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언어 없는 세계의 법칙

2부: 새로운 언어

by 몽환

우리는 이 교수님의 오두막을 향해 걸었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자, 혼돈은 잦아들었지만, 그 대신 낯선 질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도시는 모든 것을 잃고 퇴화했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어 없는 세상에서, 그들의 법칙은 단순하고 잔혹했다.


먼저, 물물교환의 규칙이었다. 사람들은 손에 든 물건의 가치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신선한 사과를 들고 있는 남자는 배고픔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과의 가치를 높였고, 그 사과를 얻으려는 사람은 '절박함'이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나는 그들의 거래를 지켜보며 깨달았다. 언어는 사라졌지만, 인간의 욕망과 감정은 여전히 남아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인간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나는 왠지 모르게 섬뜩했다.


우리는 낡은 다리 앞에서 멈춰 섰다. 다리 입구에는 거구의 남자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는 다리를 지나가려는 사람들에게 길을 막았다.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몸짓으로 다리를 지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이곳의 '지배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서연은 나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나는 불안했다. 그녀가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녀의 손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전달했다. 그녀는 나의 두려움을 느끼고,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믿어'라는 감정을 전달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한서연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남자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대신, 자신의 손을 가슴에 얹고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슬퍼서, 나는 그 슬픔의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나의 심장이 덩달아 아파왔다. 그녀는 과거에 잃었던 어떤 소중한 것을 떠올리는 듯했다. 남자는 그녀의 슬픔에 잠시 멈칫했다. 그는 그녀의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언어가 없어도, 감정은 통했다.


남자는 경계심을 풀고, 한서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바닥에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그려주었다. 그는 그녀의 슬픔에 공감했던 것이다. 한서연은 그에게 미소 지었고, 남자는 조용히 길을 비켜주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언어가 사라진 세상의 새로운 법칙을 깨달았다. 힘과 본능이 지배하는 이 혼돈 속에서도, 공감이라는 감정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나누었지만, 감정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었다. 나는 내 수첩에 '생존' 아래, '공감'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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