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새로운 언어
이 교수님의 오두막은 외딴 숲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의 혼돈과는 전혀 다른, 깊은 침묵이 감도는 곳이었다. 오두막의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문을 열고 우리를 맞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어떤 슬픔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순리'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혼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단어는 입술 끝에서 부서져 내렸다. 한서연은 내 옆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어가 아닌 감각으로 그를 이해하려 애쓰는 것 같았다.
이 교수님은 우리를 벽난로 앞으로 이끌었다. 그는 우리에게 따뜻한 차를 권했지만, 우리는 그를 경계했다. 그는 우리의 감정을 읽은 듯,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의 낡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 수첩은 내가 과거에 그에게 선물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 수첩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자신의 손으로 천천히 무언가를 그렸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숨을 멈췄다. 그것은 '원초 언어'가 새겨져 있던 석판의 기호였다. 그는 그 기호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그는 그 기호를 통해 나에게 '너는 이 길을 택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빈 페이지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내 가슴에 얹고, 다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나는 그의 손짓을 따라 그 의미를 파악하려 했다. 그는 내게 '너의 심장과 머리가 말하는 것을 들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언어가 사라져가는 것을 순리로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는 왜 나에게 '원초 언어'와 '내면의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때, 한서연이 내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내 손바닥에 '질문'이라는 글자를 썼다. 나는 이 교수님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나는 그에게 왜 이 모든 것을 순리로 받아들였는지 묻고 싶었다. 그는 나의 질문을 이해한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표현했다. 그의 손은 마치 연극을 하는 배우처럼 움직였다.
나는 그의 손짓을 보며, 그의 과거를 보았다. 그도 한때는 나처럼 언어가 전부였던 사람이었다. 그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언어가 가진 한계를 깨달았다. 언어는 모든 것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가두는 감옥이었다. 그는 그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리'를 택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를 막으려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 길이 옳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도와주려 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이해했다. 그는 나의 적인 동시에, 내 안의 목소리를 깨우쳐 준 '내면의 조력자'였다. 그는 언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길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언어에 매달리지 말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마치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서연의 손을 잡고, 이 교수님에게 '고마워'라는 단어를 그리고 싶었지만, 그 단어는 이미 사라졌다. 대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온몸으로 전달했다. '이해', 그리고 '감사'. 그녀는 나의 감정을 느끼고, 이 교수님에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