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7 금

by 홍석범

알레르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깼다. K가 좀 더 자는 동안 먼저 씻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사방은 고요했다. 비가 올 것 같은 축축하고 선선한 날씨였다. 혼자 사람이 없는 회색빛의 항구를 따라 산 마르코 광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맑은 공기 덕택으로 눈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계속 콧물이 나왔다. 신기하게도 바다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K는 막 일어난 듯했다. 그가 준비를 하는 동안 다시 눈이 조금씩 간지럽기 시작했다. 9시쯤 우리는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산타 루치아 역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한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곳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비가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베니스도 좋았다.


나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던 K는 역 근처의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그는 내가 버스를 탈 때까지 함께 정류장 근처에서 기다려 주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슈투트가르트에서 R을 만나고 파리에서 K를 만난 뒤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R과 헤어지고 마지막으로 베니스에서 K와 헤어진 이번 여행에 대해 생각했다. 각자의 길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식으로 교차할 수 있다면 인생은 외롭지 않고 즐거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 더 기대하게 되었다.






2015. 9. 7



새벽 근무


02:48. 반건시 곶감을 한 개 먹었는데 몸도 싸울 힘이 없는지 알레르기 반응이 없다. 파우스트 박사를 읽기 시작했다. 별들이 보이고 미루나무의 윤곽 언저리에 반달이 작게 떠 있다. 뉴스에서 앵커가 어떤 배가 난파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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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기록된 과거로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공간이라는 것의 개념


부피의 공간 구성

i) 우주와의 관계

ii) 내밀성, 변증법으로부터

iii) 내부와 표면의 관계


건축물은 상징적이어야만 하지 않을까?



역사의 여명기에는 인간과 우주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를 표현한 것이 바로 무한한 공간 속의 볼륨 설정이었다. 이 최초의 공간 개념은 로마 제국 이후 2000년간 건축술의 주요 문제였던 내부 공간(vault)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고대 문명의 공간 개념에서 내부 공간의 구성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내부 공간에는 빛이 없다. 내부는 어둠, 즉 지구의 포근한 안식처를 의미한다. 그리스 신전의 경우 신상과 제단이 위치하는 셀라는 오로지 제사장들만이 출입할 수 있었고 창이 없었다. 경배 행위는 신전 기단의 계단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실로 들어가는 문 또한 주랑의 기둥 뒤에 부분적으로 가려져 있었다. 신전은 부피로서 존재했다. 이 볼륨은 내적으로 힘을 축적시키고 있는 강력한 발산체이다. 무한한 공간 속에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 볼륨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 볼륨들은 생리적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었다.


어른이 된 우리들의 삶은 최초의 재보들을 너무나 빼앗겨 버려서, 그 삶에서 우주와 인간의 유대는 너무나 풀어져 버려서, 사람들은 집의 우주에서 그 유대가 최초로 얽혀 있던 상태를 이젠 느끼지 못한다. 추상적으로 세계를 의식하는 철학자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집에 앞서 세계를, 숙소에 앞서 지평선을 먼저 아는 사람들이다. (공간의 시학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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