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오자마다 창턱에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묘사하려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팝콘이다. 그 모순적인 소리를 들으며 대자로 누웠다. 팝콘은 눈을 감으니 봄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벚꽃처럼 보인다. 꽃봉오리가 터지는 소리였다면 이미 방안 가득 꽃밭일 텐데. 그런데 소리가 피우는 것은 사물이 아닌 분위기다. 방의 경계, 이불의 냄새, 유리공 속 필라멘트가 명료해지고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사이를 채운다. 팝콘과 벚꽃잎의 고소하고 연약한 속성이 모두 융합된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