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는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인지 묻는다. 나는 일기라고 대답한다. Z는 그럼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묻는다. 너는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는가? 너의 단적인 생각들을 쓰는가? 나는 둘 모두 하며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나는 내가 빵을 먹었다는 사실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그것을 어떻게 쓰는가이다. 그렇다면 너는 그것을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쓰는가? 그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 나는 Z가 사건 위주의 소설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 한 가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내가 읽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문장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어떻게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뒤 다소 김빠지는 말투로 덧붙였다. 나는 시를 읽고 싶기 때문에 시를 쓰고 싶다. Z는 다시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그렇다면 짧게 쓰는가? 함축하여 쓰는가? 이미 내뱉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시시해도 끝까지 말 할 수밖에 없다. 시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시가 주는 여지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일기를 계속 고쳐 쓴다. 몇 년 전의 일기까지도. 대부분 많은 것들을 삭제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게 된 것을 되풀이해 읽는다. Z는 우리가 뱉어서 모아놓은 올리브 씨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이렇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Z가 말한다. 이것은 내가 들어본 가장 순수한 행위이다. 너는 오로지 너 자신만을 위해 쓰며 그것을 읽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 전 과정과 결과물은 오로지 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