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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r 03. 2023

2023. 3. 1 수

삼일절. 역삼에서 대로를 건너는데 엄청난 바람에 걷기가 힘들 정도였고 진동하며 굽이치던 태극기 하나가 전봇대의 깃대에서 뽑혀 몇 미터 날아갔다. 그건 차로 한가운데 대각선으로 말려 있었고 아무도 못 본 것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심했다. 나는 그걸 집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히 찾아갈만한 데가 없어 바로 맞은편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알바생에게 태극기를 건네고 나오려는데 그녀가 흘러내린 내 목도리를 주워주었다.


교수님 댁에서 O와 셋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AI와 그 외 요즘의 뻔한 주제들에 대한 뻔한 의견들. 현대인들은 왜 이리도 피상적인가? 내게는 그것이 현대인들은 왜 불안한가 하는 나약한 질문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들이 불안한 이유는 인내심과 자신들이 삶과 미래라고 칭하는 것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연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 생활에 대한 가십들. 설계 없는 이미지의 재생산, 핀터레스트라는 악취미, 감각을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가의 문제 등등. O는 내가 그 나이 때 고민하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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