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머의 친구가 되어준 편지들 – 채링크로스 84번지

활자 위의 우정, 마음을 넘나든 편지

by SoInk

*

본 글에는 책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링크로스 84번지』 – 오래된 편지가 건넨 따뜻한 위로


[크기변환]towfiqu-barbhuiya-6FpGIdn45_A-unsplash.jpg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큰 줄거리나 극적인 전개가 없는데도,

오래도록 잔잔하게 기억에 남는 책이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가볍게 웃음 짓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이 뭉클해진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미국 뉴욕에 사는 작가 헬렌이 런던의 서점 '채링크로스 가 84번지 마스크 서점'에

책을 주문하면서 시작된 서간문 형식의 책이다.





낯선 도시에서 주고받은 편지 – 그리고 마음


[크기변환]text-4095909_1280.jpg

헬렌은 까칠하고 유쾌하며 솔직하다.

그녀의 편지는 마치 수다스러운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반면, 서점 직원 프랭크는 예의 바르고 신중하며 정중한 영국 신사다.

그리고 또 한 명, 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세실리도 편지 속 소소한 이야기에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20년에 걸쳐 주고받은 이 편지들은 단순한 책 거래 내역을 넘어,

서로의 삶을 건드리고 변화시키는 진짜 소통의 흔적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은, 편지 말미에

쓰이는 서명과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 점차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 프랭크는 “마크스 & Co. FPD 드림”이라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후 “마크스 서점을 대표하여 프랭크 도엘 드림”,

그리고 점점 친근하게 “프랭크 드림” 또는 “프랭크”로 바뀐다.

또 헬렌을 부르는 호칭도 초반에는 “친애하는 부인”에서

“친애하는 한프 양”, 마지막에는 “친애하는 헬렌”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편지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소한 변화 하나하나에도 미소를 짓게 된다.

책이 곧 사람이고, 편지가 곧 관계였던 시대의 아름다운 기록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일


[크기변환]john-michael-thomson-9m1V6A8Fm-A-unsplash.jpg

『채링크로스 84번지』가 특별한 건, 그 안에 담긴 ‘사람’ 때문이다.

헬렌의 익살스러운 농담, 프랭크의 조심스러운 배려,

그리고 서점 직원들의 소소한 반응들까지.

한 통 한 통 읽다 보면, 그 작은 서점 안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진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국가와 문화, 계층과 거리를 뛰어넘어 '진심'이 도달하는 그 과정이 너무 따뜻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다시 기억하고 싶은 감정


[크기변환]joanna-kosinska-B6yDtYs2IgY-unsplash.jpg

요즘은 누가 누구에게 편지를 쓸까?

이메일도 길다고 느끼는 시대에, 이 책은 말한다.

편지엔 시간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헬렌과 프랭크의 우정은 그 기다림 속에서 단단해진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오랜 마음을 건네본 적이 있었나?”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조용하지만 깊은 책이다


[크기변환]annie-spratt-f07ZbfBXrfU-unsplash.jpg

이 책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그냥 오래된 편지 모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의 감정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뉴욕의 아파트와 런던의 서점, 두 공간은 물리적으로 멀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다.


지금, 조용히 마음을 꺼내볼 책을 찾고 있다면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추천한다.


가끔은 오래된 활자가 가장 따뜻한 말을 건넨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01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