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너의 시간을 함께 걸어줄 사람들이 나타난다
고등학교 때였다.
경쟁이 심한 예술고등학교에서 늘 붙어 다니며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 애들의 웃음과 말투 하나에도 쉽게 흔들릴 만큼
나는 여리고, 또 그만큼 깊이 의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들의 휴대전화를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내 이야기가 오갔다.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 내가 상상하지 못한 말투로.
그 순간의 충격은 말 그대로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아, 나는 이 관계 안에서 혼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구나’ 하는 감각이 온몸을 차갑고 따갑게 스쳐갔다.
그때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친구는 시기에 따라 바뀌는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오히려 뒤틀렸다.
엄마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진짜 친구는 영원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친구에게 진심을 보여주면 우리의 우정 쯤은 말끔히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인정하기 싫었을 뿐, 그 말이 맞다는 걸.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애쓰는 만큼 관계가 더 어긋나는 경험을 처음 했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믿으면 믿을수록 평행선이 미세하게 틀어지는 느낌.
마치 가까워지려 팔을 뻗을수록, 상대는 반 칸씩 뒤로 물러나는 것 같은 그런 불편한 감각.
그 경험은 오래 남았다.
관계에는 계절이 있고,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바뀌며,
어떤 인연은 나를 스쳐 지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나이에 배워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20대가 된 나는 또 다른 진실을 마주했다.
소중한 인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전혀 다른 장소에서 찾아온다는 사실.
대학에 들어가서 나는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를 꾸미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더 좋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
인연이란 억지로 붙잡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흘러들어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수 아이유와 배우 유인나는 10살 차이가 나지만 한 프로그램에서 만나 인생의 소울메이트가 되었고,
세계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도 학창시절 왕따였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사랑받는 관계 속에 있다.
인연은 나이로도, 시기로도 제한되지 않는다.
우리 삶은 생각보다 길고, 마음을 나눌 사람은 어디에든 있다.
그래서 혹시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친구 문제로 슬퍼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정말,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금의 관계가 너의 전부도 아니고,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할 기준도 아니야.
진심을 잃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 잃지 않으면,
너에게도 반드시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누군가에게 잘 맞추고, 나 자신을 깎아내면서까지 버티던 내 어린 시절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그때의 상처가 너를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결국 더 단단해지도록 만든 거야.”
흔들리던 청춘에게, 그리고 지금도 관계 앞에서 마음이 불안한 누구에게든.
우리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말은 엄마 말처럼 아주 단단하고,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진실이다.
인연은 나이로도, 시기로도 제한되지 않는다.
진심을 잃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 잃지 않으면,
너에게도 반드시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