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자연이 성인이 된 나에게 남긴 것
어릴 적 나는 매일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에 눈을 떴다.
알람 대신 바람이 나를 깨웠고,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동물들의 울음 소리가 하루의 첫 문장이었다.
뉴질랜드의 유년기는 그렇게, 자연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곳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숲 냄새를 맡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알았다.
비가 오는 날의 쌀쌀한 공기와 축축한 흙 내음새도,
들판을 스치는 바람이 온도를 미세하게 바꾸는 것도,
하늘의 빛깔이 곧 날씨 변화를 알려준다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자연과 가까이 지냈던 것이 20년 뒤 지금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순수함이 순진한 마음인 줄 알면서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변화에 익숙하지 않아 급하게 서두르는 일이 드물고,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오래 들여다보고, 천천히 알아간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도시는 뉴질랜드의 자연과 달리,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빠른 대답을 원했고,
빠른 성장을 바라며,
빠른 성과를 기대했다.
내가 자연 속에서 배운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는데
도시에서는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해 보였다.
그럴수록 점점 숨이 가빠졌다.
그래서 내 마음이 평소보다 급해지고
귀가 수많은 생각들로 웅웅거릴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초록’을 찾는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일부러 돌아가거나,
집 근처 공원에 가만히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귀를 맡긴다.
그러면 마음이 천천히 현재로 되돌아온다.
어쩌면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가르침의 진가를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틈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속도를 맞추지 못해 초조해질 때,
세상이 나만 빼놓고 앞으로 달려가는 듯 보일 때
자연은 말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길을 잃는 순간에도
자신을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감각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청춘들에게도 그대로 전하고 싶다.
너무 앞서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느리고, 조금 흔들려도
그게 결국 당신의 길이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