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5 일

by 홍석범

관광 상품을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화장품과 성형 수술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온갖 먹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비이성적으로 외모를 중시하는만큼 일본인들이 미식을 중시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실은 필연적인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의 한 화장품 회사가 한국 파운데이션 퍼프의 기술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반대로 일본의 돈키호테에는 명란 마요네즈와 버터 간장을 포함해 상상 가능한 온갖 종류의 스프레드, 소스 등이 즐비하다. 이러한 사실들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대단히 일반화된 단 하나의 견해 ─ 일종의 캐리커처.


물론 관광객들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정말로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2015. 3. 25



등대로의 놀라운 부분들. 램지 부인이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는 모습. 배가 등대에 도착했을 때의 램지의 모습. 이 순간들 속에는 많은 것들이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서야 작가가 다음과 같이 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따금 한 여인의 반신비적이며 매우 심오한 인생이 나를 괴롭혀서, 그 인생을 언젠가는 전부 말해버려야 한다. 그때 시간은 완전히 소멸되고 미래는 어떻게든 과거에서부터 꽃을 피울 것이다. 하나의 사건(가령 꽃이 하나 떨어지는) 속에 그 인생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조용하게 설명해나가는 방법은 옳지 않다. 사물도 그런 식으로 우리 머릿속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새벽 근무. 몇 개의 중요하지 않은 메모들.



숭고한 질서.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의, 유연성 그리고 숙명의 표현.

부드럽게 위치 지워지는 것.


볼펜의 특성은 작은 쇠구슬이 거의 손끝처럼 유연해졌을 때쯤 버려진다는 것이다. 사유 역시 이 길을 통하면 그만큼 소모적이 되는지 모른다. 이와 비교하여 만년필은 작고 견고한 댐처럼 조절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댐은 끝없는 흐름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무뎌지지 않고 길들여진다.


극한의 인식은 광기와 다를 바 없다.

뇌의 주된 기능은 우리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인식하고 동시에 기억해내지 못하도록 그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지나쳐야 하는 것으로서의 형이상학. 그와 마찬가지로 역사와 상대주의. 예술.


비극의 탄생을 다시 읽은 뒤 지금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읽는다. 마치 내가 지금 쓰는 듯 읽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연금술의 한 종류다.


백년의 고독에서 우르술라와 빈 집, 등대로에서 램지 부인과 빈 집의 비교. 집의 생명에 대한 묘사. 하나는 만물이 들어 있는 용광로 같은 자궁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만물에 깃들어 있는 섬세한 상징이다.


바다에서는 빠르게 항해하지만 우물에서는 서서히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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