큰 언니가 못 나왔어. ”

“ 어? 왜? 무슨 일이야? 영아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 ”


큰 오빠는 현식 오빠를 전철 역 안으로 끌고 들어가고, 현식 오빠는 언니 걱정에 표정이 영 안 좋다.

큰 오빠가 신문을 보고 있는 사이 내가 현식 오빠랑 얘기를 한다.


“ 오빠, 사실은 영아 언니 공부하느라 불안해서 도저히 영화를 못 보겠데.

오빠도 알잖아 우리 영아 언니가 얼마나 성적에 신경을 쓰는 지. “

“ 그렇지, 영아는 성적에 목숨을 걸지. ”

“ 오빠, 우리 영아 언니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이 없는 거 알지? ”

“ 영아가 말이 별로 없지. ”

“ 아무래도 내가 보기에 언니가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표현을 못 하는 것 같아. 수줍음 때문에. “

“ 진짜? 영아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

“ 응, 언니가 나한테 크리스마스에 오빠랑 같이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어. 우리 셋이서 ”

“ 뭐? 어린이 대공원? 우리 셋이서? ”

“ 응, 언니가 둘이서 가기는 좀 그런가봐. 꼭 나를 데리고 가려고 그러네.

우리 큰 언니는 내가 없으면 절대 어딜 안 가. ”

“ 알았어. 현아야, 영아한테 전해. 크리스마스에 내가 어린이 대공원에 영아랑 너랑 꼭 데리고 간다고

우리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 대공원에 꼭 놀러 가자. ”

“ 응 ”

“ 고마워. 현아야, 알려줘서. ”

“ 응, 그러니까 오빠도 더 이상 우리 큰 언니 걱정 하지마. 언니는 틀림없이 오빠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 그래, 니 말 들으니까 내가 힘이 난다. ”


물론 우리 큰 언니가 오빠랑 어린이 대공원에 가자고 말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고 크리스마스라면 아직 한 참 남았다.

그때까지 큰 언니가 현식 오빠를 좋아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셋이서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가면 그 말은 참말이 되는 거니까.

나는 큰 언니랑 현식 오빠가 커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현식 오빠가 우리 형부가 돼서 매일 목말을 태워줬으면 좋겠다.



당신의 행복라이더 민현아 2

로 이어집니다.

이전 09화ep- 9  큰 언니가 큰 오빠로 태어났다면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