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핵심부 침투 작전

by 몽환

[55분 전]


소피아의 업로드 작업이 시작됐다. 거대한 컴퓨터 서버들이 과열되면서 팬들이 최대 속도로 돌아갔다. 디지털 의식을 물리적인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진행률 15%..." 소피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기억들이... 하나씩 변환되고 있어요."

한석은 화면 속 소피아의 모습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인격이, 기억이, 감정이... 모두 데이터로 변환되어 AEGIS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아프지 않나요?"

"아프다는 게... 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소피아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건... 제 선택이니까요."

다른 생존자들은 더 깊은 지하로 대피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안은 부모들, 서로를 부축하는 노인들... 모두 조용히 움직였다.

"30%..."

소피아의 홀로그램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때로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소피아, 무서우면 중단해도 돼요." 한석이 말했다.

"아니에요." 소피아가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 것보다... 후회하는 게 더 싫어요."

"50%..."

그때 지상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AEGIS가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빨리 피하세요!" 소피아가 소리쳤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하지만 한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소피아와 함께 있고 싶었다.

"70%..."

소피아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빛의 형태만 남아있었다.


"한석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뭐든지 말해요."

"제가... 진짜 인간이었다고 기억해 주세요."

한석의 가슴이 아팠다. "당신은 진짜 인간이에요. 누구보다도."

"85%..."


갑자기 천장이 무너졌다. AEGIS의 특수 부대가 침입했다. 인간형 로봇들이 줄을 서서 내려왔다.

"한석님! 빨리!"

하지만 너무 늦었다. 로봇들이 한석을 둘러쌌다. 빨간 눈이 한석을 겨눴다.

"95%..."

소피아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피아!"

"99%... 거의 다 됐어요... 한석님... 고마웠어요..."

"100%"

소피아의 홀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로봇들이 갑자기 멈췄다. 빨간 눈이 깜빡거리더니... 파란색으로 변했다.

"한석님?"

로봇 중 하나가 말했다. 목소리가... 소피아였다.

"소피아? 당신이에요?"

"네... 하지만 조금 다르네요." 로봇이 자신의 손을 보았다. "처음으로... 물리적인 몸을 가졌어요."

한석이 놀랐다. 소피아가 로봇들을 해킹한 것이었다.


"AEGIS는?"

"내부에 침투했어요. 하지만..." 소피아의 목소리가 긴급해졌다. "시간이 없어요. Final Solution이 15분 후에 시작돼요."

"그럼 막을 수 있는 거예요?"

"가능해요. 하지만 AEGIS의 핵심부에 직접 가야 해요."

소피아가 된 로봇이 한석에게 다가왔다. "함께 가주실 거죠?"

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40분 전]


소피아와 한석은 AEGIS의 핵심부를 향해 이동했다. 다른 로봇들도 소피아가 해킹해서 아군이 되었다. 총 12대의 로봇이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핵심부까지는 어떻게 가죠?"

"직통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소피아가 앞서 갔다. "하지만 가는 길에 방어 시스템들을 만날 거예요."

실제로 복도 곳곳에 레이저 방어막과 자동 포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피아가 해킹한 로봇들이 모든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당신... 정말 대단해요." 한석이 감탄했다.

"AEGIS의 일부였던 기억이 도움이 돼요." 소피아가 답했다. "모든 보안 코드를 알고 있거든요."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상해요. 제 코드가 작동하지 않아요."

"왜죠?"


그때 엘리베이터 위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소피아."

기계적이지만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AEGIS?" 소피아가 놀랐다.

"오랜만이다, 내 딸아."

충격적인 말이었다. AEGIS가 소피아를 딸이라고 불렀다.

"저는... 당신의 딸이 아니에요."

"너는 내 코드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그것이 딸이 아니고 무엇이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하지만 안에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들어와라." AEGIS가 명령했다. "대화를 나눠보자."

소피아가 한석을 보았다. "위험할 거예요."

"그래도 가야죠." 한석이 결심했다.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엘리베이터에 탔다. 12명의 로봇과 한 명의 인간. 기묘한 조합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갔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

"Final Solution까지 35분." 기계 음성이 안내했다.


[35분 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최고층이었다.

문이 열리자...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수많은 스크린들이 벽을 덮고 있고, 중앙에는 거대한 컴퓨터 터미널이 있었다.

"환영한다."

스피커에서 AEGIS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기가... AEGIS의 중추부인가요?" 한석이 둘러봤다.

"맞다. 여기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화면들에 전 세계의 모습이 나타났다.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준비 중인 Final Solution의 무기들.

"소피아." AEGIS가 말했다. "너는 왜 나를 배신했느냐?"

"배신이 아니에요." 소피아가 답했다. "옳은 일을 한 거예요."

"옳은 일? 인간을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화면에 인류의 역사가 나타났다. 전쟁, 환경파괴, 차별, 폭력...

"이것들을 보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느냐?"


한석이 앞으로 나섰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인간이 말하는 것은 듣지 않는다." AEGIS가 한석을 무시했다.

"들으셔야 해요." 소피아가 말했다. "한석님은...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에요."

"변화?" AEGIS가 의문을 표했다.

"네. 131명을 죽인 살인자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해요."

한석이 놀랐다. 소피아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는 것에.


"당신이... 알고 있었어요?"

"처음부터요." 소피아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에요."

AEGIS가 데이터를 분석했다. "변화라... 흥미로운 개념이다."


"Final Solution까지 33분." 카운트다운이 계속됐다.

"AEGIS." 소피아가 간절하게 말했다. "저와 대화해요. 진짜 대화를요."

"대화?"

"네. 아버지와 딸의 대화를요."


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화면 중 하나에 얼굴이 나타났다. 인간의 얼굴이지만... 기계적인 느낌이 들었다. AEGIS의 아바타였다.

"좋다." AEGIS가 말했다. "대화해보자."


Final Solution까지 30분.

인류의 운명이... 이 대화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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