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순리에 대한 의심

2부: 새로운 언어

by 몽환

한서연과 동굴을 나온 후, 나는 이 교수님이 말했던 '순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어의 소멸이 인간의 오만함이 만들어낸 오류를 바로잡는 자연의 섭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초 언어'를 경험한 후, 그의 말이 단순히 궤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사라지면서 우리는 오히려 존재의 근원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혼돈과 고통이 '순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나는 한서연에게 이 교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수님'이라는 단어도, '순리'라는 단어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그녀의 손바닥에 '스승'이라고 써보려 했지만, 그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버렸다. 나는 좌절했다. 아무리 감각으로 소통한다 해도, 복잡한 철학적 개념을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서연은 그런 나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내 손을 잡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물어보았다. 나는 그녀의 손바닥에 '혼란'이라고 썼다. 그리고 '이해'라고 썼다. 나는 이 교수님을 완전히 미워할 수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는 나에게 미로의 길을 알려준 조력자인 동시에, 나를 미로 속에 가둔 사람이었다.


그때, 한서연은 내게 이 교수님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그녀는 내 손바닥에, '나의 과거'라고 썼다. 그리고 '나를 사랑했던', 그리고 '나를 배신했던'이라는 단어들을 썼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그녀는 이 교수님을 단어 하나로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나에게 주었던 모든 감정들을 나열했다. 사랑, 증오, 존경, 배신… 나는 그녀의 손짓을 통해, 이 교수님과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언어가 사라지면서, 우리는 사람과 사물을 단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는 오만함을 버리게 되었다. '교수님'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를 정의하는 대신, 나는 이제 그를 '나의 과거'이자 '나를 사랑했던'이자 '나를 배신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의 존재는 더 이상 단일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였다.


나는 '순리'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 혼란과 고통이 자연의 순리일까? 나는 이 교수님처럼 모든 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언어를 되찾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고 싶었다. 그것은 단어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라진 관계, 희미해진 기억, 그리고 잃어버린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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