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야파의 한 카페에서 이걸 쓰고 있다.
도대체 난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영화 속 장면들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아까 호스텔 문이 잠겨 있어 짐을 끌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생각을 하며 해변가로 나갔을 때 삼류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가 나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둘 중 하나이다.
이곳은 완전한 미지의 장소이고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전부 조금씩은 영어를 한다. 공항의 거대한 내리막길에서 아마 처음으로 웃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절망적이었는데도. 근사한 공간은 우리의 심신을 위로해준다. 오후 늦게 도착한 도시의 첫인상은 미완성의 상태로 금방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이스탄불에서처럼 버스를 탔을 때 어떤 청년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가 먼저 내리면서 우리는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싶은 이상한 충동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카드를 대신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텔아비브는 봄의 언덕이라는 뜻이랍니다.
밤새 눈이 조금 쌓였다. 언덕을 올라갈 때 눈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반짝거리는 흰 접시와 분홍색 고무장갑을 떠올렸다.
아침에 양지바른 곳(이 소장님의 표현)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펼쳐진 책 뒤로 투명한 해파리 같은 것이 두둥실 지나간다. 그럼 나는 바람의 그림자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에 창문을 조금 열면 목뒤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하야오 감독은 실제로 새들은 상승기류에 의해 공기가 미세하게 왜곡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쪽으로 본능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