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새로운 언어
유적지에서 돌아온 우리는 도시의 참혹한 민낯과 마주해야 했다. 법과 규칙은 사라지고, 오직 본능과 힘만이 질서가 된 세상. 식량을 구하기 위한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었다. ‘나눔’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그 혼돈의 한복판에서 이 교수님을 다시 만났다. 그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 사이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그는 손짓과 기호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식량을 분배하고, 규칙을 정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알던 ‘원초 언어’와 비슷했지만, 훨씬 체계적이고, 어딘가 차가웠다.
그날 밤, 그는 나를 찾아왔다. 그는 모닥불 앞에 앉아 혼돈에 빠진 도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짓은 더 이상 학자의 탐구가 아닌, 지도자의 단호함이 묻어났다.
‘보이나, 강 군? 저것이 언어 없는 세상의 민낯일세.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자네가 믿는 그 순수한 교감은, 굶주림 앞에서는 사치일 뿐이야. 아름답지만 무책임한 이상주의일 뿐이지.’
그의 손짓에는 깊은 절망과 뒤틀린 신념이 담겨 있었다.
‘나는 저 혼돈을 목격했네. 사람들이 빵 한 조각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것을 봤어. 그래서 결심했다네. 낡은 언어의 ‘오만함’은 없지만, ‘효율성’은 지닌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최소한의 질서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나.’
그는 단순히 권력욕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언어가 사라진 세상의 혼돈을 목격하고, ‘최소한의 질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방식은 독재적이었지만, 그의 주장에는 일말의 타당성이 느껴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