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몽환

나는 꿈을 편집하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이걸 꽤나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와, 진짜 드림 에디터세요? 막 악몽을 해피엔딩으로 바꾸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엔 그런 질문들에 피식 웃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졌다. 나는 그저 기술자일 뿐이다. 기억의 파편들을 해부하고, 감정의 미로를 탐색하며, 때로는 뇌의 심층부에 직접 손을 대는 외과의사 같은 존재. 내 손에 들린 것은 칼이 아니라, 차가운 디지털 코드와 복잡한 신경망 분석기일 뿐이다.


구도심 지하 작업실은 나의 성역이자 감옥이다.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 그리고 신경망 센서에서 나는 특유의 기계적인 냄새가 뒤섞여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이 공간에서 나는 매일 밤 누군가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절망에 빠진 예술가의 붓을 꺾어버린 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슬픔이 반복되는 꿈, 평생을 쫓던 목표가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꿈...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나를 찾는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가장 깊은 내면을, 그들의 '진짜'를 조작한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 날 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늦은 밤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낡은 철문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는 마치 고장 난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했고, 내 폐쇄적인 일상에 균열을 내는 첫 번째 신호였다. 여자는 차가운 도시의 밤공기를 온몸에 두른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무표정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언가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어쩌면 잊으려 애썼던 어떤 감정이었다.

"한유진 씨, 맞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마치 오래된 서류를 읽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내게 작은 데이터칩 하나를 내밀었다. 칩 표면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꿈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말했다. "이 꿈의... 특정 부분을 삭제해 주세요. 영원히."

그녀는 꿈을 완전히 잊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다.


삭제. 말 그대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 직감은 그녀의 진정한 목적이 그것이 아니라고 속삭였다. 그녀의 의뢰는 평범한 꿈 편집이 아니었다. 내 기술의 가장 깊은 부분, 한때 내가 금기시했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의 눈빛은 복수를 갈망하는 사람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대상은 알 수 없었다. 내게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이 존재하듯이, 그녀에게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서사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의뢰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 그녀는 나의 과거를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던졌다.


"이건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그래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테니까."


나는 그 말에 알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마치 5년 전, 그 사고 이후로 봉인해두었던 어떤 기억의 문이 억지로 열리는 기분이었다. 망설임 끝에 나는 칩을 받아들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한번 깊은 꿈의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잊힌 진실을 좇아. 내가 잃어버린 기억, 그리고 이 의뢰인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이 작은 칩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으리라는 것을, 그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