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31 화

by 홍석범

아침 6시 반에 학교 주차장에 모여 버스를 타고 바젤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금방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샤우라거 앞에 도착해 있었다. 건물은 석고로 뜬 거대한 매스 모형 같았다. 내부 공간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듣고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가이드를 따라 규모가 상당한 브루스 나우만의 회고전을 둘러봤다. 그는 이 시대 예술의 방대한 집합체처럼 느껴졌다. 그가 자신은 예술가이므로 자신의 작업실 내에서 산출되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미국인인 것과 관련이 있을까? 그는 초기부터 일종의 박제술에 집착했다. 그는 말이 없는 타입이었지만 여러 필요불가결한 이유들에 의해 그의 작품들은 다시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해져야만 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애매모호함이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혼돈과 자극을 유발하는 것은 불쾌감을 준다.






2015. 7. 31



실제로 거의 회복된 듯 느끼고 있으며 책들의 도움으로 다시 가벼운 상태가 되었다. ‘회복기간’ 동안 나는 본능적으로 나의 왼손 자아가 이미 표시해 둔 보이지 않는 길을 천천히 따라갔다. 왼손의 자아가 오른손의 자아를 건드릴 때, 건드리고 있는 중인 왼손의 자아를 내가 오른손의 자아를 통해 붙잡으려 한다면 이 자아적 반성은 최후의 순간에 무산되고 만다는 점에서 왼손의 자아는 아마도 그 길을 무의식중에 표시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독특한 특성을 인지하면서, 나는 아마도 제자리로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도달됐다고, 말하자면 순수한 피동으로 쓸 수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위상은 달라졌다. 혹은 어쩌면 시간을 인지하는 자로서의 나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써야 할 것 같다.



고독한 사색가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만인을 속이는 마술사가 되기는 했지만, 그대에게는 그대 자신을 속일 그 어떤 거짓과 간계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그대 자신은 그대의 마술에서 풀려난 것이다!” 현명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시인은 곧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가 알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만은 그대의 것이다.” 두 거인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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