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가 나라는 인간을 드러내는가? 그렇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사과에 대해 쓴 무엇은 본질적으로 그 사과가 아닌 다른 미지의 것에 속한다. 둘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 물론 — 어떤 편린들이 언뜻 보여진다. 단지 우연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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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주가 릴케에게 화답한다.
발에 터부한 것을 다 빼어버리고
황혼이 호수 위로 걸어오듯이
나도 사뿐사뿐 걸어보리이까?
... 내 모든 것을 여념없이
물결에 씻어 보내려니
당신은 호면으로 나를 불러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