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딸기향은 온 동네를 채우고

part 2

by 옥상 소설가

늦은 저녁 아줌마가 대문을 두들기고 엄마를 불렀다.


“ 금희야, 금희야, 나야 나, 경애 ”

“ 어? 이 밤에? 무슨 일이야? ”

“ 응, 금희야, 나 너 보고 싶어서 왔어. ”

“ 뭐? 하하하~ 그래 들어와. ”


경애 아줌마는 하늘을 좋아한다.

파란 하늘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연노랑 빛 달이 뜬 깊은 밤하늘이다.

달이 유난히 노랗고 밝으면 아줌마는 어김없이 우리 집을 찾았다.

둘은 마루에 앉아 달을 보기도 하고,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달과 별을 봤다.

그럴 때면 엄마와 아줌마는 언니들처럼 웃고 얘기를 나눴다.

어린 시절 얘기, 어려웠던 시절 얘기, 책 얘기를 하다 어떤 날은 외웠던 시를 읊어주기도 했다.


아줌마는 시를 가장 좋아해서 시를 배워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줌마는 연습 삼아 쓴 시를 엄마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엄마는 아줌마가 쓴 시를 칭찬하고 좋아했다.

어린 시절 엄마의 꿈은 작가였는데 경애 아줌마를 만나면서 잊어버렸던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아줌마와 엄마는 우리들이 다 크면 둘이서 서점을 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자고 했다. 아줌마와 엄마는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아줌마랑 엄마가 마루에 앉아 달을 보고 얘기를 나눈다.


“ 금희야, 나 사실은 네가 부르는 내 이름을 듣고 싶어서 왔어. 나 진짜 웃기지?

웃겨도 할 수 없어. 난 이런 사람이니까. “

“ 경애야, 우린 어쩜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할까? 나도 지금 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

“ 애들은? 다 자? ”
“ 아니, 숙제하고 공부하느라 안 자고 있어. 애들 재우고 온 거야? ”

“ 우리도 아직, 너한테 다녀온다고 하고 왔어. ”
“ 아저씨는 뭐라고 안 해? ”

“ 너한테 간다고 했는데 뭐라고 할 게 뭐가 있어? ”

“ 그래, 잘했어. ”


“ 금희야, 달이 참 밝다. 그렇지? ”

“ 응 ”

“ 금희야, 있지, 난 내 이름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 네 이름을 부를 때도 좋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아이들이랑 하루 종일 걱정 없이 놀고, 집에 와서 엄마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던 그때 말이야.

엄마가 내 이름을 불러 줄 때 그때가 생각 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서 자꾸 너한테 오게 돼. “

“ 맨날 아이들 이름으로 부르고 불리다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것도, 내 이름을 들어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이름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 이름만으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잖아. ”

“ 네가 ‘ 경애야 ‘ 하고 내 이름을 부르면

나한테 붙어있던 부스러기들이 다 떨어지고, 알맹이 나만 남은 것 같아.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훨훨 날 수 있을 것도 같아.

내가 하늘을 날아서 우리 엄마에게 가면 얼마나 좋을까? “


“ 경애야,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가고 싶어? ”

“ 우리 아이들이 다 크면, 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그때 가야지. 우리 엄마한테.

가서 그동안 못한 얘기도 하고, 꽃도 구경하고, 엄마 무릎을 베고 자야지. “

“ 경애야, 가끔 나는 네가 부러워, 돌아가신 너희 엄마는 좋은 분이셨잖아. ”

“ 넌 혼자서 많이 힘들었지? 외롭기도 하고? ”

“ 응, 그래. 난 그렇게 컸지만 우리 아이들은 절대 그렇게 키우지 않을 거야. 기억도 없지만, 해 본 적도 없지만

너처럼 엄마 품이 그리울 때가 있어. 나도 그 품에 안겨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 “

“ 금희야, 힘들 때나 외로울 때 나한테 와. 나는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세상에 네 편이 있고, 너를 좋아하는 내가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기억해.

우리 아이들이 다 크면 둘이서 여행도 다니고, 재미있게 놀자.

엄마가 없어도 우리 둘이 있으면 괜찮을 거야. “

“ 그래, 그러자. 호호~ 할머니가 돼도 우리 둘이서 재미있게 놀자.

경애야, 우리가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

“ 지금이라도 다행이야. 길었던 장마가 우리를 만나게 해 줬잖아. ”

“ 만약 장마가 없었다면 우린 가까워지지 못했을까? ”

“ 아니, 결국 너랑 나는 친구가 되었을 거야. 다만 시간이 좀 더 걸렸겠지.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 말이야. 그래도 결국엔 알아봤을 거야. 어쩔 수 없이 “


아줌마랑 엄마의 수다는 밤늦도록 끝이 나질 않았다.

뭐가 그리 재미있고 좋은지 깔깔 거리며 웃었다.

엄마랑 아줌마는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은 가 보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내가 동주를 만나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엄마는 아줌마를 만나면 자주 웃는다.


매번 좋은 일만 있거나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엄마는 경애 아줌마가 동네 다른 아줌마랑 친하거나 가까이 지낸다고 느끼면 질투를 하기도 했다.

경애 아줌마에게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아줌마는 엄마의 마음을 눈치채고 달래주기도 했다.



그날도 아줌마가 밤늦게 찾아왔다.


“ 금희야, 너 요새 왜 우리 집에 놀러 안 와? ”

“ 네가 바쁜 거 같아서. 왜? ”

“ 아니, 나 안 바쁜데. 나는 네가 안 와서 뭐 내가 잘못한 게 있나? 궁금해서 온 거야. ”

“ 너랑 쌍둥이 엄마랑 요새 친한 것 같아서, 내가 혹시나 너를 귀찮게 하나 그래서 그런 거야. ”

“ 네가 귀찮을 리가 있어? 너랑 나랑 제일 친한데 ”

“ 너 요새 쌍둥이 엄마 자주 만나잖아? ”

“ 요새 쌍둥이 엄마가 아저씨랑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자꾸 친정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내가 신경 쓴 거야.

지금 셋째를 임신했는데 쌍둥이 엄마가 얼마나 힘들겠어?

쌍둥이 아저씨는 눈치도 없는 것 같더구먼. 쌍둥이 엄마가 고생이야.

임신한 상태로 쌍둥이들 키우랴, 남편 챙기랴. 그래서 내가 요새 쌍둥이 엄마를 챙긴 거야.

쌍둥이 엄마가 너보다 좋거나 뭐 그런 건 없어. 난 너랑 있을 때가 제일 좋아. “


“ 알았어. 넌 뭐 별것도 아닌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을 써?

그렇게 주변 사람들 일에 일일이 신경 써서 몸이 피곤한 거야.

네가 몸이라도 튼튼하면 모르겠다. 몸도 약하면서 “

“ 그래, 내 생각해주는 건 너 밖에 없다. 금희야, 이거, 이거 받아. “

“ 응? 이게 뭐야? ”

“ 내일 너 생일이잖아. 이거 선물이야. 생일선물 ”

“ 어? 선물? 내 생일 선물? ”

“ 응, 니 선물 ”


아줌마가 분홍 플라스틱 상자를 꺼낸다.

엄마랑 아줌마 등 뒤에서 엿듣고 있던 내가 선물이 궁금해서 둘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 어! 아줌마, 그게 뭐예요? ”

“ 어머나, 현아, 너 안 잤어? 언제부터 깨어 있었어? ”

“ 엄마, 빨리 열어봐. 궁금하다. ”

“ 어머! 이게 뭐야? 반지네. 금반지. 경애야, 돈도 없을 텐데 무슨 반지를 사? 이 비싼 금반지를? ”

“ 우진 아빠 몰래 샀어. 금희야, 껴봐. 얼른 ”

“ 어머, 딱 맞네. 너 내 손가락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 ”

“ 나보다 두 치수 정도 클 것 같았어. 다행히 딱 맞네. 짜잔~ ”

“ 어머, 이거 쌍가락지야? ”

“ 너 하나, 나 하나 나눠서 끼자. 반지 안에 봐 바. 너 이름 새겨져 있어. 내 이름도 ”

“ 그러네. 기역 히읗은 는 금희 내 이름 기역 이응은 경애 너 이름

하하하 내 년이면 마흔인데 우리가 우정반지를 나눠 끼네. 나 이런 거 처음 해봐. “

“ 나도 처음 해봐. 근데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어. ”

“ 나도 그랬어. 여고생들이나 대학생들이 나눠서 끼잖아. ”

“ 우리 못 해봤던 거 해보자. 하나씩, 하나씩 다 해보자.

경애야, 너무 고마워. 나 이거 손가락에서 절대 빼지 않을 게. 너도 빼면 안 돼. 알았지? “

“ 알았어, 내가 죽을 때까지 절대 안 뺄게. ”
“ 알았어. 나 사실은 화 안 났어. ”


엄마랑 아줌마는 여고생처럼 좋아했다.

떡볶이는 매워서 먹으면 안 된다는 엄마가 아줌마랑 시장에서 떡볶이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하루라도 안 보면 될 것처럼 한 번은 꼭 만났다.

엄마가 나보다 아줌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엄마가 웃으니 나도 웃었다.




쾅쾅쾅 ' 문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 금희야, 문 좀 열어. 무거워! ”

“ 경애야! 이건 또 뭐야? 어 가래떡이네. 너 또 가래떡 했어? ”

“ 응, 방금 떡집에서 뽑아 왔어. 얼른 꿀이랑 찍어 먹어. ”

" 너도 참, 이리 와 빨리 앉아. 무거웠겠다.

이 무거운 걸 왜 이렇게 들고 다녀. 아저씨 시키든가 애들을 시키지. 가뜩이나 몸도 약하면서 "

“ 아줌마~ ”

“ 현아, 선교원 갔다 왔어? ”

“ 네, 우영 언니는요? 언니 학교에서 왔어요? ”

“ 아니, 아직. 그래, 오늘은 무슨 말씀 듣고 왔어? ”

“ 오늘 솔로몬 왕 얘기를 듣고 왔어요. ”

“ 그래? 재미있었어? 솔로몬 왕은 참 지혜롭지? 우리 현아도 그래야 하는 데. ”

“ 그냥, 그래요. 와! 아줌마 또 가래떡 하셨어요? 따끈따근하네요. ”

“ 얼른 먹어. 지금 먹어야 제일 맛있어. ”


나는 부엌에서 꿀을 가져와 떡을 찍어 먹는다.

세상에 이렇게 고소하고 쫀득쫀득할 수가! 역시 갓 나온 가래떡은 최고 맛있다.


“ 경애야, 쌀을 팔아야지. 이렇게 자꾸 떡을 해서 동네에 돌리면 어떻게 해? ”

“ 묵은쌀로 하는 거라 괜찮아. 어차피 묵은쌀은 팔아도 돈이 안 돼. 그걸 우리가 다 먹을 수도 없고

이렇게 가래떡을 해서 사람들이랑 나눠 먹으면 맛있잖아. 아이들도 좋아하고 말이야.

난 가래떡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좋더라.

골목길에 애들이 가래떡처럼 조르르 서서 떡을 먹고 있으면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아. “

“ 너도 참, 그렇게 퍼 주는 걸 좋아해서. 돈은 언제 버니? ”

“ 돈이 사람을 쫓아야지, 내가 쫓는다고 오니? 때가 되면 벌 거고, 우진 아빠도 뭐라고 안 해. ”

“ 너나 아저씨나 참 속도 좋아. ”

“ 아줌마, 바구니에 그 떡들 다 돌려야 해요? ”

“ 응, 현아가 아줌마 좀 도와줄래? ”

“ 네, 그럼 이거 안나랑 동주네 경화네 용자네랑 두영이네 좀 주고 올래?

우영랑 오빠들 올 때 돼서 이제 밥 할 준비 해야 해. ”

“ 네, 아줌마, 미순 할머니랑 개나리 할머니, 철물점 할아버지는요? ”

“ 응, 할머니들이랑 할아버지는 먼저 드리고 왔어. ”

“ 네, 얼른 갔다 올게요. ”
“ 그래, 고마워. ”


아줌마는 수시로 가래떡을 뽑아서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묵은쌀이라서, 못 먹는 쌀이라서 했다고 했지만 아줌마는 햅쌀이 나오면 햅쌀이 맛있다고 가래떡을 뽑았다.

아줌마는 무엇이든 주고 싶어 핑계를 만들었다.

엄마는 주책없다 면서도 한 없이 주고, 주는 걸 좋아하는 경애 아줌마를 좋아했다.


가래떡은 밥 보다 더 맛있었다.

아줌마가 가래떡을 주시면 꿀이나 조청에 먹기도 하고 기름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꿀에 찍어 먹는 거다.

아줌마는 가래떡을 하면 가장 먼저 개나리 할머니, 미순 할머니, 과일, 야채 할머니, 솜사탕 할아버지네 들렸다.

부드럽고 말랑말랑 할 때 드시라고 따끈한 떡과 함께 서울 우유와 조청을 챙겨갔다.

입맛 없는 노인들에게 가래떡은 별미며 기운을 차리게 했다.

우유와 달달한 조청과 함께 먹는 가래떡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좋아하셨다.

개나리 할머니는 개나리가 많은 집에 살고, 미순 할머니는 시장에서 전집을 하시다 쉬고 계신다.

솜사탕 할아버지는 솜사탕 기계를 자전거에 실어 학교나 길에서 파시곤 했다.

혼자 사시는 노인들은 끼니를 제 때 챙겨 드시지 못한다고 아줌마는 항상 걱정했다.


부모님 보살핌 없이 자랐으면서 아줌마는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떡이 아니라 자신들의 집에 찾아오는 경애 아줌마를 좋아했다.

그분들께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살림살이를 살펴보는 살가운 경애 아줌마를 좋아했다.

아줌마는 키가 작고 말랐다. 피부가 아주 하얗고, 커다란 눈과 오밀조밀 작은 코와 입을 가지고 있다.

힘도 약해서 가래떡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몸도 작고 힘이 없으면서도 아줌마는 언제나 동네를 여기저기 살피고 다니셨다.

쌀집 아저씨는 아줌마가 힘이 들까 걱정은 했지만 인심 좋고 정이 많은 아내를 좋아했다.




따듯한 햇살이 가득한 한 낮

아줌마가 헐레벌떡 우리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 금희야, 금희야~ ”

“ 아줌마, 안녕하세요. ”

“ 응? 왜? 숨 넘어가겠다. 천천히 말해. ”

“ 금희야, 너 나 좀 도와줘라. ”

“ 무슨 일 있은데? ”

“ 과일 할머니가 허리를 다치셨데. ”

“ 응? 갑자기 왜? ”

“ 계단에서 삐끗하셨나 봐. 딸기를 세 다라나 사놨는데 허리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집에 누워만 계셔.

요새 과일 할머니가 통 안 보인다고 야채 할머니한테 물어보니 알려주시더라.

과일 할머니 집에 다녀왔는데 딸기가 다 물렀더라. 할머니가 아깝다고 속상해하시는데.

물러서 팔지는 못하겠고, 우리가 그거 대신 팔아주자. “

“ 어떻게? 어떻게 그 많은 딸기를 팔아? 그리고 이미 많이 물렀는데? ”

“ 딸기 잼을 해서 동네에서 좀 팔자. 그러고 잼 값을 드리면 되잖아.

할머니 병원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우리 집은 마당이 없으니 너네 집에서 만들자.

우리 우진 아빠한테 딸기는 실어 오라고 말해놨어. “

“ 아이고~ 경애야, 너 때문에 참, 내가 못 살아.

알았어. 내가 가서 설탕이랑 나머지는 다 사다 놓을 게. ”


그렇게 많은 딸기는 먹어 본 적이 없다.

수돗가에서 딸기 세 다라를 씻었다. 엄마를 도와 씻다가 먹다가, 씻다가 먹다가를 반복했다.

김장철에 배추를 절이는 큰 고무 대야에 딸기를 헹구고,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우리 집, 대전 댁 아줌마네, 은동이네 곤로와 큰 솥 세 개가 마당으로 나오고

엄마, 대전 댁 아줌마, 경애 아줌마가 딸기를 끓이기 시작했다.

달달한 딸기 냄새가 온 동네로 퍼지기 시작했다.

대문이 열려 있어 동네 아줌마들과 아이들이 몰려왔다.


“ 현아야, 제과점 가서 식빵 사와. 다섯 개. 빨리 사와. 빨리. ”

“ 응 ”

금희야, 왜 그렇게 많이 사 오라 그래? 한두 개면 될 것 같은데. ”

“ 아니야, 그래도 다섯 개는 돼야 해. ”

“ 그렇게나 많이? ”

“ 많이 사 와, 우리도 먹고, 애들이랑 사람들도 먹어야 하니까 ”

“ 너도 참 누굴 닮았는지 손도 크다. ”

“ 너 닮아서 내가 손이 크지. ”


제과점에 가서 식빵 다섯 개를 사자 아줌마가 서비스로 단팥빵을 주신다.


“ 엄마, 여기 ”

“ 그래, 고마워. ”

“ 아줌마, 나 딸기 잼 발라서 하나 주세요. ”

“ 현아 아줌마, 저도 주세요. ”

“ 저는 하나 더 주세요. 우리 동생 주고 오게요. ”

“ 오냐~ 자 먹어라. 이거 동생 주고 오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딸기 잼 사달라고 해라. ”

“ 네 ”


엄마가 딸기잼을 바른 식빵을 모인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 음~ 진짜 맛있다. ”

“ 역시 딸기 잼은 만들어서 먹어야 맛있어. ”

“ 이게 뭔 일이래요? 딸기 잼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 ”

“ 중아 엄마, 딸기 잼 만들어서 팔려고? 이거 다 팔 수나 있겠어? 너무 많은데.

곰 솥으로 세 개나 만들면 도대체 몇 병이 나올까? ”

“ 집에서 만든 건 방부제가 없어서 빨리 먹어야 하는데. 이거 다 언제 먹으려고? ”

“ 그게 아니고, 과일 할머니가 딸기를 팔려고 잔뜩 사다 놓으셨는데 허리를 다치셔서 팔 수가 없데요.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당장 병원비며 돈도 없으실 테구

자식들한테 손 벌리실 분도 아니고.

그래서 우리가 할머니가 사다 놓으신 딸기로 잼을 만들어서 팔려고요. 판 돈은 할머니 드리고요. “


“ 과일 할머니 병원비 때문에 이걸 만들고 있는 거야? ”

“ 네, 안 그러면 딸기가 다 물러져서 버려야 해요. 세 다라나 돼서 아깝기도 하고. ”

“ 아이고~ 그렇구먼. 이거 누구 생각이야? 중아 엄마야? 우진 엄마야?

누가 짝꿍 아니랄까 봐. 쨈 다 되면 우리 한 병 줘요. ”

“ 네 ”

“ 우리도 줘요. 우린 두 병. ”

“ 엄마, 우리도, 우리도 사자. 딸기 잼 맛있다. ”

“ 그래, 현아 엄마, 우리도 한 병 줘요. ”

“ 우리도 줘요. 우린 세 병, 딸기 잼이 너무 맛있게 됐다. ”

“ 우리도 줘요. ”


동네 사람들 모두 딸기잼을 달라고 했다.

다 완성되지도 않고, 가격도 모르면서 한 병씩 달라고 했다.

병에 담기도 전에 다 팔린 것 같다.


“ 워따~ 성님, 나 이러다 팔에 흉터 남겄시유. 왜 이리 튀는 겨? ”

“ 딸기 잼 만들다 보면 원래 이렇게 다 튄다. 고무장갑 끼고 해라. ”

“ 옴마~ 따가워. 뒤지겠네. 우진 성님은 괜찮아유? ”

“ 데면 수돗물에 식히면 된다. 그래도 다행이야, 다 팔 수 있을 것 같아. “

“ 성님, 나는 씻고 만드느라 고생 했으니께 그냥 한 병 줘유? ”

“ 오야~ 대전 댁 니는 공짜다. ”

“ 옴마~ 아주 좋구먼. 농담 이여유, 할머니 병원 빈데 공짜로 먹으면 쓰남유?

우리 두 성님들 덕 분에 온 동네가 딸기 잼을 먹는구먼. “

“ 그러게 말이야. 경애는 참~ 온 동네 참견은 다 하고 다녀. 아주 주책이야. 주책! ”

“ 그래? 주책이여도 좋지? 주책바가지여도 내가 좋지? 금희야 ”
“ 그럼.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하지. 주책바가지여서 좋아하지. ”

“ 그래, 나도 너 좋다. 내가 하자는 데로 무조건 다 해주는 니가 좋다.

우리 동네에 너랑 대전 댁이 살아서 좋다. “

“ 참말이어유? 성님? 나도 좋아요? 성님 ”
“ 그럼 ”

“ 나도 좋아요. 우진 성님 ”

“ 멀리 사는 친척들이나 가족들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들이 더 좋은 거야.

내가 무슨 복으로 너희들 옆에서 사는지 모르겠네. “

“ 나도 참 좋네. 현아야, 이거 해피 아줌마네 두 병 드리고 와, ”

“ 응 ”

대전 댁 아줌마가 잠시 화장실에 간 뒤 엄마는 아줌마에게 말했다.


“ 경애야,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알았지? ”

“ 응, 하고 싶은 거, 말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가장 먼저 너한테 말할게. ”

“ 그래, 뭐든 말해. 내가 다 해줄게. 가장 먼저 나한테 오는 거야. 알았지? ”

“ 응, 알았어. ”


만들어진 딸기 잼은 동주 나 경화 호달이 두영이가 모두 배달했다.

다행히 할머니 병원비는 딸기잼으로 낼 수 있게 됐다.

과일 할머니는 치료를 잘 받고 장사를 다시 나올 수 있었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복숭아를 주셨다.

여름은 복숭아향처럼 진하고, 가래떡처럼 찐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