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0 월

by 홍석범

2015. 9. 10



머릿속에 다양한 개념들이 너무 많아져서 전부 뒤섞여버렸다. 니체의 바그너 비판에서 언급되는 상징성의 문제는 음악과 건축을 비교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파우스트 박사에서 이와 비슷한 사고의 실마리를 얻었다.



며칠 전 정비중대 교육이 있었다. 기체반 J 상사는 매뉴얼대로의 설명 중간중간에 그의 경험담을 덧붙였기 때문에 우리는 집중해서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이를테면 기관총을 쏠 때 반동에 의해 기체가 돌아가지 않도록 꼬리날개가 반대 방향으로 접힌다든지, 비행 중 제비 정도 크기의 작은 새가 캐노피에 충돌할 경우 캐노피가 순간적으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작은 새를 튕겨낸다는(그는 마하의 속력으로 비행 중인 전투기와 충돌한 까마귀가 캐노피를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새 부리가 목에 꽂혀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등의 사실들은 우리가 들여다보고 있는 복좌형 전투기를 더 이상 추상적인 기계가 아닌 실제적인 사물로 만들었다. 게다가 바로 그 전투기는 불과 얼마 전 새매 비행 중 북한의 잠수정 70퍼센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을 최초로 발견하고 합동참모본부에 영상을 보내 알렸던 전투기라고 했다. 구조반인 우리에게 새매가 의미하는 것은 주말에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두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가 비행 계획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갑자기 그 비행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비행 중 북한의 레이더에 락온 됨과 동시에 조종사의 헤드폰에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이 경고음이 ‘미사일’로 바뀌는 순간 3초 이내로 그 전투기는 폭격된다. 그리고 언제 바뀔지 모르는 그 경고음을 조종사들은 매 비행마다 두 시간씩 들어야 한다. 실제로 2002년 두 번째 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 초계 비행을 했던 한 조종사는 무사히 착륙한 직후 조종석에서 그대로 오줌을 쌌다고 했다. 이것이 비행의 현실적인 의미였다.


이런 교육이 더 일찍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모종의 의무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인가에 의무감을 가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모두 그저 환경에 적응할 뿐이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된 생각들을 당분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언젠가는 하나의 보편적 인식을 가지게 될까? 고양이들이 풀숲 사이에서 서로의 등 위로 뛰어오를 때마다 꽃가루가 피어오르는 것이 역광 속에서 보였다. 그것은 가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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