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턴가 경애 아줌마의 방문이 뜸해졌다.
“ 엄마, 경애 아줌마 왜 안 오시지? 요새는 가래떡 안 뽑나? ”
“ 그러게, 경애가 무슨 일이 있나? 이렇게 안 올 리가 없는데...... 왜? 가래떡 먹고 싶어? ”
“ 먹고도 싶고, 아줌마도 궁금한데. ”
“ 그럼 쌀집에 아줌마 보러 갈까? ”
“ 응 ”
“ 경애야~ 경애야, 안에 있어? ”
쌀가게에 들어가 봤다. 경애 아줌마가 방에 누워있다.
“ 경애야, 왜? 어디가 아파? 왜 이렇게 누워 있어? ”
“ 응, 금희야. 내가 몸이 좀 안 좋아. ”
“ 그래? 그럼 병원에 가야지? 아저씨는? ”
“ 남편은 배달 갔어. ”
“ 경애야, 얼굴빛이 너무 안 좋아. 병원 좀 갔다 와. ”
“ 그러게, 아무래도 다녀와야겠어. 자꾸만 숨이 차서 걸어 다닐 수가 없어.
숨 쉴 때마다 가슴도 너무 아프고 ”
“ 언제부터 그랬어? ”
“ 한 참 전부터 그랬지. 내가 원래 천식이라 천식이 심해진 줄 알았는데 심해진 건지. 다른 게 있는지.
아무래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아. “
“ 그렇게 안 좋았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말을 왜 안 해? ”
“ 별 것도 아닌데. 늘 달고 사는 병인데 뭘~ 너 걱정할 까 봐 그랬지. ”
“ 내일 당장 다녀와. 다녀와서 알려 주구. 아니 내일 아저씨 대신 나랑 갈까? 나랑 갈래? ”
“ 됐어. 너 센터도 가고, 일도 해야지. 내일 남편이랑 갔다 오면 돼. ”
“ 아줌마 ”
“ 응, 현아야, 걱정하지 마. 아줌마 괜찮을 거야. ”
병원에 다녀왔을 텐데. 여전히 아줌마는 우리 집에 안 온다.
걱정이 된 엄마는 쌀집에 다녀왔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놀란 것처럼 얼어서 들어와 방안에 누워있다.
“ 엄마, 아줌마 괜찮데? 어디 아프데? ”
“ 아니야, 괜찮으시데. 오늘은 일찍 자라. ”
아무래도 엄마가 이상하다. 쌀집 아저씨, 오빠들 우영 언니 모두 이상하다.
아저씨는 항상 웃으면서 검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인상을 쓰고 배달을 다녔다.
언니랑 오빠들도 매일 웃고 다녔는데 우영 언니는 눈이 퉁퉁 부어있고, 우진, 우겸 오빠도 영 표정이 안 좋다.
요새 모두들 표정이 어둡고, 내가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는다.
모두 얼이 빠진 사람 같다.
“ 엄마, 우영 언니랑 오빠들이 이상해. ”
“ 응, 현아야, 며칠 우영 언니한테 가지 마. ”
“ 왜? ”
“ 아줌마가 많이 아프시데. ”
“ 어디가? ”
“ 가슴이 많이 아프시데. ”
“ 병원 다녀왔잖아? ”
“ 갔다 왔는데. 아줌마가 너무 아파서 아저씨, 오빠들, 언니 맘이 안 좋은 거야.
그러니까 며칠만 가지 마. 좀 지나면 나아질 거야. “
“ 알았어. ”
엄마는 나한테는 가지 말라면서 정작 자신은 쌀집에 자주 갔다.
아줌마가 잘 드시는 국이나 반찬, 좋아하는 수박이랑 참외를 들고 갔다.
쌀집에 다녀오면 엄마 표정 역시 언니랑 오빠들처럼 어두웠고 어떨 때는 울었는지 눈이 빨갛다.
대전 댁 아줌마도 쌀집에 갔다 와서는 눈이 퉁퉁 부어서 돌아왔다.
모두들 나만 빼놓고 쌀집에 자주 간다.
도대체 경애 아줌마가 얼마나 아프길래 다들 그러는지 궁금해서 쌀집에 갔다.
아저씨는 배달 가시고, 언니 오빠들은 학교에서 안 돌아왔는지 가게 안은 조용했다.
“ 아줌마, 아줌마, 저 왔어요. ” 방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줌마가 누워 있을 방문을 열었고 아줌마는 방안에 누워 계셨다.
내가 인사를 했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누워만 있었다.
방 안의 불은 꺼져 있지만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방안을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공 중위의 먼지들은 불씨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아줌마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아줌마의 피부가 유난히도 하얗다. 요새 들어 더 하얘진 것 같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백설공주가 생각났다.
‘ 예쁜 사람은 피부가 하얗고 잠을 많이 자나? ‘
한 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줌마가 깨어났다.
“ 현아 왔니? ”
“ 네 ”
“ 심부름 왔어? 우영 언니 보러 왔어? ”
“ 아니요,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어요. ”
“ 어떡하지? 지금 놀 수가 없겠는데. 우영이가 아직 안 왔어. ”
“ 네, 아줌마 많이 아파요? ”
“ 왜? ”
“ 엄마가 아줌마네 가지 말라고 했어요. 아줌마도 언니도 힘들게 하지 말라고 ”
“ 응, 엄마가 아줌마 걱정을 너무 하네. 언니랑 놀고 싶으면 언제든 와.
우리 우영이도 요새 나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집에 갇혀서 지낸다.
현아야, 아줌마 지금 몸이 안 좋으니까 이 따 5시쯤 와. 그때쯤 언니 올 거야.
문 닫고 집에 가 있어. “
“ 네 ”
방문을 닫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갑자기 기침을 하시더니 ‘ 컥컥컥 ’ 소리를 내며 오강을 열고 뭔가를 토해냈다.
비릿한 냄새가 났다. 오줌 냄새랑은 다른 냄새이다.
피, 피다. 아줌마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휴지로 입 주위를 닦고 나를 보지도 못하고 아줌마는 다시 누우셨다.
나는 너무 놀라 집으로 뛰어갔다.
“ 엄마, 경애 아줌마가 피를 토했어. 방안에 누워 계시다가 기침을 하는데 피가 많이 나왔어. ”
“ 응, 현아야, 아줌마 많이 아파. 아줌마가 정말 많이 아파서 오래 살지 못할 거래.
병원에서 아줌마를 치료할 수 없다고 집으로 가라고 했어
아저씨도 언니도 오빠들도 모두들 알아. 그래서 모두들 슬퍼하고 있는 거야.
언니랑 오빠들이 아줌마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자주 가지 마.
아줌마 힘드셔서 계속 주무셔야 할 거야. “
‘ 그랬구나. 그래서 아저씨도 언니도 오빠들도 모두들 그런 거였어.
근데 아줌마는 어떻게 하지? 아줌마도 자기가 아픈 거, 죽는 거 다 알고 있을 텐데.
언니랑 오빠들은 아줌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살지? ‘
나는 아줌마보다. 엄마 없는 우영 언니가 너무 불쌍했다.
오빠들은 다 컸지만 언니는 아직 6학년인데, 너무 어린데. 언니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저녁을 먹고 우영 언니를 찾아갔다.
“ 우영 언니 ”
“ 응, 현아 왔구나. ”
“ 언니, 아줌마 많이 아프다며? ”
“ 응, 들었어? ”
“ 응, 엄마한테 들었어. 언니, 슬프지? ”
언니는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다. 언니가 울자 나도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없다는 건 상상만 해도 슬픈 일이다.
엄마를 잃어버린다는 건
달도 없는 깜깜한 밤 텅 빈 운동장에 혼자 있는 것이다.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를 수 없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무서움과 두려움, 외로움에 둘러싸여 우는 것 밖에 없다.
쌀집 아저씨는 몇 달 동안 가게를 닫았다.
언니 오빠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온 가족이 여행을 다녀왔다.
아줌마는 점점 말라갔지만 표정은 더 밝아진 것 같았다.
엄마 심부름으로 쌀집에 가면 가게 방에서 누워 계셨지만 작은 틈으로 인사를 나눴다.
“ 형님, 경애 성님 몸이 요 며칠 많이 안 좋아졌던데, 가 봤어유? ”
“ 아니, 못 갔어. 경애가 오지 말라고 해서, 나한테 자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가봐. ”
“ 그 성님 누워만 있는데 이제 오강에 똥, 오줌도 못 누고 기저귀를 차고 있데요.
정신도 오락가락해서 하루 종일 이상한 소리만 하고, 그 곱던 얼굴이 해골같이 변했어요.
눈만 퀭~하니 있고, 뼈랑 살가죽만 남아 있어요.
애들이랑 아저씨가 고생이에요. 얼마 못 버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성님, 근데 경애 성님이 자꾸만 딸기잼 냄새랑 김치 부침개 냄새가 난다고 한데요.
죽을 때가 되면 좋아했던 음식이 생각나나? 죽도 삼키지 못하면서
그 성님이 그럴 때마다 아저씨가 김치 부침개며 딸기잼에 식빵까지 다 사 온다는데
한 입도 먹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데요. “
“ 경애가? ”
“ 잉, 아저씨가 울면서 얘기하는데 짠해서 지도 같이 울고 왔시유~ ”
“ 성님, 근데유, 아자씨가 그 성님 손에 낀 반지에 대해서 묻더라고요.
도대체 어디서 난 건지 모르겠다고.
손가락이 퉁퉁 부어서 반지를 빼려고 하면 손을 휘젓고 난리를 쳤데유. 절대 그 반지는 못 빼게.
지금은 손가락이 너무 부어서 그 반지를 뺄 수도 없데요.
아저씨가 사준 반지도 아니고, 갖고 있던 반지도 아니라는데.
그 성님이 밖에서 허튼 짓은 안 하는 성님인데, 그 반지가 어디서 났을까유?
설마, 그 성님 남자가 있었다거나 뭐 그런 건 없었겠쥬? “
“ 경애가 아직도 그 반지를 끼고 있어? ”
“ 야, 반지 낀 손가락이 너무 부어서 피도 안 통하는지 손가락 색깔이 변했시유, ”
“ 바보같이 아프면 빼야지. 그게 뭐라고 아직도 끼고 있어. ”
엄마는 경애 아줌마네로 달려가 한 참을 있다 왔다.
저녁 내내 기운이 없는 엄마는 말을 해도 듣지 못하고, 목이 아픈 것처럼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우영 언니가 우리 집으로 울면서 뛰어 들어왔다.
“ 아줌마, 아줌마, 우리 엄마가 아줌마 찾아요. ”
엄마는 대답도 않고, 신발도 제대로 안 신고 울면서 쌀집으로 뛰어갔다.
대전 댁 아줌마도 울면서 쌀집으로 뛰어갔다. 나도 울고 있는 우영 언니를 따라 쌀집으로 갔다.
쌀집을 가보니 방문 앞에 구두며 신발이 가득하다. 교회 사람들이 다 모였나 보다.
돌아가시기 전 아줌마는 엄마에게 뭐라고 말 한 뒤
아저씨, 오빠들, 우영 언니에게 말을 하고 다시 눈을 감으셨다.
사람들이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다 갑자기 울면서 기도하는 소리도 들렸다.
오빠들이랑 언니가 ‘ 엄마 ’를 부르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영 언니와 오빠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비명소리가 들렸다.
“ 여보, 여보~ ”
“ 엄마, 엄마, 엄마~ ”
“ 성님, 성님 ~ ”
“ 경애야~ 경애야~ ”
엄마와 대전 댁 아줌마 사람들이 모두 아줌마 이름을 부르고 울고 있었다.
겁이 나 들어가지도 못하고 방문 밖에서 나도 울었다.
쌀 집 아저씨가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가장 먼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눈이 마주쳤지만 아저씨는 아무 말도 없이 가게를 나가셨다. 아저씨는 울지 않았지만 울고 있었다.
한 참 동안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고 목사님이랑 교회 사람들이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방 안에는 아줌마가 얌전히 누워계셨다.
새하얀 얼굴을 하고 잠자는 것처럼 누워계셨다.
우영 언니랑 오빠들은 아줌마를 만지고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엄마랑 대전 댁 아줌마는 언니랑 오빠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아줌마가 죽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은데.
저렇게 예쁜 얼굴로 얌전히 누워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쌀집에 초상 등이 걸렸다.
경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두 쌀집으로 왔다.
가게 안에 있던 쌀 포대와 곡식들은 모두 치워지고 사람들이 가게 안에 모여 앉았다.
‘ 아줌마도 저 관에 누워 계시겠지. 무지 좁고 답답할 텐데. 무서울 텐데. ‘
아줌마의 관에도 십자가가 그려진 천이 덮였다.
우영 언니는 그 옆에서 계속 ‘ 엄마 ’를 부르며 울고 있다.
아줌마, 아저씨의 가족이나 친척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아저씨와 오빠들은 검은 양복을, 경애 언니는 검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웃고 있는 아줌마의 영정 사진이 상 위에 있었다.
사과, 배, 과일, 밥, 국, 나물 아줌마가 마지막으로 드실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셋 쌀집으로 들어와 아줌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 우진 엄마, 이거 먹고 가요. ”
과일 할머니는 아줌마가 좋아했던 수박과 참외
야채 할머니는 겉절이와 오이소박이
전 집 할머니는 동태전과 산적
우리 엄마는 아줌마랑 자주 먹었던 사라다와 샌드위치
대전 댁 아줌마는 아귀찜
해피 아줌마는 꽃 보고 가시라며 큰 화환을 보냈다.
동네 어른들은 경애 아줌마가 좋아했던 음식들을 꽃들을 가져왔다.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었던 우영 언니는 아줌마가 즐겨 드셨던 음식들을 보자 더 서럽게 울었다.
우영 언니가 우는 모습에 사람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줌마의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엄마는 한 동안 웃지 않았다.
사라다도 샌드위치도 만들지 않고, 가래떡도 사 오지 않았다.
마당을 멍하니 보기도 하고, 광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쌀집을 지날 때는 잠시 멈췄다 다시 걷곤 했다.
“ 엄마, 아줌마가 돌아가실 때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 뭐라고 하고 돌아가신 거야? “
“ 경애가 우영이를 부탁한다고, 우영이를 잘 돌봐 달라고 했어. “
“ 우영 언니를? ”
“ 응 ”
“ 엄마, 경애 아줌마 보고 싶어? “
“ 응, 보고 싶어. 경애가 보고 싶어.
경애 이름도 부르고 싶고, 경애가 불러주던 내 이름도 듣고 싶어.
경애 목소리가 듣고 싶어. ”
나는 얼마를 안았다. 엄마가 덜 슬프도록 엄마 등을 토닥여줬다.
엄마는 조금 흐느끼다 나를 보고 옅게 웃었다. 나도 엄마를 보고 웃었다.
얼마쯤 지나자 엄마는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슬퍼 보일 때도 있었지만 엄마는 그럴 때마다 하늘을 보고 뭐라 말한 뒤 다시 몸을 움직였다.
엄마는 사라다와 샌드위치를 다시 만들어주었다.
맛있는 요리나 반찬과 국을 쌀집에 보내거나 우영 언니와 오빠들을 불러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래떡도 사 오고, 쌀집을 지나가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생리를 시작한 우영 언니에게 이제 여자가 된 거라고 축하를 해주고
생리대 사용법을 알려주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주었다.
어느 밤 잠을 자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다 엄마가 마루에 앉아있는 것을 봤다.
달이 환하게 뜬 밤
엄마는 마루에 앉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며 아줌마의 이름을 불렀다.
“ 경애야, 경애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