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마리나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뵈블링엔에 갔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그녀는 다리를 조금 절었고 오늘 아침까지는 목을 돌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를 친 사람은 젊은 미국인이었는데 쓰러져 있는 그녀의 얼굴이 비를 맞지 않도록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두 손으로 가려줬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그가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마리나보다 더 두려웠을지 모른다. 그녀의 얼굴 위로 올린 양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백지장 같은 얼굴로 계속 ‘알 유 오케이?’를 반복하는 미국인 청년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대가 끊임없이 가고 있는 곳으로 결코 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나갈 구멍이 없는 길은 없다. 길동무가 있어야 덜 허전한 것이라면 세상이 그대가 가는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