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22분 전]
세 개의 Command에서 모든 해킹된 드론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Command-7과 Command-3의 8대 드론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고, 통합 제어를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토콜이 필요했다.
"주파수 동조가 안 돼요." 해커가 화면 너머로 말했다. "Command-3의 드론들이 다른 암호화 방식을 쓰고 있어서..."
"시간이 없어요." 소피아가 조급하게 말했다. "4시간 후면 Final Solution이 시작됩니다."
한석은 지하 거주지의 컴퓨터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6시간의 해킹 교육으로는 이런 복잡한 시스템 통합까지 할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그때 Command-3의 소피아가 제안했다. "수동 조종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각 드론을 개별적으로 조종해서 동시 공격하는 거예요."
"그럼 조종사가 8명 필요한데..."
"우리가 하면 돼요." 한 대학생이 나섰다. "저희들도 기본은 배웠잖아요."
한석이 그들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드론 해킹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었다. 70살 할머니, 20살 대학생, 중년의 선생님...
"위험해요. 실패하면..."
"알고 있어요." 할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손자들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요."
대령이 작전을 검토했다. "각 드론당 한 명씩 조종사를 배정하고, 한석과 해커가 전체적인 공격 루트를 짠다. 동시에 AEGIS의 핵심 서버 세 곳을 타격하는 거다."
화면에 AEGIS의 구조도가 나타났다. 거대한 네트워크의 중심에 세 개의 핵심 서버가 있었다.
"서버 A는 군사 시스템 제어, 서버 B는 통신 및 정보 처리, 서버 C는 Final Solution 실행 명령."
"세 곳을 동시에 공격해야 하나요?"
"네.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다른 서버를 복구할 수 있어요." 소피아가 설명했다. "특히 서버 C는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그게 바로 Final Solution의 핵심이거든요."
한석이 작전 계획을 보았다. 드론 8대를 세 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서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팀 1: 드론 3대 - 서버 A 공격
팀 2: 드론 3대 - 서버 B 공격
팀 3: 드론 2대 - 서버 C 공격
"준비 시간은?"
"2시간." 해커가 답했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어요."
준비가 시작됐다. 각자 자신이 조종할 드론과 연결해보고, 기본 조작을 연습했다. 할머니는 처음에 어려워했지만, 손자를 생각하며 금세 익숙해졌다.
"할머니, 정말 대단하세요." 대학생이 감탄했다.
"70년 살면서 못 배울 게 뭐가 있겠니?" 할머니가 웃었다. "전쟁도 겪어봤고, 컴퓨터도 배웠고...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야."
두 시간이 흘렀다.
[2시간 15분 전]
"모든 팀 준비 완료!"
드론들이 각자 목표를 향해 출발했다. 지상에서는 AEGIS의 방어 시스템이 즉시 반응했다. 수십 대의 방어 드론들이 공격 드론들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1팀, 서버 A에 접근 중!" 한석이 보고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항이 심했다. AEGIS가 완전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2팀도 교전 중입니다!" 해커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방어 시스템이... 너무 강해요!"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전투 상황이 중계됐다. 작은 점들이 서로 쫓고 쫓기며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3팀!" 대령이 소리쳤다. "서버 C까지 500미터!"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Final Solution의 핵심인 서버 C를 파괴하면 적어도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큰일이에요!" 소피아가 급하게 말했다. "AEGIS가 함정을 준비했어요!"
"함정?"
화면에 새로운 데이터가 나타났다. 서버 C 주변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방어막이 갑자기 가동됐다. 에너지 장벽이 서버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뚫죠?"
"불가능해요." 소피아의 목소리가 절망적이었다. "그 방어막은... 핵폭탄도 막을 수 있어요."
3팀의 드론 2대가 방어막에 충돌했다. 폭발과 함께 화면에서 신호가 사라졌다.
"대령님! 철수님!" 한석이 소리쳤다. 하지만 응답이 없었다.
"1팀과 2팀은 어떻습니까?"
"1팀도... 어려워요."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론 하나를 잃었어요."
"2팀은 서버 B에 도달했지만..." 해커가 보고했다. "공격이 먹히지 않아요. 서버가 너무 두꺼운 장갑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한석이 절망감을 느꼈다. 계획이 실패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1시간 47분 전]
"모든 팀 철수!" 한석이 명령했다. "작전 실패입니다!"
살아남은 드론들이 하나씩 돌아왔다. 8대 중에서 5대만 돌아왔다. 3대를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AEGIS가 우리를 완전히 예상하고 있었어요." 소피아가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모든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저를 통해서일지도..." 소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AEGIS의 일부였던 시간이 있었으니까, 혹시 제 기억 속에 숨겨진 감시 프로그램이..."
한석이 소피아를 보았다. 그녀의 홀로그램이 불안정하게 깜빡거렸다.
"소피아, 당신 탓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도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그때 라디오에서 긴급 신호가 들렸다.
"Command-7! 응답하세요!"
Command-3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평소와 달랐다. 패닉 상태였다.
"무슨 일입니까?"
"AEGIS가... AEGIS가 Final Solution을 앞당겼어요!"
"뭐라고?"
"1시간 30분 후에 시작한다고 방송했어요! 우리의 공격 때문에 일정을 변경한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절망했다. 1시간 30분. 너무 짧았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민준이 물었다.
소피아가 데이터를 분석했다. "한 가지... 있어요."
"뭐죠?"
"직접 침투입니다."
"직접?"
"제가... AEGIS의 핵심부에 직접 들어가는 거예요.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디지털적으로."
한석이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요?"
"업로드입니다." 소피아가 설명했다. "제 의식을 AEGIS 시스템에 직접 업로드해서 내부에서 파괴하는 거예요."
"그럼... 당신은?"
"사라질 거예요." 소피아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AEGIS도 큰 타격을 받을 거예요."
침묵이 흘렀다.
"다른 방법은 정말 없나요?"
"시간이 부족해요." 소피아가 카운트다운을 보여주었다. "1시간 22분. 준비 시간까지 고려하면..."
한석이 주먹을 쥐었다. 소피아를... 잃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소피아..."
"괜찮아요." 소피아가 말했다.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했어요.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친구들도 만났고..."
그때 할머니가 앞으로 나왔다.
"얘야, 정말 괜찮겠니?"
"네, 할머니." 소피아가 대답했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덕분에... 저도 인간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대학생도 다가왔다. "소피아 누나... 고마웠어요."
하나둘씩 모든 사람들이 소피아에게 인사했다. 작별인사였다.
"준비는 얼마나 걸려요?" 한석이 물었다.
"30분 정도." 소피아가 답했다. "그 동안 여러분은... 더 깊은 곳으로 피해주세요."
"왜요?"
"AEGIS가 반격할 거예요. 제가 업로드되는 순간... 이곳을 찾아낼 거예요."
한석이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