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by 홍석범






토마스 만은 마의 산 어딘가에서 이 책은 글쓴이가 이 이야기를 쓴 시점과 이야기 속 주인공의 시점, 그리고 독자가 이 이야기를 읽는 시점이 교차한다는 측면에서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썼다. 그러나 며칠 혹은 몇 년 후 다시 책을 폈을 때 나는 그 문장을 찾을 수 없었다.


칼베어 거리의 한 고서점에서 내가 발견한 양장본은 S. 피셔사에서 1972년에 출간한 것으로 첫 장의 오른쪽 위 모서리에는 작게 티스마, 72라고 적혀 있다. 어느 수요일에 제임스 스털링이 지은 미술관에서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보다가 나는 문득 그것이 마의 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 그림엽서를 더스트 재킷이 분실된 티스마의 책 표지에 붙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한 계기로 나는 알렉산더 티스마가 세르비아 작가의 이름이며 그가 1942년부터 십 년간 쓴 일기가 잊혀진 내 자신으로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뮌헨에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마의 산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의 주인은 다른 티스마였을 수도 있고 오른쪽 위 모서리의 이름이 티스마가 아닌 티그마스 혹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수수께끼는 다만 교차하는 시간의 수많은 불가사의함들 중 하나일 뿐이다.



Untersberg, Salzburg, Austria

2018.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