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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율 Jul 18. 2022

살아만있어라

살아있다는것에 관한 단상

*

한국으로 귀국한지 몇일 되지않아,

자가격리중이었던 8월의 어느날.


인터넷아저씨가오셔서 우리집의 안그래도 빠른 인터넷을 더 빠르게 만드시러 오셨던날이었다.


나는 외부인이 우리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방문을 닫고 방에만 얌전하게 있었었는데,


몇분지나서 아저씨가 가신줄 알고 방에서 나와보니, 베란다 창문도, 현관문도 다 활짝 열려있었다.


순간, 아깽이, 솜이가 어디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저씨는 인터넷 선 연결문제때문에 옥상으로 가신다고 문을 열어놓으신 거였고, 베란다의 창문또한 방충망 없이 열어놓으신채로 나가셨다.


베란다에 주로 있는 우리솜이가 혹시나 밖으로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심이 밀려왔다.


현관문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혹시나 솜이를 잃어버렸을까봐 나는 겁이났고 슬프고 무서웠다.

 

부산의 유명한 고양이탐정 '옥탐정'에게도 재빠르게 의뢰를 했었고, 날카로운 전문가적인 견해로 그분께서는 우리 솜이가 집에 있을거라고 하셨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는 내말에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그렇게 솜이찾기를 대대적으로 하였고,

솜이는

우리 솜이는, 무서웠는지 다용도실 끝 세탁기 뒤에 먼지구덩이에 웅크리고  있었다.



*

'살아만있어라'


솜이를 다시 찾기까지 그 20분동안 나는 나도모르게 끊임없이 되뇌었다.


'제발 살아만있어줘, 제발.'


그래,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곁에서 살아 숨쉰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존체자체로 이미 완전한 일이 아닐까한다.

그래서 감사한일이 아닐까 한다.  


*

'이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는 이기심과 오만함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존재가 '살아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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