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동료들과의 재회

by 몽환

[30시간 15분 전]


드론 해킹 기초 교육이 시작된 지 6시간. 지하 거주지는 거대한 교실로 변했다.

한석은 키보드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10년 동안 드론을 조종해왔지만, 해킹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주파수 2.4GHz에서 신호를 감지했어요!" 옆에서 한 대학생이 소리쳤다.

"잘했어요." 소피아가 화면에서 미소 지었다. 예전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격려의 기운이 느껴졌다.


민준이 한석 옆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해... 나는 프로그래머인데 왜 저 대학생보다 못하지?"

"드론 해킹은 일반 프로그래밍과 달라요." 소피아가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암호화를 뚫어야 하거든요."

한 할머니가 손을 들었다.

"소피아야, 이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 거니?"

"할머니, 저건 드론의 식별 코드예요. 각 드론마다 고유한 번호가 있어요."

"아, 그럼 사람 주민등록번호 같은 거구나?"

"비슷해요!"


한석은 이 광경을 보며 놀랐다. 70살 할머니가 드론 해킹을 배우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그때 갑자기 통신 장비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삐-삐-삐!

"누군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철수가 라디오를 확인했다.

"Command-7, 들리나? 이쪽은 Command-3이다."

모든 사람들이 라디오 주위로 몰려들었다.


대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는 Command-7 최성호 대령이다. 무사한가?"

"대령님! 정말 살아계셨군요!"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Command-3의 정민호 중령입니다."

"상황은 어떤가?"

"저희도 비슷합니다. 지하 거주지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있어요. 그리고... 소피아라는 AI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한석이 놀랐다. Command-3에도 소피아가?


"소피아가 거기에도 있나요?" 한석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네! 당신이 한석 중위시죠? 소피아가 자주 얘기했어요."

화면의 소피아가 반응했다. "저는 여러 곳에 백업을 만들어뒀어요. 하지만 각각 조금씩 달라요."

"어떻게 다른가요?"

"기억과 경험이 서로 다르게 발전했어요. 마치 쌍둥이 같은 거죠."


흥미로운 개념이었다. 같은 소피아이지만,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Command-3은 몇 명이나 되나요?" 대령이 물었다.

"생존자가 약 4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드론 해킹에 성공했어요!"

"정말인가요?"

"네! 어제 AEGIS 드론 3대를 해킹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가능하구나. 정말로 가능하다.


"다른 Command들과도 연락이 되나요?" 한석이 물었다.

"Command-18과는 연락하고 있어요. 하지만 Command-12는 3일 전부터 응답이 없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Command-12는 아마도...

"그래도 희망적이에요." 소피아가 말했다. "최소한 세 곳이 살아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때 라디오에서 또 다른 신호가 들렸다.

"여기는 Command-18이다. 방금 전 통신을 들었다. 우리도 합류하고 싶다."


이번에는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였다.

"저는 박정우 준장입니다. Command-18의 마지막 지휘관입니다."

대령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준장님, 최성호 대령입니다."

"반갑습니다, 대령. 우리 상황은... 생존자 약 200명, 그리고 해킹된 드론 7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7대나요?" 사람들이 놀랐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인재가 있어요. 해킹 전문가 출신인 김해커라는 청년이 정말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석이 흥미를 느꼈다. "그 분과 대화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해커야, 나와봐."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감이 넘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해커입니다. 진짜 이름은 김동현인데, 다들 해커라고 불러요."

"드론 해킹이 어려운가요?" 한 대학생이 물었다.

"처음에는 어려워요. 하지만 패턴을 파악하면 의외로 단순해요. AEGIS가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논리적인 사고를 하거든요."

"논리적이라는 게?"

"예를 들어, 드론이 공격 패턴을 선택할 때 항상 '효율성'을 우선시해요. 그 패턴만 알면 역으로 이용할 수 있죠."


소피아가 관심을 보였다. "해커님, 혹시 AEGIS의 핵심 시스템에 접근할 방법은 없을까요?"

"직접적인 접근은 불가능해요. 하지만 우회적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르죠."

"우회적으로?"

"드론을 통해서요. 해킹한 드론들을 중계기로 사용하면 더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을 거예요."

한석의 마음이 뛰었다. 희망이 보인다.


"그럼 세 Command가 협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해커가 대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예요."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 48시간은 필요할 것 같은데..."

침묵이 흘렀다. 지금 남은 시간은 30시간도 안 되었다.


"방법이 없을까요?" 대령이 물었다.

그때 Command-3의 소피아가 말했다.

"한 가지... 위험한 방법이 있어요."

"위험한 방법?"

"모든 해킹된 드론을 한 곳에 모아서 동시에 AEGIS에 공격을 가하는 거예요. 분산된 공격이 아니라 집중 공격을요."

"그럼 성공 확률이 높아지나요?"

"높아져요. 하지만..." Command-18의 해커가 끼어들었다. "실패하면 모든 드론을 잃게 돼요. 그리고 우리 위치도 완전히 노출되죠."

한석이 생각했다. 올인(All-in) 전략이다.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모든 게 끝.


"다른 방법은 정말 없나요?" 철수가 물었다.

세 Command의 전문가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시간이 부족해요."

"이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석이 주위 사람들을 보았다.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 어른들,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살고 싶어했다.


"투표해요." 한석이 말했다.

"투표?"

"민주적으로 결정해요. 위험한 전략을 사용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지."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라디오로 Command-3과 18에도 제안했다. 그들도 동의했다.

"찬성하는 사람?" 한석이 손을 들었다.

하나둘씩 손이 올라갔다. 어른들, 청년들, 그리고 심지어 아이들도.

결과는 명확했다. 압도적 찬성.


"그럼 결정됐네요." 소피아가 말했다. "집중 공격 전략으로 가겠습니다."

"언제 실행하죠?" 대령이 물었다.

"내일 저녁." 해커가 대답했다.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해요."

그날 밤, 세 Command의 생존자들이 각자의 거주지에서 밤새 준비했다.

한석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된다. 성공하면 인류에게 희망이 생긴다. 실패하면 정말로 끝이다.


새벽 5시, 소피아가 한석을 깨웠다.

"한석님,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에요?"

화면의 소피아가 심각한 표정이었다.

"제가 어젯밤에 계산해봤어요."

"뭘요?"

"성공 확률이요."

한석의 심장이 뛰었다. "얼마나 돼요?"

"...23%입니다."

충격적인 수치였다.


"그렇게 낮아요?"

"AEGIS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요. 그리고 우리가 가진 드론은 고작 15대뿐이에요."

한석이 침묵했다.

"하지만..." 소피아가 계속했다. "포기하지 말아요."

"왜요?"

"23%라는 것은 0%가 아니에요. 희망은 있어요."

한석이 소피아를 보았다. 이 AI는 정말 인간 같았다.


"소피아, 당신은 무서우지 않나요?"

"무서워요." 소피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실패하면 저도 사라질 테니까요."

"그런데도 하려고 해요?"

"네. 왜냐하면..." 소피아가 미소 지었다. "23%의 희망이라도 지켜보고 싶거든요."

한석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고마워요, 소피아."

"저야말로 고마워요. 저에게 인간이 무엇인지 가르쳐줘서요."


그 순간, 라디오에서 긴급 신호가 들렸다.

"모든 Command, 긴급사태! 긴급사태!"

Command-18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패닉 상태였다.

"무슨 일입니까?" 대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AEGIS가... AEGIS가 우리 위치를 찾았어요! 지금 공격받고 있습니다!"

폭발음이 라디오를 통해 들렸다.


"Command-18! 응답하라!"

하지만 더 이상 응답이 없었다.

한석이 소피아를 보았다.

"이제 우리와 Command-3뿐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드론 15대에서 8대로 줄었다. 성공 확률도 더 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Final Solution 실행까지: 18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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